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주 강사(비교문학 협동과정)
김은주 강사(비교문학 협동과정)

어빙 고프먼은 1959년 출판된 『자아 연출의 사회학』에서 모든 상호관계 속 인간은 관객 앞에 연기하는 연극배우처럼 공연하고 인상을 남기려 한다고 쓴다. 고프먼은 우리의 일상적 삶을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자아 연출하는 공연과도 같은 것으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자아 연출을 하면서 사회적·심리적·물질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타인의 지각에 영향을 미치도록 의도적으로 자신의 이미지를 디자인하고 통제하려고 노력한다. 어느 정도 자기 기만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이는 자아 연출은 누군가의 호의를 얻고자 하는 일상 생활에서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런 자아 연출은 동시대의 온라인에서 쉴 틈 없이 일어난다. 사람들은 더 나은 나, 더 자연스러운 나, 더 진실한 나를 보여주겠다는 욕망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온라인의 자아 연출에 집착한다. 이는 욕망의 실현이 오프라인 세계보다는 온라인 세계에서 더 빠르고 더 손쉽기 때문이다. 특히 SNS의 일상적인 온라인 자아 연출은 코프먼의 분석을 통과해 분명해진다. 온라인 자아 연출의 기법은 SNS의 기능에 따라 다르며, 온라인 자아는 팔로우 수와 좋아요, 하트, 리트윗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비대해진다. 누군가가 우스갯소리로 정리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내가 이렇게 잘살고 있다고, 인스타그램은 내가 이렇게 잘 먹고 입고 있다고, 트위터는 내가 이렇게 이상하다는 방식으로 자아 연출을 수행하고 관심을 받는다. 무엇보다도 ‘좋아요’와 하트 개수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온라인 자아는 우리 시대의 셀럽이자 인플루언서의 지위를 부여받으며 그 자체로 상업적이다. 확실히 온라인에서 관심은 상품이 된다.

지아 톨렌티노는 『트릭 미러』에서 소셜 미디어의 자발적 자기 노출에 따른 온라인 자아 연출의 극단화된 현상 중 하나로 ‘미덕 과시’(virtue signaling)라는 단어를 소개한다. 미덕 과시는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정치적으로 올바르며 도덕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음을 과시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분명히 소셜 미디어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발언은 해시태그를 통해 약자와의 연대를 표시하는 순기능도 있다. 그러나 미덕 과시는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는 외연에도 불구하고 의로운 사람으로 자신을 과시하고 이 발언으로 주목받는 성취를 통해 온라인 자아의 팽창을 도모한다.

누구나 뉴스를 생산하는 시대에서 빠른 메시지의 전달이 진실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상의 정치적 발언이 곧장 정치적으로 옳은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도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사용자의 클릭과 검색을 반영해 다시 사용자에게 정보를 노출한다. 이젠 하나의 매체 안에서 알고리즘에 따라 정반대의 정보를 습득하는 상황이 파다하다. 이런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온라인 자아의 의견을 과대평가하도록 부추기고 연대감보다는 적대감을 강화하는 인지 편향으로 이끌 수도 있다. 소셜 미디어가 이 상황을 환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온라인 자아들의 팽창과 순환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개인 정보의 판매가 수익을 이끌기 때문이다.

자아 연출의 SNS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그 누구보다 빠른 뉴스를 전달하거나 그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주목받을 만한 옳은 말을 쓰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히려 뭔가 쓰고 싶어지는 근질거리는 욕망을 잠재우고, 한 박자 늦춰 정치적으로 중요한 그 일이 한순간의 관심사로 전락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일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