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두 번째 학기를 맞이하면서, 우리 학부 외국인 교수님의 행정 보조를 맡아 일을 하는 것도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그런데도 종종 여러 해프닝이 벌어지는데, 이번 2~3월에는 소그룹 고전원전읽기(소고원) 수업에 관한 것이었다. 수강인원 확정 전에 교수님께 혹시 남는 자리가 있냐고 물어본 학생이 있었는데, 정원이 초과해 수강 등록을 시켜주지 못한 일이었다. 인문대 학부생이라면 아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학생이 정말로 이 강의가 듣고 싶어서 교수님께 여쭌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는 졸업하고 싶을 뿐이다.

소고원을 인문대 필수 과목으로 지정한 것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이 수업은 누군가의 지적 유희를 위해서 다른 이의 졸업을 유예시키는 ‘제로섬 게임’이 됐다. 교양 수업은 비인문대 학생이나 교환학생도 수강 신청을 할 수 있으나, 단 1학점 때문에 졸업을 할 수 있을지 몰라서 두려워하는 인문대 학생들은 이런 인원 구성에 태평한 소리가 나올 수 없다. 계절학기 수업도 없고 강사 선생님이 수업 개설을 못 하기에, 수요는 많고 공급은 부족하다.

다음으로, 인문대 학생들에게는 교양 원전읽기 수업이 필요하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문대는 졸업 요건으로 제2외국어 중급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소고원을 수강하기 위한 요건과 같거나, 혹은 그 이상일 수도 있다. 또한 각 학과에서 자체적인 강독 프로그램들이 전공으로 이뤄지고 있다. 어문계열 학생들은 졸업을 위한 고급 외국어 과정을 필수적으로 이수하고 있으며, 이외의 학과에서도 사료 강독 등의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필수 수강 제도는 심층 학습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 시야바시 사파리(Siavash Saffari) 교수님의 소고원 수업의 예를 들 수 있다. 사파리 교수님이 진행하는 고전은 루미, 오마르 하이얌의 페르시아 시 영문 번역본이다. 그러나 정작 페르시아 시에 관심이 있고 이를 공부한 학생들이 이 수업을 수강한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이는 영문으로 원전을 강독하는 수업의 인기가 흘러넘치기 때문이다. 이처럼 결과적으로 학생들은 원하는 수업이 아닌 정원이 남는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소고원을 비롯한 필수 수강 과목들에 대한 불만은 전적으로 대학의 책임이다. 인문대 학생으로서, 고전을 심층적으로 읽을 수 있는 이 과목의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현재 소위 학생들의 졸업을 담보로, 학생들이 기계적으로 수업을 이수하는 희생을 통해 필수 교과목들이 진행되는 구조에는 큰 문제가 있다. 구태의연하고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정에 얽매여, 학문을 추구하는 대학의 목적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있다. 대학은 창의적 인재 육성의 슬로건을 공허하게 내지르기보다는 학생들을 쥐고 있는 사슬을 끊어내기를 간곡히 부탁드리는 바다.

전민규(아시아언어문명학부 석사과정·20)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