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월) 제62대 총학생회(총학) 선거에 단독 출마한 「퍼즐」의 선거운동본부(선본)가 발족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색깔을 가진 학우들이 모이는 판’을 만들며 ‘모든 학생의 구심점이 되겠다’라는 의지를 밝힌 「퍼즐」이 이번 선거에 당선된다면 2019년 말 제61대 총학 「내일」이 사퇴한 이후 처음으로 출범하는 총학이 된다. 

학생사회의 위기라는 표현이 상투적으로 들리는 시기에 진행되는 이번 총학 선거는 재차 성패의 갈림길 앞에 섰다. 최근 1년 4개월의 총학 공백기의 주요 원인이 총학 및 선본 등 학생사회를 제도적으로 대표하는 기구들의 일탈에 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지난해에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정족수 미달로 파행되고 무산되는 경우마저 발생해 학생 대표자에 대한 불신은 깊어졌다. 그러나 재선거에서 단 한 명의 후보자도 등록하지 못할 정도로 냉랭한 학생들의 무관심 역시 학생사회 위기의 한 요인이다. 학생 유권자의 저조한 투표 속에 연장투표까지 진행하며 선거 무산을 아슬아슬하게 피하거나 선거 자체가 무산되는 풍경은 서울대에서 되풀이됐고, 총학 무용론마저 학생들에게서 제기되는 실정이다. 「퍼즐」 선본의 발족으로 가능해진 이번 선거는 저조한 관심, 조촐한 검증 및 초라한 투표율로 위축된 총학 선거를 되살릴 기회인 한편, 점점 더 무기력해져 가는 학생사회가 향후 나아갈 방향을 근본적으로 숙고할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1년이 넘는 총학의 공백 상태에서 맞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는 학생들에게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학생의 대표 기구들이 절실히 필요함을 보여줬다. 코로나19로 학생 공동체의 결속 자체가 유례없이 위협받는 와중에서도 총학 직무대행 단과대학생회장연석회의(연석회의)와 같은 기구들은 △등록금 반환 협상 △비대면 체제 속 교육권 보장 △2021년 등록금 심의 등 학생의 생활과 권리에 직결되는 굵직한 안건들을 처리했다. 그러나 직접 선거를 거치지 않은 연석회의는 학생사회 대표자로서 정당성 부족과 체계적으로 준비된 의제 결여라는 한계를 가졌다. 학생사회의 현안을 대변하고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학생들의 다양한 이해를 집약하고 표출하기 쉽지 않은 환경마저 지속되고 있다.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 발족한 「퍼즐」 선본은 학생사회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깊은 책임 의식을 갖고 이번 선거에 임해야 한다. 학생 권익의 증진이라는 총학 고유의 존재 의의를 어떻게 수행할지에 대한 숙고도 선행돼야 한다. 학생 유권자 또한 선거에 냉소로 일관하기보다는 총학의 활동이 학교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공약의 실익을 따져보면서 이번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진지한 책임과 활발한 참여를 보여주는 이번 선거를 계기로 침체된 학생사회가 다시 활기를 띠고 보다 튼튼한 공동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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