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연 사진부 기자
김가연 사진부 기자

나는 가끔 핸드폰으로 하늘 사진을 찍는 것에 소소한 행복을 느끼던 새내기였지만 어느새 대학교 2학년이 됐고 『대학신문』에서는 3학기째 카메라를 매고 다니는 사진 기자가 됐다. 작년 코로나19라는 재앙이 찾아와 세상이 멈춘 듯했을 때 신문사만큼은 바쁘게 돌아갔다. 그렇게 수업 들으러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학교에서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한 번은 날씨가 대단히 더웠던 날에 뺙이 사진을 찍으러 자하연에 갔었다. 가까이서 찍기 위해 뺙이가 사는 집 앞까지 내려가 땀을 뻘뻘 흘리며 사진을 찍었는데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던 탓에 스트랩이 축축하게 젖어 글 기자와 한바탕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렇게 나름 즐거웠던 사진 촬영도 있었지만 취재 과정에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었던 기사도 있었다. 휴관 중인 독립기념관을 방문해야 했을 때 미션 임파서블을 찍는 것처럼 몰래 가서 촬영해야 할 뻔했던 적이 있다. 결국 관계자의 도움으로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지만 촬영하지 못하게 될까 봐 그 전날까지 노심초사했던 경험을 잊을 수가 없다. 

최적의 구도를 어렵게 찾아 손을 부들부들 떨며 촬영을 하고 돌아갈 때면 카메라를 맨 어깨가 무겁게 느껴지곤 했다. 이는 단순히 카메라가 무겁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내가 찍은 사진이 지면에 실릴 가치가 있을까, 보여주고자 하는 바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진일까 하는 등의 고민이 어깨를 짓눌렀기 때문이었다. 그러한 책임의 무게는 이번 새활용 특집 기사를 작성할 때 가장 막중하게 느껴졌다. 사진부의 특성을 살리고자 사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기획한 이번 특집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작성하는 특집 기사에 대한 일종의 예의를 지키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방학 근무 기간이 끝나고 휴간 기간을 얼마 즐기지 못한 채로 열심히 촬영과 인터뷰하러 다니면서 사진에 담고자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카메라는 점점 더 무거워질 뿐이었다. 그럼에도 취재 과정에서 새활용 산업 종사자들을 만나면서 느낄 수 있었던 위안은 온전히 하고 싶어서 하는 것만은 아니더라도 각자 최선을 다해 자신이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그분들의 노력은 지금은 사람들이 몰라주더라도 자신과의 약속, 소신을 지키는 일이었으며 언젠가 많은 사람에게 닿을 수 있다는 희망이 바탕이 된 끈기의 발현이기도 했다.

이는 문득 기자로 살아가는 나의 마음가짐과 비슷하다고 느껴졌다. 주변에는 기자 할 것도 아닌데 뭐하러 사서 고생하냐는 사람도 있었고 왜 밤까지 새면서 조판에 그렇게 공을 들이냐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해야 하므로 할 수 있다”라는 칸트의 말을 참 좋아하기에,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잡고, 펜을 잡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아마 신문사의 모든 기자가 그럴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기자가 하고 싶어서 들어오신 분들에게도,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의무감은 꽤나 효과적인 동기부여로 작용하곤 한다. 새벽까지 풀린 눈으로 조판을 하고 나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갈 때면 피로도 몰려오지만 그만큼 내 기사와 신문사에 대한 애정이 생긴다. 스스로 짊어진 것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만 하는 곳이다 보니 각자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는 『대학신문』 기자들의 열정에 나 또한 뜨겁게 달궈지게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진 기자로의 체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타오르는 불꽃처럼 시작된 것 같다. 이제 카메라는 나의 분신이자 나를 나타내는 또 하나의 정체성이다. 책임감과 의무감, 그리고 일말의 소신과 희망이 묻어 있는 카메라는 앞으로도 무겁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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