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대학이 될 수 있을까?
서울대는 지속 가능한 친환경 대학이 될 수 있을까?
  • 김민선 기자
  • 승인 2021.04.04 05:2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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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탄소배출권 구매의 이면을 살펴보다

서울대는 2008년 ‘지속 가능한 친환경 서울대’를 선언한 이후 지속 가능한 발전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그린캠퍼스’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그린캠퍼스 선언이 무색하게 서울대는 지난해 서울시에서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기관으로 꼽혔다. 지난 1월 13일에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에서 5억 3천만 원 상당의 배출권을 구매해 2020년의 부족분을 충당했다. 서울대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 기준 약 13만 9천 톤으로, 지난 2년에 비해 감소했지만 다른 대학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대학신문』은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서울대가 지속가능한 캠퍼스로 나아갈 방안을 찾아봤다.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 속성 이해하기

‘탄소배출권 거래 제도’는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경제 정책이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온실가스 다배출기관을 대상으로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운용하고 있다. 정부가 해당 기관에 탄소배출권을 할당하면, 각 기관은 잉여분 또는 부족분을 한국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들어가는 총 사회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한 기관이 탄소를 초과 배출해도 적게 배출한 다른 기관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하면 전체 배출량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거래제는 직접 규제보다 효율성이 낮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전 환경대학원 원장을 맡았던 홍종호 교수(환경계획학과)는 “정부가 탄소배출권을 과다 할당할 경우 애초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탄소배출권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대학?

서울대는 ‘온실가스 다배출기관’이라는 오명에 억울함을 토로한다. 현재 시행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서울대에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각 기관에 탄소배출권을 하향식으로 할당하며, 할당량은 각 기관의 감축 잠재량*을 검토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정해진다. 현행 제도에서 할당량은 건물의 직전 3개년도 배출량의 평균값에 조정계수와 무상할당비율(0.97)을 곱한 값이다.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 정혜진 연구교수는 “현 정부의 할당 방식 하에서는 대학이 실제로 그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 현실적인 검토를 할 수 없다”라며 “국가가 정한 법률적 기준에 따라 대학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지만, 그 기준에 도달하기 어렵다”라고 털어놨다.

할당 방식에 있어 200개가 넘는 서울대의 건물을 하나의 기관으로 간주하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현재 서울대 △관악캠퍼스 △연건캠퍼스 △평창캠퍼스 △부속시설 모두를 하나의 기관으로 간주해 목표치를 할당한다. 시설기획과 관계자는 “실질적으로 서울대의 면적당 에너지 사용량은 많지 않다”라며 “넓은 부지에 있는 건물들을 하나의 기관으로 보는 현행 제도의 시각이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마곡에 위치한 LG 사이언스파크의 경우 전체 부지를 3개로 나눠 배출량을 할당받는다. 각각의 부지는 서울대보다 에너지 사용량이 적지만, 이를 합치면 서울대의 사용량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비영리 연구 기관이라는 대학의 성격 역시 목표량 도달의 어려움으로 꼽힌다. 본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많은 양의 예산을 투입해야 하지만, 비영리 기관이라는 성격 때문에 추가적 예산 확보가 쉽지 않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조명 교체 및 태양광 발전을 제외하고는 에너지 절감 효과가 보장된 기술이 많이 없다”라며 “현재로서는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에너지 절감 사업을 추진하기보다 탄소배출권 구매를 병행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서울대의 성격 또한 에너지 사용량에 영향을 미친다. 학내에는 24시간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건물이 다수 존재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학내 전력원의 40~45%는 연구실험에서 비롯되며, 이 40~45%가 다른 학교와 서울대의 에너지 사용량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내 구성원의 에너지 사용에 대한 요구와 본부의 에너지 사용 감축 사이의 갈등도 온실가스 감축의 장애물이다. 에너지 절약과 이를 위한 건물 개선 사업에는 구성원의 이해와 인내가 필요하지만, 동의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다. 시설기획과 관계자는 “학교 전체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가 큰 편”이라며 “냉난방을 줄이거나 전원 공급을 중단하면 민원이 너무 많이 들어온다”라고 토로했다. 정혜진 연구교수 역시 “학교 입장에서 학생은 고객”이라며 “이런 관계에서 학교가 학생의 에너지 사용량을 제한하기는 쉽지 않아 자발적 참여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합리화할 수 없는 지점은

