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예진 강사(국어국문학과)
윤예진 강사(국어국문학과)

만우절(April Fool’s Day)은 서양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는 명절(?)로 서로 가벼운 거짓말을 주고받으며 노는 날이다. 이 글이 게재되는 시점에야 사실 2021년도 만우절이 일주일도 더 지난 뒤라 모두의 관심에서 이미 멀어져 있을지 모르겠지만, 올해 만우절은 나에게 여러 가지를 느끼게 해 줬기에 이에 대한 단상을 나눠 보고자 한다.

지난한 일정 조정 끝에 이번 학기 처음으로 화·목 수업을 맡게 됐을 때 머릿속을 스친 많은 생각 중 하나는 ‘아! 그러면 만우절에 수업하겠네!’였다. 기존에는 월·수 수업만 있었기 때문에 강사로서 처음 맞이하는 만우절을 조금은 심심하게 보내겠거니 했는데, 약간 들뜰 수밖에 없었다. 바이러스가 없던 청정한 시절 대학 생활을 보냈던 내게 만우절은 축제에 버금가게 학교가 들뜬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2009년 4월 1일로 돌아가 보면, 중간고사라는 꽃말을 가진 벚꽃은 봉오리가 맺혀 가고 마을버스에는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가득했다. 신입생들만 듣는 수업인 대학국어(지금의 대학글쓰기) 수업에는 온갖 교복이 즐비해 있었다. 당시에 철이 없었던 우리는 만우절을 빙자해 밖에 나가서 야외 수업을 하자는 등 무리한 부탁을 늘어놔 선생님을 당황시켰던 것 같다. 물론 휴강도 야외 강의도 해 주시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날 왠지 평소보다 느슨한 선생님의 입가와 분위기는 12년이 넘게 지난 지금도 뚜렷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다.

그래서 교수자로서 맞이하는 첫 만우절에, 나도 그 흥겨워질 분위기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겠노라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러나 강의를 진행하면서 다짐을 잊었던 나는 3월 31일 밤에 깊은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의 차이 때문이었다.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할 때의 강의실의 분위기는 다분히 쌍방향적이었다. 물론 선생님께서 주로 수업을 진행하시기는 했지만, 전날 술을 진탕 마시고 졸고 있는 친구나 매번 앞자리에 앉아 모든 말씀을 빼놓지 않고 적는 모범생까지. 그 강의실 안에 있는 모두가 하나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ZOOM 강의실은 어떠한가.

물론 온라인 비대면 강의가 참여율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주어져서 그런지(아니면 익명성의 자유 때문인지) 여러 다채로운 질문들이 수업 시간에 제시되곤 한다. 어떤 과제를 내줬을 때도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러나 그런 참여는 자신들끼리 이뤄지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교수자의 행동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난다. 교수자의 설명에 대한 질문, 교수자가 제시한 과제에 대한 참여인 것이다. 비대면 수업에서 교수자가 원하지 않거나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참여는 거의 불가능한 것에 가깝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학생들은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롯이 내 추억에만 빠져 있었다. 부랴부랴 어떻게 하면 만우절의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까 고민을 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물어봤지만, 12년 전 그날에도 흥겨운 분위기에 편승만 했던 나로서는 뾰족한 수가 떠오르질 않았다. 결국 교수자로서 재밌지도 신선하지도 않은 만우절을 강의를 수강생들에게 선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실패 속의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면, 이전까지는 그리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분위기 문제에 대해 다시 생각할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명절로 보내고 싶었던 날을 명절로 보내지 못한 점은 씁쓸하지만, 바보의 날의 바보에 더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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