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훈(행정대학원 석사과정)
김명훈(행정대학원 석사과정)

우리 주변에서 외국인을 만나는 것은 이제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수업에서 외국인 학생들을 학우로 만나는 것 또한 일상이 됐다. 통계도 우리의 일상적 경험과 궤를 같이한다. 2010년 약 125만 명 수준이던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19년 250만 명으로 10년 동안 두 배가 됐다.

그런데 모든 외국인이 합법적인 자격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250만 명 중 약 40만 명은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허가 기간(체류기간)이 만료된 ‘불법체류자’에 해당한다. 어림잡아 여섯 명 중 한 명은 불법체류자라는 것인데, 한국에 불법체류자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아는 학우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불법체류자의 대다수는 관광 목적의 단기 체류(90일 이내)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으로, 대부분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취업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불법체류자가 열심히 일해서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생각해 볼 문제들이 있다.

우선 취업 활동을 위해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은 입국비자 신청 단계부터 여러 사항을 심사받게 된다. 예를 들어 결핵에 걸렸거나, 범죄 경력 등이 있는 경우에는 비자 발급이 제한된다. 반면 관광 목적으로 입국하려는 사람에 대해서는 이런 엄격한 절차를 요구하기가 어렵다. 또 태국과 같이 비자 없이 입국이 가능한 나라도 많다. 이렇게 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후 취업하는 불법체류자가 많아지면, 국경 관리 시스템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취업 목적을 숨긴 위장 입국과 불법체류가 만연해질수록 합법적 절차를 이용하려는 외국인은 피해를 보게 된다. 불법체류자는 내국인뿐만 아니라 합법적으로 외국인을 고용하려는 수요를 잠식한다. 불법체류자가 늘수록 합법적으로 취업 비자를 받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에서 불법체류자가 합법적인 외국인 노동자를 구축하게 될 것이다.

불법체류자가 외국인의 합법적 취업을 저해하는 악순환을 방치한다면, 외국인들이 합법적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무너지게 될 것이다. 이것이 국가가 불법체류를 억제하고 불법체류자의 증가를 막아야 하는 정책적인 개입의 근거다.

불행 중 다행으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는 한국 내 불법체류자의 급격한 증가에 제동을 걸었다. 2016년 이후 3년간 연평균 23%에 달하던 전체 불법체류자 증가율이 2020년에는 1% 미만으로 떨어졌다. 이는 코로나19 전파 억제를 위한 각국 정부의 국경 통제 조치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바꿔 말하면 향후 국가 간 이동이 활성화되면 한국 내 불법체류자 수는 다시 급격히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불법체류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을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 일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가고 우리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이민정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 또한 자연스럽게 커지고 있다. 불법체류 문제 역시 이민정책의 중요한 논점 중 하나이지만, 기성 매체에서는 주로 연민을 자아내는 ‘스토리’에 초점을 맞춰 다뤄지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이 글에서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조망해보고자 했다.

불법체류 문제 외에도, 오늘날 한국의 이민 현상과 이민정책은 다양한 과제들로 가득하다, 학우들이 이민정책의 문제에 더욱 많은 관심을 두고, 더욱 나은 정책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지혜를 빌려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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