특집 | 잇따른 학생회 선거 무산 이후 학생회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학생회장이 사라지고 있다. 제61대 총학생회 「내일」의 사퇴 이후 약 1년 3개월 동안 2번의 총학생회 선거가 무산됐으나, 이는 서막에 불과했다. 단과대의 경우 사범대를 제외한 15개 단과대의 학생회가 구성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6개 단과대에만 학생회가 있다. 과/반 차원의 타격도 컸다. 가장 심한 사회대에서는 작년 11명 모두 선출됐던 과/반 회장이 올해 4명으로 줄었다. 인문대는 16개 과/반 중 8개 과/반 회장이 공석이다. 선거가 무산되면 많은 경우 학생회장의 빈자리는 권한대행이 채운다. 이들은 사라진 학생회장 대신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여전히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

대부분의 학생회 회칙에는 학생회장의 부재가 불러올 업무상 혼란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권한대행을 뽑을 것이 명시돼 있다. 권한대행은 해당 학생회의 하위 집단 대표자들로 구성된 의결기구 내에서 호선*한다. 권한대행의 명칭은 의결기구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라면 비상대책위원장(비대위장), 연석회의라면 연석회의 의장으로 결정된다. 권한대행은 보궐선거 성사 전까지 학생회장의 업무를 맡는다. 학생회장을 대체하는 만큼, 권한대행은 그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갖는다. 많은 연석회의 의장과 비대위원장에 따르면 그들은 기존 학생회장의 업무를 이어받고 있다. 그러나 권한대행은 구조상의 여러 한계들로 학생회장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우기 어렵다.

현행 제도에서는 이미 집단의 대표직을 맡은 이들 내에서 권한대행이 호선되기 때문에 기존 업무에 새로운 업무가 중첩되는 구조가 나타난다. 이에 자연대에서는 업무 과중을 방지하기 위해 보궐선거 전까지 각 과 회장이 일정 기간마다 돌아가며 비대위장을 맡는다. 지난 1월 한 달간 비대위장을 겸임한 생명과학부 조예성 학생회장(생명과학부·18)은 “자연대 겨울 과학 캠프와 새내기 새로배움터를 생명과학부 내부 행사 및 업무와 병행해야 했다”라며 “비대위장이 되면 두 단위의 업무를 모두 맡아야 하는 것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라고 말했다.

소속 구성원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 학생회장과 비교해 해당 단위를 대표하는 정당성이 부족하다는 점 역시 권한대행의 한계다. 권한대행 대표자는 학생회장에 준하는 권한을 갖기에 중요한 의사결정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그들은 주어진 권한의 정당성을 두고 고민에 빠지게 된다. 지난해 6월 중순부터 10월 초까지 2020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 의장을 맡았던 김현지 씨(자유전공학부·18)는 “전체 학생들의 투표를 통한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받지 않았음에도 총학생회장을 대행해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부담스럽고 힘들었다”라고 밝혔다. 

대표자로서 구성원에게 명확한 방향성을 제시하기 힘들다는 점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학생회는 학생회장단과 그 산하 기구인 집행부로 이뤄진다. 기존 학생자치는 학생회장이 선거 이전 내세웠던 공약과 사업 계획들을 당선 이후 집행부와 함께 실현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학생회가 구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부는 시행할 공약도, 진행할 사업 계획도 없다. 이 같은 문제를 겪던 사회대는 지난 1월 학생회의 방향성을 구성원과 논의하는 ‘학생회 집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사회대 집담회를 준비한 집행부의 변현준 씨(사회학과·20)는 “사회대 학생회장의 부재로 학생회 활동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그 방향성을 사회대 학생들에게 듣기 위해 집담회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상황의 급격한 변화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영향이 컸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방침은 학생회의 기본적인 동력을 떨어트린 주된 원인이 됐다. 학생들이 모여 행동할 수 없으니 학생회는 자연스럽게 약해졌다.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음대 학생회장을 맡았던 조수황 전 학생회장(국악과·16·졸)은 “학생회는 조직이기에 올해처럼 코로나19로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는 행사가 없으면 그 의미나 상징성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짚었다. 음대 조다경 연석회의 의장(기악과·20)도 “코로나19로 학생회의 접근성이 떨어진 것이 이번 학생회장 선거 무산의 큰 원인”이라며 “특히 입학할 때부터 비대면 수업을 해 학생회를 몸소 경험해볼 기회조차 없었던 20학번들에게 학생회의 존재를 어필하는 것이 어려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학생회 선거 성사의 고충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생명과학부 조예성 학생회장은 “개인적인 기억 속 학생회장 선거는 항상 단일 후보였고, 투표율이 저조해서 성사 자체가 어려웠다”라며 팬데믹 이전 학생회장 선출의 문제를 언급했다. 

