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5일 식목일이다. 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반생인 학부생들은 어렸을 때라 잘 기억이 안 날 수도 있겠지만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식목일은 엄연한 법정공휴일이었다. 새학기가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나 신선함과 설렘도 점점 바래는 4월 초, 새로 바뀐 반 친구들 얼굴도 익숙해지고 만우절 장난으로 축제 같던 분위기도 지나 이제 슬슬 좀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찾아오는 반가운 날이었다.

하지만 십여 년 전 주5일근무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식목일은 제헌절과 함께 놀토를 위한 희생양이 됐다. 당시 주5일근무제가 시행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던 일부 사람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식목일이 희생됐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울분이 가시지 않는다. 게다가 올해 식목일은 월요일, 만약 지금까지 식목일이 공휴일이었다면 정말 꿀맛 같은 연휴였을 것이라 더 화가 난다.

많은, 아니 적은 공휴일 중에 식목일이 제외된 것은 생각해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다. 식목일을 제외하면 명절, 어린이날을 빼곤 대부분의 법정공휴일은 역사와 종교에 관련된 날이라 그것을 공휴일에서 제외할 경우 여론의 엄청난 저항을 감내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만만한 식목일이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그 후 식목일은 사실상 존재감이 없어졌다. 올해도 여러 기사에서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식수 행사를 가진다고 짤막하게 나오긴 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곤 이젠 그런 날이 있긴 한가 싶을 정도로 식목일과 이날이 가지는 환경보호의 의미도 함께 퇴색되어 버렸다.

사실 존재감 면에서 이번 주의 주인공은 식목일이 아니라 재보궐 선거다. 광역자치단체장을 둘이나 새로 뽑는 큰 선거고 언론에선 내년 대선의 전초전 정도 되는 빅이벤트라고 떠들고 있지만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이 역시 식목일처럼 평일이다. 또다시 화가 난다. 어쨌든 식목일을 사이에 두고 사전선거와 본 선거가 진행되는 이번 선거지만 후보들의 환경 관련 공약은 찾기 힘들다. 특히 환경오염에 많은 책임이 있는 수도 서울의 시장선거는 그냥 부동산 선거가 돼 버리고 말았다.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는 시장이 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했고 이에 질세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는 강북에 있는 공공주택단지를 재개발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한 재개발과 재건축은 필요하다. 하지만 거기에 따르는 환경오염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두 후보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약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언론에 따르면 지난 1일 서울 13개 자치구의 기후위기 비상행동은 유력 후보들이 서울시 온실가스 배출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는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관련 계획 없이 토건·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우려스럽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다. 만만해서 공휴일에 제외된 식목일처럼 두 후보가 환경문제를 만만하게, 부차적 문제로 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 역시 환경문제를 만만하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 봐야 한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환경오염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을 보면서 ‘인간이 미안해’라며 시시덕거리며 댓글을 다는 수준에 머물러선 안 된다. 우리는 당장 지난주만 해도 미세먼지로 고통받았고, 벌써 두 해째 접어든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이 바이러스도 어떤 연유로 생긴 것인지 잘 알고 있다. 환경문제는 절대 만만하지 않다. 

여동하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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