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한 오픈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40여 명의 사람이 길고양이를 고문·학대하고 잔인하게 살해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유하는 일명 ‘고양이 n번방’ 사건이 세상에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추적이 어려운 온라인상에서 익명으로 이루어질 뿐 아니라, 적발돼도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악용해 잔혹한 범죄를 서슴없이 저질렀다. 최근 10년간 우리 주변에서 발생한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3천여 건에 달하지만 구속된 사람은 4명뿐이다. 잔혹한 동물학대 사건 건수와 그 양상이 심각한 수준임에도, 현장 수사 매뉴얼과 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여전히 부재한 상황이다.

동물학대는 본질적으로 자신보다 약한 존재에 가하는 폭력 행위라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 동물은 피해 경험을 진술할 수 없고 학대는 사적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고양이 n번방’이라는 별칭이 암시하듯 동물학대는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표적으로 하는 강력 범죄와 그 속성을 공유한다. 길고양이 같은 취약한 존재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그들을 학대·살해하거나 그 영상을 배포·공유하는 행위는 차후 아동이나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버려진 동물이나 주인 없는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동물학대가 범죄임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제지하고 신고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수사기관의 대응도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우선 수사 매뉴얼부터 수정·보완돼야 한다. 2016년 만들어진 경찰의 동물학대 수사 지침은 동물보호법 등 관련 법안에 대한 설명과 수사 시 유의해야 할 사항만을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있을 따름이다. 경찰은 동물학대 유형과 학대 징후, 격리 등에 대한 자세한 매뉴얼을 속히 마련해 동물학대에 대한 수사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관련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민법상 동물 지위 개선과 동물권 명시를 통해 동물의 권리를 보호할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동물을 물건처럼 취급하는 현 민법 체계에서 주인이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경우뿐 아니라 타인에 의해 자신의 반려동물이 학대·유기되는 경우에도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하기 어렵다. 다행히 법무부는 지난 2월부터 ‘사회적 공존, 1인가구’ TF를 발족해 민법상 동물의 지위를 물건과 구분되는 제3의 존재로 격상하는 등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런 노력을 기점으로 포스트휴먼 시대에 맞는 동물권을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버려지고 학대당하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획기적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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