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대 학과 자료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나오고 있다. (『대학신문』 2021년 3월 8일 자) 예산 부족과 부실한 관리 체계 탓에, 대다수 자료실들은 정상적으로 관리·운영되지 못한 채 겨우 그 명맥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한때 중앙도서관의 지원으로 구축된 도서 데이터베이스는 지난 2018년 예산 문제로 운영이 중단됐다. 이로 인해 소장 가치가 높은 자료들이 갈 길을 잃고 부주의하게 방치·처분되고 있다.

어문·역사계열이 많은 인문대 특성상 중앙도서관에 없는 원서나 고서 등의 자료가 학과 자료실에 적지 않게 보존돼 있다. 문제는 학과 자료실이 보유하고 있는 자료의 수준과 규모에 대한 파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 있다. 스캔 작업을 통해 전자 파일로 형태를 변환하여 남겨 놓을 만한 자료도 있는 한편 소장 가치가 높지 않은 책들이 공간만 차지한 채 방치되기도 한다. 따라서 인문대 학과 자료실에 대한 본격적 실태 조사가 급선무다. 이를 통해 학문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지적 재산의 질과 규모를 파악해야 한다. 먼저 소장 가치가 높은 자료와 그렇지 않은 자료를 나누고 적절한 자료 보관 장소를 확보한 이후에야, 자료 관리의 전산화 방안이나 예산 지원 방안 등에 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정확한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았다면, 중앙도서관의 협조 아래 도서 관리 기술을 각 학과 자료실에 공유하는 식의 협력도 이뤄져야 한다. 각 학과 및 단과대가 중앙도서관의 보유 자원을 나눠 가져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상당하다. 일례로 자연대 수리과학부는 중앙도서관과 공동으로 ‘Alma’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해 자료실을 운영하며, 전문 사서가 관련 업무를 전담한다. 예산의 문제로 직접 지원이 어렵다면 이런 기술 협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도서 관리 체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학과에 자료 관리와 자료실 운영을 책임지는 전문 인력을 배치해도서 관리 지침에 따라 체계적으로 도서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인문대 학과 자료실은 중앙도서관과 학과 양측의 사정으로 방치된 상태다. 그럼에도 자료실을 제대로 운영할 만한 여건을 갖추지 못한 학과를 지원하는 방안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소중한 지적 자산을 언제까지나 내버려 둘 수는 없다. 효율적 자료 관리를 위해 본부와 중앙도서관, 학과가 긴밀히 소통해 지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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