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희 뉴미디어부장
김규희 뉴미디어부장

“안녕하세요? 김규희 기자입니다.” 

아마 내가 대학신문에 들어오고 가장 많이 했던 말인 것 같다. 그러나 모르는 사람에게 나를 소개하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지난 16일(화) 밤 텔레그램으로 ‘전국미얀마총학생연맹’(ABFSU)의 간부에게 연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요청 메시지를 다 써두고도, 그 앞에 붙은 나의 이름을 썼다가 다시 지우는 것을 얼마나 많이 반복했는지 모른다.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연락했던 사람은 나였지만, 외국에 있는 전혀 모르는 타인에게 내 이름과 소속을 알리기는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날 밤, 내가 메시지 전송버튼을 누를 수 있었던 이유는 나보다 취재원의 불안이 더 클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미얀마 사태는 다른 부서의 소재를 찾아주려다 접하게 됐다. 그야말로 아수라장인 시위 현장 사진을 보면서 나는 데스크에게 이를 주제로 기사를 써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특파원도 없는 학보사가 먼 나라의 최신 동향을 업데이트할 방법은 없었다. 우리 손을 떠났다고 생각했던 기획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온 순간은 운명적이었다. 토론회를 앞두고 밤을 새우던 중, 뉴스를 통해 군부가 시위대에게 실탄을 발사하는 장면을 보게 된 것이다. 영상 속 도망가는 학생들을 보며 나는 우리가 했던 말이 모두 변명이었음을 깨달았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SNS가 있는 세상에서 학생 기자인 우리가 역량을 발휘해 취재할 수 있는 부분은 많았다. 결국 토론회를 준비하는 메시지 방에서 나는 SNS를 통한 취재 아이디어를 이소현 사회문화부장에게 말했고, 같은 팀의 구효주 기자까지 합류하며 우리는 취재의 첫 삽을 뜰 수 있었다. 

‘이름의 무게’가 단순히 기자인 내 신원을 밝히는 데서 오는 압박감을 이야기하는 것이라면, 오늘의 취재수첩을 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번 기획기사가 있기까지, 우리에게는 그 몇 배에 달하는 압박을 이겨내고 용기를 내준 취재원들이 있었다. 먼저, 우리와 늦은 시간까지 연락해주며 학생들을 연결해준 ABFSU 간부가 있었다. 군부에 의해 양곤과 만달레이의 데이터가 끊겼을 때도, 그는 포기하지 않고 우리를 돕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현지 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역하고, 과거 미얀마 민주화 시위 이야기들을 들려주신 에에띤 선생님이 계셨다. 우리에게 미얀마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 윤쉐진 씨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표한다. 번역을 도와주신 최재희 선생님께도 특별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현지에서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ABFSU의 학생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 신원을 밝혀도 괜찮다고 말해줬지만, 안전상의 이유로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여준 신뢰와 용기는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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