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위한 폐기물 처리 방법으로는 재활용이 일반적이지만, 재활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물리적·화학적 변형은 자원 순환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이 같은 재활용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업사이클’(upcycle), 우리말로는 ‘새활용’이다. 새활용은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하는 등 폐기물의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최근 환경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새활용이 친환경적인 움직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첫 발걸음을 떼고 있는 상황이기에 넘기 힘든 문턱도 존재한다. 이에 『대학신문』은 국내 새활용 업계가 직면하는 어려움을 짚어보며 그 해결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새활용, 그 속에 숨겨진 어려움

새활용 산업이 국내에서 그 기반을 다져가고 있다. 지난 2013년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가 설립돼 새활용 기업들의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가 하면, ‘서울새활용플라자’ 역시 2017년 개관해 새활용 기업 육성과 시민 교육에 힘쓰고 있다. 서울대에서도 ‘기술 나눔단 VESS’의 ‘드림팀’이 자투리 원단으로 면 생리대를 만들어 보급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새활용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

작업실에 쌓여있는 폐스케이트보드의 모습이다. 닌브로를 창립한 최선휘 씨는 버려지는 폐스케이트보드로 목재 제품을 만든다.
작업실에 쌓여있는 폐스케이트보드의 모습이다. 닌브로를 창립한 최선휘 씨는 버려지는 폐스케이트보드로 목재 제품을 만든다.
폐스케이트보드의 단면을 잘라 사선으로 이어붙여 만든 반지와 반지 받침대의 모습이다.
폐스케이트보드의 단면을 잘라 사선으로 이어붙여 만든 반지와 반지 받침대의 모습이다.

그럼에도 새활용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아직 냉담하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국내 새활용 브랜드가 적고, 소비자들에게 새활용 제품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인을 통해 새활용에 대해 알게 됐다는 지현우 씨(자유전공학부·20)는 “관심이 생겨 새활용 상품을 찾아보고 구매를 고민하다가 새 제품이 아닌 재활용품이라는 생각에 결국 구매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새활용 상품의 구매율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높은 가격이다. 버려진 자재를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재가공하는 과정이 복잡해 일반 상품보다 가격이 높다. 일례로 새활용 브랜드 ‘닌브로’(Ninbro) 최선휘 대표는 “스케이트보드의 그래픽을 떼고 사포질을 하는 공정 과정이 일반 목재를 사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보다 손이 많이 가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새활용 제품이 비싸다는 인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최선휘 대표는 “새활용 제품이 무슨 이유로 가격대가 높은 것인지 알릴 방법이 부족하다”라며 “소비자들에게 재가공의 가치를 확실하게 설명해 새활용 제품이 단순히 ‘비싼 상품’으로 구분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새활용 특성상 소재 수급 상황의 변동성이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일정한 제작이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새활용 산업 종사자들에 따르면 소재는 기업이나 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수소문해 받아오는 방식으로 확보된다. 따라서 소재의 양과 질, 세부 종류의 변동 폭이 클 수밖에 없다. 양말목을 이용해 다양한 제품을 만드는 ‘감성위빙아트센터’ 오은미 강사는 “양말목을 수거해올 때 어떨 때는 아기 양말목만 있고, 어떨 때는 군인들이 신는 양말목만 있다”라며 “공장에 특정 양말목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할 수 없으니 받는 양말목에 따라서 날마다 만드는 물건이 달라지고 준비해놓은 샘플이나 수업을 바꿔야 할 때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양말목은 양말을 처음 짜기 시작할 때 잡는 코를 말한다. 양말공장에서 양말목을 코로 잡아 양말을 만들고 나면 봉조 공장에서 양말목을 잘라내 폐기한다.
양말목은 양말을 처음 짜기 시작할 때 잡는 코를 말한다. 양말공장에서 양말목을 코로 잡아 양말을 만들고 나면 봉조 공장에서 양말목을 잘라내 폐기한다.
양말목으로 만든 안마봉이 놓여 있다. 감성위빙아트센터 강사 오은미 씨는 새활용 양말목 공예 자격증 제도를 개발해 강사 배출 및 공예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양말목으로 만든 안마봉이 놓여 있다. 감성위빙아트센터 강사 오은미 씨는 새활용 양말목 공예 자격증 제도를 개발해 강사 배출 및 공예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새활용 클라쓰, 새로이 나아가려면

이런 어려움을 딛고 새활용이 미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새활용 산업 종사자들은 제품 개발에 있어 상품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국내 새활용 브랜드 ‘컨티뉴’(Continew) 이문연 매니저는 “소비자들이 사고 싶게 만드는 것이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친환경적이라는 특징만으로 지속적인 구매를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컨티뉴 사무실에 폐자동차의 가죽시트와 에어백, 해양 그물이 전시돼 있다.
컨티뉴 사무실에 폐자동차의 가죽시트와 에어백, 해양 그물이 전시돼 있다.
‘컨티뉴’는 폐자동차의 가죽시트와 안전벨트로 만든 가방들을 선보이고 있다.
‘컨티뉴’는 폐자동차의 가죽시트와 안전벨트로 만든 가방들을 선보이고 있다.

또 관계자들은 경쟁력 있는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연 매니저는 “지금은 자동차 회사에서 매각 대상인 부품들을 무상으로 받고 있지만, 예전에는 직접 폐차장에서 소재를 수거해왔다”라며 재료 수급의 불안정성을 털어놨다. 이렇듯 버려지는 자원에 대한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은미 강사는 자신이 섬유공예를 하지 않았으면 양말목에 대해 몰랐을 것이라며 “기업과 그 기업의 폐기물이 필요한 사람들을 연결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추가로 새활용 산업 종사자들은 전반적으로 언론 노출이나 일반인과의 소통을 보장해주는 지원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새활용 기업들이 대부분 작은 규모로 운영되고 있어, 마케팅과 홍보에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오은미 강사는 “환경교육이 필수로 지정돼 학생들이 새활용을 한 번씩은 접했으면 한다”라며 아이들에게 환경문제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과 더불어 새활용 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새활용 시장 규모나 종사자 규모 등의 산업 실태를 파악하는 것도 발전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한국업사이클디자인협회 관계자는 “최근 한국판 그린뉴딜이 추진되면서 자원 순환의 고리 역할을 하는 새활용이 환경부나 지자체의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새활용 산업의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하면서도 “국내 새활용 시장 규모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거의 없다”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새활용 산업 발전에 있어서 열악한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먼저 산업 실태에 대한 충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사이클 소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이 있다. 소재은행은 버려지는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 및 판매하는 공간이며 새활용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유통 및 소비를 할 수 있다.
업사이클 소재 확보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로 서울새활용플라자의 소재은행이 있다. 소재은행은 버려지는 자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개 및 판매하는 공간이며 새활용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유통 및 소비를 할 수 있다.

버려지는 자원에 따라 다르게 제작되는 새활용 제품은 ‘세상에 하나뿐인 제품’이다. 아울러 새활용 산업이 발전한다면 환경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장애인 자활이나 경력 단절 여성의 일자리 창출까지 도모할 수 있다. 다양한 새활용 브랜드들이 제작 과정부터 친환경적이고 매력적인 상품들을 선보이려 하고 있는 지금, 미래 산업으로서 새활용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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