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현직 직원들이 경기도 광명·시흥 등 신도시 건설이 예정된 땅에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불법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내부 조사를 통해 사건에 가담한 직원들을 강력하게 처벌하고 투기 이익을 모두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적인 처벌이 마땅히 따라야 하겠지만, 과열된 부동산 투기 시장에 추가적인 논란을 가중해 ‘내 집 마련’에 회의적인 청년 세대에게 큰 상실감을 안겼다는 점도 중요한 문제다.

현행법상 투기 행위 자체는 ‘불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형사 처벌이 성립하려면 직원들이 업무 중 얻은 기밀을 이용해 투기했다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야 하지만, 이를 합법적인 투자와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불법 투기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더라도 ‘부패방지법상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따른 7년 이하의 징역 혹은 7천만 원 이하의 벌금이 적절한 처벌 수위인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처벌 가능성이 불확실하고 처벌 수위가 비현실적인 상황이다. 투기 의혹이 제기된 직원들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서 꼼수를 최대한으로 악용하고 있었다.

투기 의혹을 접한 청년층의 불만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5일(금) 청년진보당은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이 나서 해당 투기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집회를 열기도 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LH 직원들의 매입 행위는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무력감을 줬다. 정보와 자본을 가진 사람들의 꼼수가 공공 영역에 침투했고,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공정의 가치가 심하게 훼손됐다는 인식이 청년층에 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신뢰 회복을 위해 현장에 즉각 적용할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부동산 공급대책을 중단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2·4 주택 공급대책’에 따라 예정대로 다음 달 2차 신규 공공택지입지를 발표하고, 투기 의혹이 불거진 3기 신도시 사업도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이 단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뒷북 정책’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정부가 현재 주택 공급 계획으로 내걸고 있는 각종 사업을 계속 진행하려면, 정책 진행 주체인 공공의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LH 불법 투기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LH는 주거 공급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공기관이 국민의 신뢰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LH는 그동안 청년 세대를 대상으로 임대주택 제도를 실시하며 주거 정책의 한 축을 담당해왔기에 기관을 향한 청년들의 불신이 커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이번 사태를 기점으로 LH와 같은 공공기관뿐 아니라 주택 제도를 총괄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 역시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불법적 투기를 근절할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 신뢰를 회복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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