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희 뉴미디어부장
김규희 뉴미디어부장

“이제는 현실적으로 뭐가 불가능한 건지 모르겠어.”

지난주 내가 새로운 아이템을 하나 더 제안했을 때, 이소현 사회문화부장이 했던 말이다. 그렇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받은 기획안들이 어느새 기사로 나와 있다. 미얀마 기획부터 한미일 국제 학생 토론회까지. 모두 “해 볼 수 있으면 해봐라”라는 피드백을 받았던 것들이다.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다. 경험이 없었던 우리는 매주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다. 마치 게임에서 레벨업을 하듯, 하나의 일을 끝낼 즈음 곧바로 다음 문제가 등장했다. 그러나 그 고생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번 “왜 기획했어?”라는 질문에는 대답을 잘 못한다. 

나는 중학교 때 맨발로 등교를 한 적이 있다. 양말도 신지 않고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의 감촉을 느끼며 학교에 갔다. 내가 신발을 신지 않았다는 사실은 반에서 꽤 늦게 알려졌다. 체육 시간, 신발을 갈아 신기 위해 쪼그려 앉아 있는 친구들을 지나쳐 운동장으로 나갔던 순간이 기억난다. 실내화도 안 신고 맨발로 돌아다니는 애가 있다는 소식은 곧 화젯거리가 됐다. 나의 발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저 멀리 다른 반에서 구경을 오기도 했다. 치마를 줄인 것도 아닌데, 담임선생님과 엄마는 이 문제를 꽤나 어려워하셨다.

“대체 왜 그랬어?”

걱정스러운 눈빛의 상담 선생님부터 초롱초롱한 눈빛의 아이들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궁금해했다. 대답의 버전은 여러 가지였다. 대학 캠퍼스를 맨발로 돌아다녔다는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에 감명을 받아서? 인간을 제외한 그 어떤 동물도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것을 갑자기 깨달아서? 땅을 느껴보고 싶어서? 심각한 표정의 어른들을 보며 나는 내가 제정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럴듯한 말은 다 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진실은 다음과 같다. 그날 아침, 나는 굳이 신발을 신을 이유를 못 느꼈다. 그저 “맨발로 한번 나가봐?”라는 생각을 잠깐 한 후, 그것을 바로 실행에 옮긴 게 다다.

『대학신문』에서 했던 기획들도 마찬가지다. 기사의 필요성이 이미 기획의도에 쓰여있음에도, 나는 “왜 기획했어?”라는 질문을 받는다. 아마 기사의 가치보다는 기획안을 적을 당시 했던 생각을 궁금해하는 것 같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사실 너무 단순해서 민망하다. 

“그냥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했습니다.”

복잡한 이유를 바탕에 두고, 결연한 의지를 가지고 시작했던 것은 없다. 미얀마 기획도, 한미일 국제 학생 토론회도. 모두가 알 만한 이유에 그저 하고 싶은 마음이 더해져 바로 시작했을 뿐이다. 누군가는 이런 내 대답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많은 것들을 생각한다면 맨발로 현관문을 열고 나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