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2006년 창업 직후 작성한 첫 트윗이 약 33억 원에 팔리며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NFT)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6에 불과했던 NFT 구글 트렌드 지수*는 한 달 만에 역대 최고 수치인 100을 기록했으며 NFT 기반의 미술품 시장도 작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해 약 2,80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대학신문』은 NFT가 무엇인지, 예술과 NFT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살펴봤다. 

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란?

NFT는 2021년 블록체인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젖힐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지금까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던 기존의 암호화폐 기술은 주로 결제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됐다. 각각의 비트코인은 같은 가치를 가진 것으로 취급돼 상호 교환이 가능했다. 반면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콘텐츠마다 별도의 고유한 값을 갖도록 만드는 토큰으로, 하나의 토큰에 대응하는 값은 단 하나다. 김정희 교수(서양화과)는 “NFT는 ‘타임스탬프’를 토대로 콘텐츠에 시간, 위치 등의 값을 부여함으로써 고유한 값을 갖게 한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블록체인 기술과 NFT의 결정적인 차이점도 여기에 있다. NFT는 모든 토큰이 구별 가능하다는 ‘고유성’을 갖고 있기에, 결제를 위한 화폐보다는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이다.

NFT가 가진 고유성이라는 특징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에 적용되고 있다. NFT가 가장 먼저 적용된 분야는 게임이다. 2017년 출시된 ‘크립토 키티’는 이더리움의 ‘ERC-721 토큰’을 기반으로 가상의 고양이 캐릭터를 만드는 게임 콘텐츠다. 크립토 키티 속의 모든 고양이 캐릭터는 토큰화(化)돼 외관은 똑같더라도 각자 고유의 값을 갖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고양이 캐릭터의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희귀한 값을 가진 고양이일수록 높은 가격이 책정되는 것이다. 게임 밖에서도 NFT는 폭넓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NFT가 부여하는 고유성에 주목해 티쏘·루이비통·나이키를 비롯한 여러 유명 브랜드에서 NFT에 기반을 둔 상품을 제작하고 있다. 나이키는 2019년 NFT를 활용해 자사 제품의 진위를 가려내는 특허인 ‘크립토킥스’를 취득하기도 했다. 

예술과 NFT의 결합: 잃어버린 고유성의 회복

NFT의 가능성이 가장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바로 디지털 예술이다. 지난달 11일 마이크 윙켈만의 디지털 작품 ‘매일:첫 5000일’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살아 있는 작가의 작품 가격 가운데 역대 세 번째로 높은 금액인 790억 원에 낙찰돼 무명 작가였던 그는 단숨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 중 한 명이 됐다. 윙켈만의 작품이 초고가에 팔릴 수 있었던 이유는 NFT를 통해서 부여받은 일련번호를 통해 복제 및 위·변조를 막아 ‘가품’과 구별되는 ‘진품’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NFT가 디지털 예술에서 맡은 역할은 ‘잃어버린 것’의 회복이다. 김정희 교수는 예술이 디지털화되면서 잃어버린 가치를 NFT가 되돌려주기 때문에 NFT 미술품이 가치를 갖게 된다고 해석한다. 디지털화된 예술은 아날로그 시대의 예술과는 다르게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다. 이때 복제가 가능하다는 특성은 실존하는 예술품이 가졌던 유일무이함을 디지털 예술에서 앗아갔다. 김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조각상이나 그림 등 예술작품은 완전히 똑같이 복제하는 것이 불가능해 그 작품만의 고유한 ‘아우라’를 갖지만, 디지털 데이터는 복제한 버전이 원본과 전혀 차이가 없다”라며 “때문에 디지털 기반의 예술작품은 아우라를 상실해 그 가치를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의 등장으로 상황이 반전됐다. 김 교수는 “NFT는 모조품이 원본과 똑같이 복제될 가능성을 차단해 디지털 매체나 데이터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에 아우라를 돌려준다”라며 “이제는 디지털 작품들도 모조품의 위협에서 벗어나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라고 평했다.

NFT,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을까?

NFT 시장이 커지며 생긴 예술계의 새로운 가능성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일각에서는 NFT의 참신함을 하나의 기회로 바라본다. NFT를 활용한 작품을 출품할 계획이라는 A씨(22세)는 “NFT가 개척한 새로운 미술 시장은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신인 예술가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NFT 시장은 보수화된 미술계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던 신인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활동의 장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재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세계에서 원본을 지정할 수 있다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라며 “NFT는 어디까지가 진품이고 어디까지가 모조품인지 판별할 기준이 돼 판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예술가가 진품의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NFT는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만든 거품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암호화폐 투자자 배서준 씨(26세)는 “윙켈만의 작품을 낙찰받은 사람이 싱가포르 소재 NFT 투자 회사의 고위 간부라는 이야기가 도는 상황에서, 과연 NFT가 순수한 기술적 강점만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인지 의심할 필요가 있다”라고 경계했다. 현재의 지나치게 높은 가격은 투기 세력에 의해 부풀려진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정희 교수는 NFT 자체가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만드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김 교수는 “얼마 전 초고가에 거래된 ‘매일:첫 5000일’의 가격은 5,000일 동안 꾸준히 자신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해 작품으로 만들었다는 예술성이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일 뿐 NFT가 적용돼 예술성이 높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며 “NFT의 대체 불가능성은 해킹으로 언제든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작품이 그만한 값어치를 하는지는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블록체인 기술은 항상 실체도, 사용될 곳도 없다는 비판에 시달려왔다. NFT는 블록체인이 현실에서 유용하게 쓰일 가능성을 보여줌으로써 그간의 비판에 답하는 듯하다. 하지만 NFT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만큼이나 끝없는 논란의 여지 또한 안고 있다. 자신의 재능을 드러내기 힘들었던 예술가들이 활동할 새 시장을 개척하며 디지털 시대의 예술품이 잃어버렸던 아우라를 회복시킨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투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아직 도입 초기 단계에 있는 NFT가 논란을 딛고 이를 필요로 하는 영역에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구글 트렌드 지수: 구글의 검색 키워드 추세를 1~100의 수치로 지수화, 도표화해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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