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사회문화부 기자
김무성 사회문화부 기자

내가 처음 주식 투자에 나선 것은 지난해 9월, ‘서학 개미’(해외 주식 개인 투자자)들의 ‘국민주’ 테슬라가 막 액면 분할을 마친 때였다. 주변에서 너도 나도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고, 대학교에 오기 위해 수능을 공부했듯이 미래를 위해선 주식 공부를 꼭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였다. 비대면 강의로 시간도 널널하겠다, 이참에 나도 주식 공부를 해볼까 싶어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일이 잘 풀리면 수익금을 보태 아이패드를 하나 새로 사야겠다는 소박한 목표도 세웠다. 

얼마 안 되는 푼돈, 밑져봐야 본전이라고 생각했다. 액면 분할 이슈로 조정을 받고 있던 테슬라와 애플 주식, 몇 종류의 ETF를 매수했다. 중간 중간 증시 관련 이슈를 챙기며 몇 안 되는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옳은 선택이었다. 80%에 가까운 수익을 거두었고, 나는 새 아이패드를 장만할 수 있었다. 

반년 정도의 주식 투자가 나에게 가져다 준 것은 아이패드 뿐만이 아니었다. 왠지 모를 씁쓸함과 허탈함도 함께 가져다 줬다. 역사상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역설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번째 세대라고 한다. 취업의 문은 계속해서 좁아지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솟구치고 있다. 다수 20대 청년들은 평범한 사람이 죽어라 노력해도 결혼과 내 집 마련과 같은 ‘구시대의 평범한 일상’을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청년들이 생존을 위해, 평범한 미래를 위해 ‘복리의 마법’을 꿈꾸며 주식에 뛰어드는 것은 이상한 현상이 전혀 아닐 것이다. 그럼 열심히 공부해 투자하면 ‘평범한 일상’이라는 이상에 다가갈 수 있을까?

‘복리의 마법’이란 단어는 기만적인 단어다. 20살에 100만 원으로 투자를 시작해 40년간 연 20% 수익을 내면 60살 즈음에 약 15억 원을 거머쥘 수 있다. (말처럼 쉬운 일인지는 차치하자) 그런데 1,000만 원을 갖고 시작한 사람은 150억, 1억 원으로 시작한 사람은 1,500억 원을 갖게 된다. 투자자에겐 “실제로 내가 얼마나 벌었느냐”가 중요한 법이다. 복리의 마법은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를 더욱 벌리는데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속된 말로 “있는 놈이 더 많이” 번다는 얘기다. 

얼마 전 친구가 보여준 한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 이를 실감할 수 있었다. 동갑의 ‘금수저’가 억대의 시드 머니로 1억이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을 자랑하는 사진이었다. 그의 수익률은 나와 친구보다도 한참이나 떨어지는 숫자였다. 씁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사진 속 계좌 주인의 투자 성과를 폄훼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의 커질수록 보다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니 말이다. 다만 내가 지적하고 싶은 점은 청년들이 주식 투자에 거는 기대와 주식 투자의 현실에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많은 청년들은 주식 시장을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의 탈출구로 여기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주식 시장은 현실의 모순과 불합리함을 강화하는 ‘있는 자들의 놀이터’에 가깝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주식 투자는 현실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래서 모두가 주식 시장으로 달려가는 와중에 소심하게 외치고 싶다. 주식 투자가 ‘정답’은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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