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제정치학회 학술대회

지난 24일(목), 25일 캐피탈 호텔에서는 “2기 부시정부의 출범과 한ㆍ미 동맹, 한ㆍ미 관계”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한국국제정치학회 윤영오 회장(국민대ㆍ정치외교학과)은 “그동안 대미관계 논의가 미국 행정부로 국한됐기 때문에, 미국 의회의 입장을 들어보는 기회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25일, 데니스 할핀 보좌관(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공화당 소속)이 발표한 「위험에 직면한 동맹: 현 한ㆍ미 관계에 대한 미국 의회의 시각」 은 많은 관심을 끌었다. 데니스 보좌관은 현재의 한ㆍ미 동맹이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상태”라며 미국은 한국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하이드 미국 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위원장의 ‘주적(主敵)’ 발언과 북한 인권법에 대한 한국 내의 반발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한국에는 북한인권법을 주도한 세력이 네오콘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법안의 주요 발의자인 공화당 랜터스 의원은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아 인권 의식이 강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참여한 임성호 교수(경희대ㆍ정치외교학과)는 “국제관계는 상호호혜 원칙에 입각해야 하는데, 미국은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라고 비판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이승현 연구관(국회도서관)은 “솔직한 발언을 통해 미국 의회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24일 회의에서는 부시 행정부와 한[]미 관계, 한ㆍ미 양국간의 인식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손병권 교수(중앙대ㆍ국제관계학과)는 2기 부시행정부가 폭정 종식과 자유 민주주의 확산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는 것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미국의 신보수주의가 계속되는 가운데 일방주의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홍규덕 교수(숙명여대ㆍ정치외교학과)는 “미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부시 대통령의 강박관념을 볼 수 있다”고 평했다.
또, 손 교수는 “한ㆍ미관계에서 앞으로 많은 의견차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11 테러,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등으로 양국의 사회 분위기가 변화했고, 정치 엘리트 간의 시각차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이 대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미 공동전선론과 주한미군의 기동군화를 추진하는 반면, 한국 정부는 한국의 중재자론을 내세우고, 미군의 기동군화에 따른 한국군의 타의적 분쟁 개입을 원하지 않는다.

지금의 반미 여론은 반미 ‘감정’ 수준

한편, 이내영 교수(고려대ㆍ정치외교학과)는 「한국인의 대미인식의 변화와 한미관계」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최근 반미여론에 대한 인식은 언론에 의해 과장됐다”며 “고정된 이데올로기로서 반미주의가 아닌 반미감정의 수준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발표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박경서 명예교수(중앙대ㆍ정치외교학과)는 이번 행사에 대해 “자유주의, 시장경제에 대한 노무현 정부의 믿음을 보여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자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정지웅 소장은 “이제 미국과의 갈등 자체를 두려워해야 할 때는 지났다”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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