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서울대 상징을 만든 사람들

'서울대’하면 떠오르는 상징들이 있다. 중앙도서관 관정관은 그중 하나로, 2015년에 신축된 이후 서울대를 대표하는 건물로 자리 잡았다. 관정관은 국제도서관협회연맹이 선정한 ‘죽기 전에 봐야 할 도서관’ 목록에 등재될 만큼 학외에서도 이름을 알렸다. 명실상부 서울대의 자랑거리이자 볼거리인 관정관의 뒷이야기를 듣고자 『대학신문』이 관정관의 구조를 설계한 하이구조 권용근 대표를 만나봤다.

과거 중앙도서관이 단일 건물이었던 시절, 공간 부족과 낙후된 시설에 대한 불만이 계속 제기됐다. 이에 중앙도서관은 신축 사업을 계획했고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서 600억 원을 기부받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권용근 대표를 포함해 많은 사람이 관정관 건축을 위해 협력했다. 권용근 대표는 특히 관정관을 디자인한 테제건축사사무소 유태용 대표와 끊임없이 소통했다고 전했다.

두 대표는 특히 관정관의 구조 방식을 결정할 때 가장 활발하게 논의했다. 권 대표는 “처음에는 교량에 사용되는 케이블 방식이 제안됐는데, 국내 건설기술 수준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했다”라고 말했다. 특히 관정관은 토목 구조물과 달리 학생이 직접 이용하는 공간이기에 더 주의해야 했다. 그래서 그는 구조물의 △안정성 △경제성 △시공성을 확보하면서도 유 대표가 제안한 독특한 관정관 디자인을 최대한 구현하기 위해 트러스 구조*를 제안했다. 한편 내부시설을 설계하는 과정에서 서울대가 제안한 학생 편의시설을 반영하고자 온돌식 난방 시스템과 휴식 공간인 7층 실내 정원을 만들고, 건물의 구조를 두 시설의 추가 하중까지 견딜 수 있도록 보강했다. 권 대표는 “그전까지 바닥 난방이 설치된 도서관은 없었다”라며 관정관 난방 시스템이 독보적임을 강조했다.

권 대표는 자신이 관정관을 설계할 수 있었던 것은 도전 정신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관정관의 특이한 구조로 인해 설계 과정에서 큰 부담을 느꼈지만 ‘이런 작품에 참여할 기회가 또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고 밝혔다. 관정관 설계는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권 대표는 “힘들었기 때문에 오히려 성공한 후 성취감과 감동이 남달랐다”라며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라고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조언을 남겼다. 실제로 권 대표는 관정관 설계라는 큰 기회를 잡은 이후에도 새로운 구조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도전을 이어 가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이 ‘관정관을 설계할 정도의 배포가 있다면 무엇이든 한다’라고 말하더라”라며 웃어 보였다.

관정관이 세워지기까지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다. 그중 권 대표는 설계 과정에서 겪은 문제들을 도전 정신과 긍정적인 자세로 풀어 나갔다. 관정관 이곳저곳에는 그를 비롯한 이들의 손길과 마음이 남아있다. 앞으로 관정관에 들를 때 그 속에 녹아 있는 한 설계사의 마음가짐도 얻어가는 건 어떨까.

*트러스 구조: 삼각형 그물 모양 구조

삽화: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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