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보관소 두고 사생들 불편함 토로해

불합리한 규정에 이의 제기하기도

사생 측 “개선책 마련해 달라”

관악사, “고려해야 할 사안 많아”

양측 논의 거쳐 개선책 마련해야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택배보관소 운영에 대한 사생들의 불만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관악사는 글로벌생활관(915~917동)을 제외한 다른 사생들에 대해서는 택배보관소에 일괄적으로 배송된 택배를 직접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사생들은 택배보관소 운영 시간 내에만 택배를 찾아갈 수 있으며, 5일 이내에 수령하지 않으면 연체료를 내야 한다. 현재 학생들은 왜, 어떤 개선을 바라고, 그에 대한 관악사의 입장은 어떨까? 택배보관소를 둘러싼 이야기를 『대학신문』이 살펴봤다. 

◇택배보관소, 무엇이 문제인가=관악사 사생들은 택배 수령에 있어서 번거로움을 느끼고 있다. 글로벌생활관을 제외한 관악사의 14개 동 거주자들은 택배를 찾기 위해 매번 택배보관소가 있는 901동까지 가야 한다. 지난해 관악사에 거주했던 안소연 씨(동양사학과·18)는 “기숙사 건물이 많은데도 택배보관소는 한 군데밖에 없어 항상 번거로웠다”라며 “특히 무거운 택배가 오면 더 힘들다”라고 밝혔다. 택배보관소에서는 무거운 택배를 수령한 학생을 위해 수레를 빌려주고 있으나, 안소연 씨는 “택배보관소에서 거주하는 기숙사까지 가는 길이 내리막이라 수레로도 운반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택배를 수령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는 점 역시 사생들의 불편에 한몫한다. 택배보관소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영업하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문을 닫는다. 점심시간인 평일 오후 2시부터 3시, 토요일 오후 1시부터 2시 역시 택배 수령이 불가능하다. 이때 불가피하게 귀가가 늦는 사생들은 택배 수령에 난항을 겪는다. 김미령 씨(지리교육과·18)는 “늦게까지 공부해야 하는 시험 기간이나 일정으로 귀가가 늦을 때면 택배를 찾을 수 없어 난감했다”라며 불편을 토로했다.

구제 방안 없는 불합리한 연체 규정에도 사생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택배보관소는 사물 과적재를 막기 위해 연체료를 받는다. 문제는 택배 수령이 불가한 일요일과 공휴일도 연체료 부과 기간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관악사 택배보관소를 운영하는 이현실 씨는 “연체료 규정은 보관소를 시작할 때 행정실, 대표조교실 등과 합의를 거쳐 정해진 것”이라며 절차적 정당성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연체료 규정의 합리성에 사생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관악사에 거주했던 A씨는 “택배를 찾을 수 없는 기간까지 연체료를 내야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느낀다”라고 말했다. 택배의 도착 사실을 몰랐던 경우에도 연체료는 택배보관소에 보관된 기간만큼 부과된다. A씨는 한 달 전 본인도 모르게 쇼핑몰에서 서비스로 별도 배송한 택배에 대해 연체료를 납부해야 했다. 그는 “연체료가 억울했지만 별다른 구제 방법이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사생들, 무인택배함 도입 필요해=꾸준히 개선을 요구해도 바뀌지 않는 택배 시스템에 학생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안소연 씨는 “동마다 바깥에 택배함을 설치하거나, 적어도 구관, 신관, 대학원 생활관마다 구획을 나눠 무인택배함을 설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많은 학교에서 무인택배함을 운영하는데 서울대만 설치하지 않는 이유도 모르겠다”라며 제도의 변화를 촉구했다. 동 자체 택배함이 있는 글로벌생활관에 거주하는 김영서 씨(동양사학과·18)는 “글로벌생활관에서는 잘 운영되고 있는데 다른 동은 불가한 이유가 궁금하다”라며 “분실 우려는 CCTV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이어 “택배보관소에서 신분증 확인 없이 그냥 택배를 가져가는 경우도 종종 있다”라며 “그렇다면 택배함이나 택배보관소나 다를 것이 없다”라고 말했다. 분실 사후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면 분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글로벌생활관 택배함에서 택배를 분실한 경험이 있는 안소연 씨는 “조교실에서 CCTV 확인 후 택배를 찾아준다고 했지만 이후 흐지부지됐다”라며 “택배함 자체보다는 사후 대처 부실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택배보관소 개선에 얽힌 문제들=관악사는 택배보관소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달리 뾰족한 개선책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관악사 최충현 행정실장은 무인택배함 설치, 동별 택배 전달 등 학생들의 요구안에 “사생들의 안전 문제나 보안 시스템, 관리상의 문제 등 고려할 부분이 많다”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사생들의 요청대로 문 앞에 택배를 전달할 경우 관악사 내 보안이 문제가 되며, 동별로 택배함을 설치할 경우에는 분실 위험이 커진다는 것이다. 관악사 기획·관리팀 배기탁 직원은 “보안 기능을 탑재한 무인택배함의 경우 많은 예산이 필요한데, 해당 택배함을 운영 중인 타 학교에 비해 생활비가 저렴한 관악사의 경우 그만한 예산의 충당이 어렵다”라고 말했다.

다만 배기탁 직원은 “택배보관소의 운영시간은 늘어난 인건비를 충당할 예산만 있다면 확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최충현 행정실장은 앞으로의 변화에 대해 “공식적인 요청이 들어오면 검토를 거쳐 운영실무위원회에서 논의할 수 있다”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관악사 자치회 역시 택배보관소 문제를 꾸준히 건의 중이다. 관악사 자치회 의장단은 현재 택배 시스템에 대한 새로운 제안을 대표조교실과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택배보관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생과 관악사 간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양측의 입장 차를 좁혀야 한다. 택배보관소로 인해 사생들이 겪는 불편에 대한 관악사 측의 공감과 택배 시스템의 현실적 한계에 대한 사생들의 이해가 선행돼야 영양가 있는 논의와 신속한 합의점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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