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내연차와 친환경차의 미래를 엿보다

‘탄소 중립’이 범세계적 의제로 부상한 가운데, 북유럽 환경 선진국을 중심으로 수송 분야의 탄소 중립을 위해 내연기관 자동차(내연차) 판매 금지가 제안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1월 대통령 직속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환경회의)가 ‘중장기 국민 정책 제안’을 통해 2035년 또는 2040년부터 내연차의 신규 판매 금지를 제안하는 등 친환경 수송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대학신문』은 환경회의 정책 제안을 중심으로 내연차 판매 금지와 친환경차의 현주소를 짚고 친환경 운송으로 향하는 길을 살폈다.

친환경차, 정말 친환경적인가?

내연차 판매 금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국가는 노르웨이다. 지난 2020년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의 비중이 무려 54%에 달한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차 판매를 금지할 계획이다. 다만 노르웨이·네덜란드·프랑스 등을 제외하면 법제화에 성공한 나라는 많지 않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김재경 연구위원은 “판매 금지를 법제화하려면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데, 고용 문제처럼 복잡한 사안이 얽혀 있어 합의에 도달하기 어렵다”라며 “다수 국가에서 내연차 판매 금지는 형식적 선언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각국이 내연차 판매 금지에 온도 차를 보이는 것은 환경 문제 외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개입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배충식 교수(KAIST 기계공학과)는 “중국은 내연기관 기술의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다”라며 중국이 순수 전기차(전기차) 보급에 나서는 배경을 “상대적으로 기술 개발이 쉬운 전기차에 집중해 자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비슷하게 내연차 판매 금지에 적극적인 노르웨이나 네덜란드는 자동차 산업 기반이 전혀 없어 정책을 실행해도 별다른 타격이 없다. 반면 관련 산업이 발달한 미국과 독일은 내연차 판매 금지 조치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국내에서는 환경회의의 정책 제안 이전까지 내연차 판매 금지가 공식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정책 제안은 근미래에 전기차와 수소 전기차(수소차) 등 법률로 규정된 무공해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에 한해 국내 신차 판매를 허용함으로써 2050년 수송 부문에서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환경회의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넘어야 할 난관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내연차의 신규 판매를 금지하고 전기차와 수소차로 대표되는 친환경차를 보급하려는 이유는 친환경차가 운행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을 현저히 낮게 배출하거나 배출하지 않는다는 통념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관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자동차의 생산·공급·운행·폐기·연료 생산 과정까지의 오염 물질 배출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 생애 주기 평가’(LCA) 관점에 따르면, 친환경차 역시 상당한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한다는 것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LCA 분석에 따르면 동일 거리 주행 시 휘발유 차량 대비 전기차의 온실가스 유발 효과는 57%, 미세먼지 유발 효과는 92.7%로 ‘무공해’와는 거리가 멀다. 순수 내연차가 아닌 하이브리드차와 비교할 경우 격차는 더 줄어든다. 송한호 교수(기계공학부)는 “휘발유 하이브리드차는 동급 전기차와 비교해도 온실가스나 초미세먼지 배출량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라며 “중형 SUV 등 일부 차종에서는 오히려 전기차의 오염 물질 배출량이 하이브리드 차량의 배출량을 상회한다”라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상당량의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일차적인 원인은 전기 발전소에 있다. 전기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삼는 전기차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공급되는 전기가 어떻게 생산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화력 발전 비율이 높은 국가에서 운행되는 전기차는 신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높은 국가의 전기차보다 덜 친환경적인 셈이다. 김재경 연구위원은 “한국은 석탄 발전 비율이 40.4%로 상당히 높다”라며 “전기차 보급에 적극적인 노르웨이의 재생 에너지 발전 비율이 98%인 것과 대비된다”라고 지적했다.

대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가 동급 내연차보다 무겁다는 점도 문제다. 차량의 무게는 미세먼지 발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내연기관 자체에서 발생하는 ‘연소성 미세먼지’와 주행 중 타이어와 노면이 마찰하거나 브레이크 패드가 마모되며 발생하는 ‘비연소성 미세먼지’로 나뉘는데, 차량의 무게와 연관이 있는 후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 장수은 교수(환경대학원)는 “서울의 비연소성 미세먼지(PM10) 배출량은 연소성 미세먼지 배출량의 4.6배에 이른다”라며 “무거운 중량의 영향으로 전기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동급 내연차보다 더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라고 말했다.

