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서 사회문화부 기자
김예서 사회문화부 기자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은 내가 애니메이션 ‘뽀로로’에 나오는 ‘루피’ 캐릭터를 닮았다며 이름 대신 루피라고 불렀다. 아마 루피를 닮은 볼살에 맨날 먹을 것을 손에 들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이후 멀리 떨어진 고등학교에 진학하자 중학교 시절 별명은 기억 속에서 잊혔다. 하지만 2020년, 나는 페이스북에서 추억 속의 루피를 다시 마주쳤다. 당시 루피는 어릴 적 동심을 담은 캐릭터가 아닌, 다소 당황스러운 모양새였다. 짓궂은 어른들은 루피 얼굴에 수염을 그려 넣고 ‘군침이 싹 도네’라는 말풍선을 합성했고 가수 비의 〈깡〉이 유행하자 그들은 루피에게 ‘RAIN’ 모자를 씌우고 ‘화려한 군침이 나를 감싸네’라는 패러디 문구를 덧붙였다. 다소 괴상하지만 묘한 즐거움을 주는 루피의 모습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졌고, 해당 이미지를 활용한 케이크 및 이모티콘이 출시되며 유행을 증명했다. 나는 성인들이 과거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유아용 캐릭터인 루피가 한순간에 놀이의 대상이 됐다는 것에 놀랐고, 사람들이 루피 얼굴에 낙서하는 것을 유행처럼 즐기는 모습도 새로웠다. 루피가 순식간에 어른들의 유머이자 인터넷 밈이 된 것이다. 이때 시작된 인터넷 밈에 대한 관심은 내가 『대학신문』의 첫 특집 소재로 인터넷 밈을 선정한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시작은 루피였지만, 정작 기사에 루피 밈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 밈의 유행 주기가 매우 짧기 때문이다. 지난 1월 기획안을 쓰며 가수 비의 〈깡〉 밈과 루피 밈을 예로 들었지만, 정작 기사가 나갈 3월에 해당 밈은 생명력을 잃은 상태였다. 이 사실을 예견하고 있었기에 인터넷 밈을 특집 소재로 잡은 이후부터는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어떤 밈에 열광해 놀이 문화를 형성하는지 그 동향을 따라잡으려 노력했다. 솔직히 나는 최근 브레이브걸스의 〈롤린〉이 인터넷 밈의 형태로 유행하기 시작할 때, 〈롤린〉 자체를 즐겼다기보다 기사가 나가는 시기에 마침 적절한 인트로 소재가 생겼다는 사실에 기쁠 따름이었다.

한편 인터넷 밈이 고전적이거나 전통적인 연구 주제는 아니다 보니 취재원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관련 분야를 직접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정기자가 돼 작성하는 첫 특집이다 보니 평론가 취재원을 구하는 방법을 찾지 못했다. 이제는 그 방법을 알았기에 다음 특집을 문화에 관한 것으로 작성한다면 평론가 측에 취재 요청을 해서 더욱 다양한 시각이 담긴 기사를 작성하고 싶다. 취재가 쉽지 않았기에 오히려 내가 직접 체험하며 기사를 쓸 수 있었다는 장점도 있었다. 친구 덕에 알게 된 ‘무야호’ 밈에 관한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는 과정은 취재라고 하기엔 너무 즐거웠다. 내가 이 소재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진심으로 즐겼기에 유쾌한 첫 특집의 기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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