꾸준히 학생회장에 지원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이유는 또한 학생회 구조상의 문제에서 찾을 수 있다. 오랫동안 학생회의 생명은 학생회장 개인의 노력에 기대 왔다. 자유전공학부 김현지 전 학생회장은 “학생회의 지속을 위해 누군가는 공동체를 위해 고민해야 한다”라면서도 “뒤집어 말하면 현재의 구조에서는 그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학생회장 개인에게 과중한 업무와 책임이 쏠리게 되는 구조가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회 선거들이 계속해서 무산되는 상황에 대해 조예성 학생회장은 “개인적으로는 학생회장을 하지 않으려는 것도 이해가 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맡게 되는 업무의 양과 책임에 비해 학생회장이 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들은 쉽게 떠올리기 힘들다”라며 많은 이들이 학생회장으로 쉽사리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전했다.

 

학생회가 무너지기 전에

학생회는 해당 단위의 전체 학생을 대표해 학생 복지, 학교와의 소통과 같은 중요한 일들을 수행한다.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해 처음으로 참여하는 새내기 새로배움터 행사 주최부터 본부와 소통하고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까지 모두 담당한다. 학생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일들을 수행하는 것이다. 아울러 학생회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서울대 학생들을 대표해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지난해 5월 음·미대 학생회를 중심으로 시작된 등록금 반환 요구와 지난해 9월 의료계 사태로 인한 의대 동맹 휴학 결정이 그 사례다. 

학생회의 중요성은 특히 위기 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의대에서는 작년 의료계 사태라는 위기가 학생회의 중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했다. 김지현 전 의대 학생회장(의학과·17)은 의료계 사태에서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을 추진하고, 요구를 대변했다. 그는 “작년과 같은 상황을 겪고 학생회가 없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생겨, 막중한 업무와 책임감이 맡겨지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후보가 나올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학생회를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노력의 크기에 비해, 그들의 노고는 학생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는다. 지난 2021학년도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 회의에서 본부는 소득 재분배와 세입 감소를 이유로 등록금 인상을 주장했으나, 세 차례 회의 이후 동결됐다. 등심위 과정에서 학생위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한 학생들의 피해가 크다는 것을 강조해 동결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대학신문』 2021년 2월 22일 자) 등심위 학생위원으로 참여한 김지은 의장(조선해양공학과·18)은 “스스로도 등심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지 이전에는 몰랐다”라면서도 “그러나 등심위 과정에서 학생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학생회 구성원과 밤을 새워 논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회는 공기같은 것”이라며 “있을 때는 모르지만 없으면 불편한 존재”라고 덧붙였다.

곳곳에서는 학생회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학생회가 생존할 방법을 찾기도 했다. 사회대 집행부 김정우 씨(정치외교학부·20)는 “아무런 준비 없이 비대면 상황을 맞았던 작년과 달리, 지금은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회가 어떻게 활동하고 지속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라며 “작년의 사례를 보고 앞으로의 학생회를 판단하는 건 성급한 일반화”라고 말했다.

학생회나 권한대행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복지를 위해 팔 걷고 나서기도 한다. ‘경제학부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이들은 경제학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동아리다. 경제학부 서포터즈 신호윤 전 회장(경제학부·18)은 “경제학부 서포터즈는 경제학부의 많은 인원수로 생긴 교수-학생 간, 학생 상호 간 교류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제학부 서포터즈가 하는 일은 진로간담회, 전공도서 대여사업, 단체복 제작 등 학생회가 진행하는 복지 사업과 다르지 않다. 이런 시도는 자칫 학생회로만 쏠리게 되는 학생자치 업무 등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도 보인다.

여전히 대부분 단위에서 학생회의 생명은 학생회 내부의 노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에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는 절실하다. 학생회에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적어도 학생회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할 때 지금처럼 학생회 참여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막을 수 있다. 김지은 2021 연석회의 의장은 학생회가 얻는 것 없는 활동이라는 인식에 관해 “학생회가 봉사의 성격이 강한 건 사실이지만 얻는 게 없는 활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지현 전 의대 학생회장 역시 “때로는 일을 하고도 욕을 먹을 수 있다”라며 대표자의 어려움을 인정했지만 “그 과정에서 타인에 대한 이해와 타인을 위하는 마음, 그리고 본인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다”라며 격려를 건넸다. 조수황 전 음대 학생회장 또한 학생회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전공에만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까지 바라보고 있던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걸 느꼈다”라고 말하며 학생회 활동의 의의를 전했다.

학생회장이 없는 상황은 아무도 학생회장을 하려 하지 않음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학생회장이 없는 이유에 집중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재까지도 많은 학생회가 회장을 구하는 방법은 학생회장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때로는 그런 과정에서 희생자가 생기기도 한다. 일부 학생회장들은 떠밀리듯 학생회장을 맡는 일도 있었다. 학생회장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 보다 슬기로운 대책이 필요한 때다.

*호선 :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투표해 그 조직 구성원 가운데에서 사람을 뽑다.

인포그래픽: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