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쉽게 말할 수 없는 복잡한 삶의 배경을 갖고 있다. 지난 『대학신문』 2023호에서는 현재 미얀마가 겪고 있는 민주화의 진통에 대해 자세하게 다뤘다. 특히 윤쉐진 씨(국제대학원 석사과정)과 에에띤 씨(국제대학원 박사과정)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금 미얀마가 어떤 상태인지 더욱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벚꽃이 만개하는 평화롭고 아름다운 봄의 캠퍼스를 우리가 만끽하고 있는 중에도, 사실 주변 유학생들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족과 친구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현장에 있는데 타국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는 그들의 마음이 어떨지, 본국의 민주화를 향한 역사적인 몸부림을 혼자서 그 땅 밖에서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할지 생각이 되는 지점이었다. 누군가 먼저 물어보지 않으면 굳이 꺼내 말하기 어려운 것이 바로 고난인 것인데, 민주화의 진통을 겪고 있는 미얀마 유학생들과 현지 대학생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 『대학신문』의 ‘잠들지 않는 시대 정신’을 볼 수 있는 지면이었다. 

“우리 미얀마에 일어나고 있는 상황들을 지켜봐 달라. 진실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 “앞으로도 미얀마 상황을 주시하고 민주화를 위해 기도해주길 바란다”라는 미얀마 현지 대학생들의 말이 귓가에 맴돈다. 우리도 과거 군부 쿠데타를 경험했고 민주화 항쟁도 경험했기에 한국의 위로와 관심이 그들에게는 특별한 격려와 소망이 되리라. 같은 ‘Z 세대’라도 어떤 국가와 환경에 서 있는가에 따라 형성하고 있는 세계관이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Z세대는 무엇을 바라보고 경험하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도 직면해야 하는 시대적 아픔이 있는데 외면하고 있지는 않을까? 미얀마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이 민주화라면 현재 한국 대학생들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은 무엇일까? 분단의 아픔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 모두는 민주화가 38선 이남에서만 그쳤다는 것에 가슴 아파해야 할 것이다. “진실을 위해 더 큰 목소리를 내달라” “민주화를 위해 기도해달라”라는 목소리가 어쩌면 북녘땅에서도 소리 없이 외쳐지고 있지 않을지 생각해본다. 벚꽃이 만개하는 캠퍼스 교정을 거니는 자들 중에서도 목숨의 위협을 받는 땅, 보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는 땅을 가슴 한편 품고 분단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누군가가 있지 않을까. 미얀마 청년들의 ‘의(義)’를 향해 생명을 던진 모습을 보며, 우리에게도 그런 자가 필요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지 돌아본다.

 

이화연

윤리교육과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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