수소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전기 생산 방식이 문제가 되는 전기차처럼 수소차 역시 수소 생산 과정에서 대기 오염 물질이 대량 발생한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수소차의 연료로 사용되는 수소는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개질(改質)해 생산한다”라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배출돼 화석연료를 수소로 대체하는 의미가 없어진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대폭 줄인 수소 생산 공정이 연구되고 있으나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고 말한다. 김필수 교수는 “수소차와 엮인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적어도 30여 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내연차 판매 금지’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들

내연차 판매 금지 정책이 산업 전반에 침체를 가져오리라는 의견도 있다. 한국에서 내연차 산업이 전후방 산업의 간접 고용을 포함해 180만여 명에 달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만큼, 환경회의의 제안은 산업계에 닥칠 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내연차 산업이 전기차 위주로 급격하게 재편되면 고용 감소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만 개의 부품이 필요한 엔진과 변속기가 전기차에서는 배터리와 모터로 대체되기에, 전기차 생산에 필요한 인력은 내연차 대비 1/3 수준이라고 알려진 바 있다. 특히 5,000여 곳에 달하는 국내 1·2·3차 협력사들의 존속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크다. 배충식 교수는 “협력 업체가 내연차 부품에서 전기차 부품으로 주력 품목을 변경할 때 필요한 자본을 갖추지 못했는데도 내연차 판매를 중단하면 중소 자동차 협력 산업은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내연차 판매 금지 정책이 공식화될 경우 내연차의 발전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관점도 나온다. 배충식 교수는 “내연기관 기술은 아직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다”라며 “인위적인 판매 금지에 따라 투자를 단절하는 행동은 현명하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독일의 ‘폭스바겐’ 그룹이 개발해 상용화를 앞둔 ‘e-fuel’같이 친환경 합성 연료를 사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전기차보다도 낮게 줄이려는 시도도 있다. 이는 내연차가 친환경차와 공존할 수 있음은 물론, 내연차 자체가 친환경차로 자리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진정한 친환경 운송으로 가려면

환경회의의 정책 제안이 그대로 정책화될 가능성은 적다. 내연차 판매 지속 여부를 두고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회의 정책 제안은 수송 부문에서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부 논란이 된 부분도 있지만 종전의 친환경 자동차 정책과 비교해 진전을 이뤘으며, 정책 제안을 둘러싼 논의를 통해 진정한 친환경 운송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여러 방면에서 기술이 발전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탄소 중립을 위한 길을 모색해야 한다. 배충식 교수는 “어떤 분야에서 어떤 혁신이 발생할지 모르는 와중에 섣부른 판매 금지 정책으로 기술 발전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환경회의가 제안한 정책은 내연차의 배출가스 저감 수준이 친환경차 수준으로 개선되면 판매를 허용한다는 예외 조항을 포함한다. 내연차 판매를 전면 금지한 일부 국가와 달리 내연차의 발전 가능성을 인정한 점은 긍정적이나, 전기차나 수소차와 달리 내연차의 친환경 기술 개발 지원에 관한 정책은 미비하다. 일본은 지난해 10월 ‘2050년 탄소 중립 달성 계획’을 발표하며 e-fuel 기술 개발을 미래 전략 중 하나로 포함했다. 배충식 교수는 “한국도 전기차와 수소차 외에 내연기관에서의 기술 혁신을 함께 도모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환경과 자동차 법률 및 정책 전반에 LCA를 기준으로 친환경차를 분류할 필요도 있다. 현행 법률과 정책은 운행 단계에서의 대기 오염 물질 배출만을 상정하고 있어, 친환경차와 내연차를 동력에 따라 대립적으로 구별하고 있다. 송한호 교수는 “전주기적 관점으로 접근해, 전기차와 내연차를 이분법적으로 구별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친환경 자동차 정책을 고용 정책과 에너지 정책 등 유관 정책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자동차 생산직 고용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직 노동자에게 재교육을 시행하고, 업체 단위로 업종을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이항구 연구위원은 “특히 급증하는 자율 주행과 모빌리티 연구 개발 인력 수요에 발맞춰 고급 인력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무엇보다도 자동차 정책과 연계해 에너지 정책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차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 중립적인 전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에서 탈원전 정책의 영향으로 화력 발전 비중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따라서 탈원전 정책의 속도를 조절하고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확대해 화력 발전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기후 위기의 시대를 맞아 탄소 중립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사명이 됐다. 수송 부문도 예외가 아닌 상황에서, 환경회의의 정책 제안은 관련 논의의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일각의 우려대로 내연차 산업이 주요 산업으로 자리한 우리나라에서 ‘판매 금지’와 같은 처방은 신중하게 내려져야 한다. 친환경 자동차 정책이 충분한 공론화를 거쳐 중립적인 관점에서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삽화: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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