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겸 교슈(체육교육과)
김유겸 교슈(체육교육과)

집밥과 ‘홈술’은 물론 ‘홈캠핑’까지 인기를 끄는 요즘 운동은 ‘홈트레이닝’(홈트)이 대세라고 한다. 장소와 시간 제약이 없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홈트족들이 꾸준히 많아지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 들어 홈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걱정 없이 안전하게 운동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를 놓칠세라 TV, 인터넷, 유튜브를 통해 홈트 관련 영상과 프로그램이 쏟아지고 있다. 수많은 연예인과 유명 트레이너가 홈트로 만들었다는 몸을 자랑하며 홈트를 강력히 추천한다.

나는 체육을 전공한 교수 중에서도 운동하라는 설교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나 자신도 홈트라는 말 같은 것은 있지 않았던 30년 전부터 집에서 하는 맨몸운동을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왔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 이전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핑계 대지 말고, 집에서라도 운동하라고 틈만 나면 잔소리해왔다. 그런데, 막상 홈트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 마냥 반갑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은 홈트를 권하는 것을 옆에서 보는 것도 마음이 불편하다. 특히 우리 학생들에게 홈트가 대세가 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선 홈트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홈트가 시간, 공간, 그리고 비용을 아낄 수 있으므로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홈트를 시도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홈트가 얼마나 강한 의지가 필요한 일인지. 감이 잘 안 온다면 일주일에 두 세 번, 10분만 한 번 해보시길. 모 연예인처럼 거의 매일 2시간 가까이 집에서 혼자 근력운동을 하는 것은 말 그대로 초인적인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홈트는 절대 쉽지 않다. 홈트 인기 덕분에 운동하는 사람이 반짝 늘지 모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힘만 드는 운동에 흥미를 잃고 아예 포기하는 사람만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의지만 있으면 홈트는 언제나 누구든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도 함정이다. 코로나19가 와도, 아무리 바빠도 의지만 있다면 홈트라도 하면 되는 것이다. 홈트가 있는 한 운동을 안 하는 어떤 이유도 의지가 약한 게으름뱅이들의 핑계일 뿐이다. 이렇게 모든 것을 개인 의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운동이 힘들고 하기 싫은 것은 오랜 세월 진화를 통해 굳어진 인간의 본능이다. 이 같은 본능을 아직 운동의 묘미를 깨닫지 못한 대다수 사람이 의지만으로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운동은 혼자 시작하고 지속할 수 없다. 도움이 있어야 하고 필요한 시설과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운동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불굴의 의지로 홈트를 하라는 잔소리가 아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운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시스템과 문화다.

마지막으로 홈트는 혼자 하는 운동이기에 문제가 된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현재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다. 집단주의에 대한 반감과 개인주의로의 쏠림 때문에 공동체 의식은 사라진 지 오래다. 모든 것을 혼자 하고 주위의 도움은 기대할 수 없다고 느낀다. 코로나19는 이를 수면 위로 끄집어내 가속했을 뿐이다. 이런 마당에 운동까지 집에서 혼자 하라고 권해야 하는 것일까? 원래 운동은 함께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사회적 유대감과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운동의 핵심 효과다. 결과만이 아니다. 혼자 하는 운동은 부자연스럽고 힘들기만 한 육체노동이 될 수 있다. 혼자 하는 운동은 즐겁지도 않은 데다, 효과는 반쪽짜리도 안 될 수 있다.

요즘 홈트가 대세니, 대학 측에서도 학생들이 집에 가서 혼자 열심히 운동하면 운동 부족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코로나19로 학생들이 비대면 수업을 한다고 해서 학교가 학생들의 건강과 운동을 지원해야 할 책임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학생들은 집이 아니라 학교에서, 물론 비용 부담 없이 운동할 수 있어야 한다. 오히려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일수록 학생들에겐 학교에서 함께 운동하기 위한 학교의 관심과 지원이 더욱 절실할 것이다.

김유겸 교수(체육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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