서울대가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중심대학이라는 점이 환경오염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서울대는 타 대학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국가온실가스 종합관리시스템’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서울대는 다른 대학보다 최대 7배가량의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또한 서울대의 전력 에너지 자립률은 0.7%의 매우 낮은 수치로, 이는 서울대 전력의 99% 이상이 외부에서 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이홍찬 회장은 “많은 대학의 예산 집행 우선순위에서 에너지 분야가 밀리고 있다”라며 “대학이 에너지 다소비 기관이라는 오명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절약 실천 방안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학내 구성원의 에너지와 전기 절약에 대한 부족한 책임의식도 문제로 꼽힌다. 학내 카페와 식당에서는 일회용품이 빈번하게 사용되며, 대다수 학내 구성원은 이에 문제의식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전기와 냉난방 사용에서도 마찬가지로 대다수 학내 기관에서 에너지를 절약할 유인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홍종호 교수는 기숙사를 예시로 들며 “학생들은 전기 사용량과 관계없이 동일한 기숙사비를 지불하기에 전기 절약의 필요성을 쉬이 인지하지 못한다”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지 못한 채 계속해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일부 건물 화장실에서 겨울철 난방이 끊임없이 가동되는 것에 대해서도 “구성원이 오랜 시간 머물지 않는 공간에 난방 투자를 하는 것도 전기 과다 사용이 사례 중 하나”라고 꼬집었다.

생산적·발전적 방향은 무엇일까?

지속 가능한 그린캠퍼스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본부가 적극적으로 환경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먼저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환경 정책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는 거버넌스가 구축돼야 한다. 정혜진 연구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불편함을 개선하는 것 중 후자가 항상 우선됐으나, 최근에는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고 패러다임이 많이 변화하고 있다”라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일례로 본부는 2010년 지속 가능성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는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그린리더십 교과과정’을 개설했다. 그린리더십 교과과정에 참여했던 하지연 씨(지리학과·15·졸)는 “환경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캠페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환경 문제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라고 그린리더십 교과과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타 대학의 성공적인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도 있다. 한국그린캠퍼스협의회 이홍찬 회장은 바람직한 그린캠퍼스 조성 사례로 서울여대와 중원대의 사례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서울여대는 ‘에코캠퍼스실천단’ 조성으로 교육 활동을 통한 에너지 절감 사례를 보여줬으며, 중원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신재생에너지 설비인 지열 냉난방시스템, 태양광발전 및 태양열급탕 시스템 등 시설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하버드대와 펜실베니아대는 환경 단체를 조직한 후 금융 시장과 연계해 그린캠퍼스 구축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그린캠퍼스의 현실적 지속 방안을 보여줬다.

무엇보다도 구성원의 의식 변화와 참여가 절실하다. 시설기획과 관계자는 “학교가 구성원의 에너지 사용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라며 “구성원들이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에 동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신축 건물의 경우 에너지 효율이 기존 건물보다 30% 이상 높게 설계됨에도 실제 효과는 이에 미치지 못한다. 본부가 설계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최종적으로 에너지 사용자인 교직원과 학생들의 생활 습관과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현행 제도에서 서울대에 부과되는 탄소배출권 할당량은 서울대의 867만㎡의 부지와 3만 3천여 명의 구성원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관으로서 서울대는 환경오염을 줄이는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탄소배출권 제도의 긍정적 취지를 이해하고 현실적 목표치를 세워가며 대학이 정부와 협력체를 이룰 때 진정한 그린캠퍼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감축 잠재량: 한 기관이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삽화: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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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2021-04-05 15:50:58
냉난방과 셔틀버스 운행을 포기하고 식당도 운영하지 않고 그러면 서류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