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잔재청산위원회(청산위)가 20일(일) 총학생회 운영위원회(총운위)에서 청산위를 총학생회 산하 특별위원회로 격상하는 방안을 제의했으나 부결됐다. 결국 청산위는 23일(수) 총 14개 단과대 가운데 4개 단과대 학생회와 그 외 학내단체 5개만이 참가한 가운데 발족됐다.

이날 총운위는 총학생회가 교육투쟁을 결의한 상황에서 청산위가 시기적인 필요성에 따라 구성되는 특별위원회로 격상될 경우, 투쟁 역량을 집중할 수 없다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들어 부결했다. 일부 운영위원들은 “일제 군국주의에 반대하는 투쟁이 아니라 일제 잔재 청산을 위한 투쟁이라면 특별위원회의 틀은 필요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 운영위원은 “독도의 영유권 문제로 벌이는 싸움이 현실의 비정규직 개악안 등 여러 모순을 은폐할 뿐”이라며 독도 분쟁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 총학생회가 추진중인 교육투쟁은 서울대의 교육환경을 둘러싼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총학생회가 자신들의 ‘캘린더사업’에만 치중해 외부의 연대 투쟁 요구를 배제한다면 ‘자생적 투쟁의 요구’는 언제나 ‘물거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청산위의 특별위원회 격상이 부결되자 “지금 총운위의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된다고 생각하면 끔찍할 것”이라고 말했던 한 운영위원의 비판은 총학생회와 외부의 소통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서울대의 친일 잔재는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곳곳에 존재한다. 서울대 출신 인사들의 친일행적을 청산하자는 주장을 독도분쟁을 둘러싼 감정적 대응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총학생회가 소위 ‘그들만의 총학생회’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주요 캘린더사업뿐 아니라 외부단위의 연대 제의에도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본부가 친일청산에 앞장서지 않는다면, 이제 총학생회가 나서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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