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오르는 전자 자료 값에 골머리 썩는 도서관
자꾸 오르는 전자 자료 값에 골머리 썩는 도서관
  • 김민선 기자
  • 승인 2021.03.28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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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액세스 도입으로 문제 해결의 물꼬 트일까

지난해 말 전자 자료 10종 구독 중지

구독료와 도서관 예산 간 괴리 커져

오픈액세스 계약 방향으로 나아가야

구성원의 이해와 협조 중요해

지난달 16일 김명환 중앙도서관장(영어영문학과)은 학내 석사과정 이상의 연구자들에게 전자 자료 구독 중단 상황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여기에는 △전자 자료 구독 중지 현황 △사이언스 다이렉트 전자 자료 구독 모델 변경 △오픈액세스 운동에 대한 지지 요청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말 예산 부족으로 인해 「포틀랜드 프레스 저널」, 「조선일보」 아카이브 등 13종의 전자 자료 구독을 중단했다. 이 중 3종의 전자 자료는 법학도서관에서 구독해 최종적으로 10종의 전자 자료 구독이 중단됐다.

◇전자 자료 비용 문제, 지난 20년간 논란돼=서울대를 비롯한 대학 도서관들은 인쇄 저널에서 전자 저널 형태로 구독 방식이 넘어간 2000년대 초부터 전자 자료 구독 문제를 겪기 시작했다. 전자 자료의 구독료는 매년 4~5%씩 인상되지만, 도서관 예산의 증가는 구독료의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했다. 결국 2020년 기준 서울대의 전자 자료 구독 비용으로 인한 누적 적자는 21.2억 원에 다다랐고, 중앙도서관은 지난해 전자 자료 사용 현황을 조사해 일부 전자 자료 구독을 취소했다. 다행히 본부가 지난해 적자 전액을 본부 예산으로 해결하고, 중앙도서관 자료 구매에 할당하는 비용을 6.4억 원 증액하면서 중앙도서관은 예산 압박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앙도서관 측은 계속해서 구독 비용이 연일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런 예산 지원은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김명환 중앙도서관장은 “거대 출판사들이 구독료를 지나치게 올리는 것이 문제”라며 “출판사의 입장도 있겠지만, 도서관 예산의 인상 속도가 구독 비용의 인상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규모가 작은 대학은 저널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서울대는 다른 대학 도서관들의 상호대차 서비스를 활발하게 지원하는 위치에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부담감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아직껏 일부 전자 자료 구독 중단에 의한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박나연 씨(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19)는 “사용하지 않는 전자 자료 위주로 중지돼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라고 말했다. 도채현 씨(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21)는 “자주 이용하는 사이트에는 접근이 가능해 큰 영향은 없었다”라면서도 “이번에 「조선일보」 아카이브 구독이 중단되면서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을 보기 위해 신문 한 면당 300원씩 결제해야 했다”라고 약간의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러나 앞으로도 구독을 현재와 같이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앙도서관 김현자 행정관은 “구독비가 계속 올라가고 있어 한정된 예산으로 전자 자료 구독을 모두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오픈액세스,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김명환 관장은 전자 자료 구독 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픈액세스’ 운동을 제안한다. 오픈액세스는 학술지 출판 비용을 출판사가 아니라 연구자 측에서 지급해 학술지 구독료를 무료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유럽에서는 국가 차원에서 일부 출판사와 오픈액세스 계약을 진행해 누구든 출판물을 볼 수 있도록 추진해왔고, 지난 16일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도 ‘앨스비어’와 오픈액세스 지원을 포함한 계약을 체결하며 학내 구성원의 지지를 이끌었다. 

하지만 국내에 오픈액세스 출판 방식을 도입하기에는 몇 가지 어려움이 있다. 김명환 관장은 “한국의 경우 연구비를 지원받지 못하는 저임금 시간 강사와 계약직 연구교수들이 많다”라며 “오픈액세스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비싼 출판 게재료를 누가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대중서사학회 박숙자 회장은 “오픈액세스 도입에 앞서 학술 지식의 공공성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라며 “연구자는 논문을 내기 위해 대학과 기관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학술 지식은 이익을 추구하는 다른 창작 활동과 다르다”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접근 필요=이에 다른 대안으로 각 단과대에서 전자 저널을 분산해 구독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중앙도서관 최미순 담당관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북한 뉴스 관련 저널인 「NKpro」를 구독해 중앙도서관 홈페이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라며 “예산이 있는 단과대와 분관도서관이 각 기관에서 자주 사용하는 자료를 구독해 중앙도서관과 연결하면 중앙도서관의 예산을 줄이면서도 연구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거대 출판사와 도서관이 계약 협상을 놓고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제기됐다. 중앙도서관 김현자 행정관은 “출판사와 연구자가 상생 구도로 나아가야 한다”라며 “현재 거대 출판사가 구독료를 계속 올리는 구도를 변경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그는 전국 대학 도서관 차원의 공동대응도 하나의 방안으로 꼽았다. 실제로 대학 도서관 차원의 공동대응을 한 부산대 도서관의 최덕수 주무관은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에서 2019년 디비피아(DBpia) 구독을 중단하는 공동대응을 했다”라며 “10개의 대학이 힘을 합친 결과 구독료와 인상액을 낮출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학내 구성원들에게 추가적인 설명을 위해 김명환 관장은 4월 초에 서신을 또 한 번 보낼 예정이다. 김명환 관장은 “전자 자료 구독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거대 출판사와 유통업체의 횡포에 맞선 보이콧을 해야할 필요가 크다”라며 “학내 구성원들이 불편을 감수해야 할 수 있기에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도서관의 전자 자료 구독 문제는 도서관의 자구적인 노력 혹은 예산의 증액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학문을 연구하는 모든 사람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움직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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