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월) 국토교통부의 발표에 따라 전국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이 작년 대비 19.08% 인상됐다. 2019년 5.23%에 이어 지난해 5.98%로 완만히 증가하던 공시가격은 올해 급등하며 1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공시가격’은 토지·주택 등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되는 수치로, 재산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같은 세금을 부과하거나 건강보험·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정책을 집행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처럼 행정의 기반을 이루는 부동산 공시제도에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탓에, 관련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학신문』은 공시가격 제도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과 그 적용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공시가격은 국토교통부 장관이 매년 적정가격을 조사·산정한 후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시된다. 공시가격은 토지에 부여되는 공시지가와 단독주택 공시가격 및 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에 부여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으로 나뉜다. 유선종 교수(건국대 부동산학과)는 “과거 부동산 가격의 지표가 단일화되지 않아 각 부처·기관마다 행정의 기준으로 사용하는 가격이 달랐다”라며 “공시가격은 국가가 부동산 가격을 특정해 행정의 형평성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끊이지 않는 공시가격 논쟁

공시가격이 조세·복지 등 총 60여 개 분야에 쓰이는 중요한 지표임에도 해당 제도의 허점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와 동떨어져 있다는 데서 비롯된 ‘공시가격 현실화 문제’가 대표적이다. 강병기 교수(세계사이버대 부동산금융자산학과)는 “공시가격 현실화는 양도소득세·종부세의 조세 목적을 달성해 부동산 투기를 억제한다”라며 “부동산 투기로 인한 불로소득·주택가격 상승을 방지하기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의 정상화는 그간 세금 인상에 대한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실현되지 못했다. 올해 공시가격의 폭등에도 불구하고 현실화율은 지난해보다 1.2%p 상승한 70.2%에 불과하다. 

공시가격이 유형·지역·가격별로 불균형하다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 특히 저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고가 주택보다 높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의 원인으로 통계 기법의 특성을 지목한다. 강병기 교수는 “공시가격 책정에 사용되는 헤도닉 모형*은 분석의 대상이 되는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밀해진다”라며 “저가 매물의 거래량이 고가 매물에 비해 많기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져 조세 형평성이 저해된다”라고 설명했다. 유형별로 조사 주체가 달라 공시가격의 형평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이근복 책임연구원(영산대 주택·도시연구소)은 “공시가격 조사 및 산정 과정에 관여하는 기관이 △정부 △지자체 △한국감정원으로 다양하고 기관마다 산정 방법 역시 비준표 적용·전수조사 등으로 달라, 기관별 업무지침에 따라 자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급등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급등으로 인한 조세 부담을 고려해 올해부터 전체 공동주택의 92.1%에 해당하는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1주택자를 대상으로 재산세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공시가격 상승의 부작용을 최소화 할 보완책이 마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강병기 교수는 “지방세법 제122조에 의해 공시가격 인상률의 상한선이 정해지고, 종부세법 역시 2주택 이하를 보유한 사람에 대해 연간 인상률의 마지노선을 50%로 두고 있다”라며 “조세 저항을 대비할 방법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강 교수는 “공시가격의 상승으로 보유세 ‘폭탄’을 맞았다는 주장은 투기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부과되는 중과세가 모든 소유자에게 부과된다고 과장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것이 시기상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정렬 교수(영산대 부동산대학원)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에는 동의하면서도 “현재 집값의 상향 평준화는 일반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한 결과”라며 “그 부담을 가중된 세금의 형태로 국민에게 떠넘기는 태도는 부적절하다”라고 짚었다. 차등적 과세를 통해 납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려는 종부세의 취지가 공시가격 상승으로 퇴색됐다는 논란도 있다. 공시가격이 9억 원을 초과하는 1주택 보유자 및 합계가 6억 원을 초과하는 다주택자에게 부과돼 일명 ‘부자들의 세금’으로 알려진 종부세 대상자가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것이다. 이근복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이 급등하자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를 위해 한 채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지나치게 많은 세금을 부담하게 됐다”라며 “정부의 조치는 개인마다 조세를 납부할 능력이 다른 현실을 무시하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공시가격 제도, 어떻게 운영하는 것이 좋을까?

전문가들은 공시가격의 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정렬 교수는 “공시가격의 형평성 문제가 꾸준히 지적됨에도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라며 “정부는 개선책을 마련하기 위한 로드맵을 공개해 전문가와 국민이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론장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공시가격 책정 주체의 일원화를 이뤄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근복 책임연구원은 “공시가격을 책정하는 조사기관 및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법의 일원화를 추진해야 한다”라며 “이와 더불어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현실적인 산정이 이뤄진다면 공시가격 제도를 공정하게 운용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공시가격의 변동 속도를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임도빈 교수(행정대학원)는 “실거래가와 공시가격을 일치시키는 것은 좋지만 개선된 공시가격을 행정에 적용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라며 “공시가격 변동으로 과도한 피해나 이익을 보는 경우를 검토해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로 지금보다 공시가격을 정교하게 산정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임도빈 교수는 “향후 빅데이터와 AI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하면 시시때때로 변하는 실거래가를 정확하게 파악해 공시가격을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거래가의 한계를 보완하고 적합한 행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도입된 공시가격은 현장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를 보이고 있다. 공시가격의 책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제도 개선이 계속해서 이뤄질 때, 공시가격은 완성도 높은 행정 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올바른 부동산 정책으로 나아가기 위해 공시제도를 재검토해야 한다.

*헤도닉 모형: 선형회귀모형에 기초한 통계 모형으로, 부동산의 실질 가치를 산정하는 데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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