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2회 방영 후 조기 종영했다. 방영 이전부터 제기된 시놉시스의 역사적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이어 첫 회부터 등장인물 묘사, 소품, 배경 등에 있어 역사 왜곡 문제가 강하게 불거졌다. 

시청자들의 강력한 반발이 나온 배경에는 해당 드라마를 둘러싼 ‘친중’ 논란이 있다. 최근 중국이 ‘문화 동북공정’을 통해 역사 왜곡을 시도한다는 우려가 퍼지며 반중 정서가 고조된 상태에서 이 드라마에 부적절하게 삽입된 중국풍 연출이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작가의 전작들에서도 나타난 역사 인식 및 역사 왜곡 문제가 다시금 조명됐고, 중국계 자본이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이 다각도로 제기됐다. 여기서 진위를 가리기 힘든 의혹들을 논외로 한다 해도, 이 사건이 TV 사극에 특히 자주 등장하는 역사 왜곡의 문제를 다시금 환기한 것은 확실하다. 

논란이 된 이번 드라마의 장르는 창작자의 표현과 해석의 자유를 비교적 광범위하게 보장하는 퓨전 또는 판타지 사극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창작물의 내용이 실제 역사와 심각하게 괴리되고 수용자에게 다양한 맥락에서 사실을 호도한다면 그것은 창작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선 역사 왜곡의 문제가 된다. 특히 국내 방송의 수출이 활발한 상황에서 역사 왜곡의 파급 효과는 배가된다. 이번 논란이 유독 거셌던 배경에는 이 드라마가 해외에 스트리밍되며 중국의 역사 왜곡 시도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퓨전 사극이라 해도 실존 인물과 역사적 배경을 차용할 때는 기본적으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야 하며, 역사적 사실을 각색할 경우 합당한 개연성과 설명이 뒷받침돼야 한다. 〈조선구마사〉는 역사 속 실존 인물의 행적과 사상에 대해 심대한 부정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과도한 각색을 시도했고, 역사학자의 조언 역시 무시했다. 설사 의도한 것이 아닐지라도 결과적으로 창작의 자유의 범위를 넘어서는 역사 왜곡을 저지른 셈이다. 

그동안 TV 사극에서 역사적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왜곡한 경우는 빈번하게 있었다. 〈연개소문〉, 〈선덕여왕〉 등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끈 사극 역시 방영 당시 역사 왜곡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비슷한 논란이 반복됐음에도 불구하고 드라마의 역사 왜곡 문제는 크게 쟁점화되지 않았고, 방송계 역시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한 채 기존의 제작 관행을 답습했다. 방송계는 이번 논란을 통해 창작의 과정에 무리한 역사 왜곡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고 제작 과정을 재정비해야 한다. 문화 콘텐츠의 위상과 위력이 어느 때보다 강해진 오늘날,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도 그만큼 무거운 책임을 짊어졌음을 다시금 인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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