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여성가족부 설립 20주년: 그간의 행보와 앞으로 나아갈 길

올해로 여성가족부가 20주년을 맞았다.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성평등을 국가적 목표로 삼는 국제사회의 흐름에 맞춰 출범한 여성부는 이후 다른 부처로부터 청소년, 가족 업무를 이관받으며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편됐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여성가족부는 젠더 갈등을 조장하고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에 시달렸고, 지난해 7월에는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와 1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기도 했다. 『대학신문』은 여성가족부의 변천사와 실제 여성가족부에서 진행하는 주요 사업을 살펴보며 앞으로의 방향성을 짚었다.

여성가족부의 탄생과 변화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여러 변화를 거쳐 탄생했다. 1948년 당시 여성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곳은 보건사회부의 ‘부녀국’이다. 6·25 당시 전쟁으로 여성과 아이를 보호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여성정책과 보호를 전담할 ‘부녀아동국’이 탄생했고, 이후 제2정무장관실에서 여성 업무를 담당하다가 김대중 정부에 이르러 대통령 직속의 ‘여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이후 여성특별위원회는 ‘여성부’라는 독립된 정부 기구로 승격됐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권수현 대표는 “성차별과 폭력, 불평등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여성특별위원회에서 제시한 내용을 실행할 부처가 없었기 때문에 젠더 문제를 다루는 여성부가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여성가족부 이전 여성 운동은 여성의 권익을 보호하고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법적·제도적으로 여성의 권리를 명시하는 것에 주력했다.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90년대부터 성평등을 목적으로 입법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 1999년에는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고 2005년에는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후 여성의 늘어난 사회 참여를 지원함과 동시에, 가족과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독립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여성부는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진미정 교수(아동가족학과)는 “정부 조직은 새로운 정부의 출범 등 정치·사회적 환경에 따라 재구성된다”라며 “청소년과 가족 정책은 좁은 의미에서의 복지정책이 아니라 교육·인권·일과 가정의 양립 문제 등 우리의 일상과 맞닿아 있어 여성부가 담당하게 됐다”라고 풀이했다.

여성가족부를 바라보는 시선들

하지만 부서에 대한 대중들의 시선은 다소 차갑다. 여성부 출범 초기부터 페미니즘에 대한 부정적 인식 탓에 해당 부서가 여성만을 우대하는 역차별 정책을 펼친다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온 탓이다. 실제로 청소년·가족 정책 등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영역은 여성 권익 향상에만 있지 않음에도 상당수의 비판이 여성가족부가 여성만을 위한다는 인식에 국한돼 있다.

이런 정서는 특히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되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시사 IN」의 천관율 기자는 『20대 남자』에서 “‘권력이 남성을 차별한다는 인식’이 ‘20대 남자 현상’의 핵심”이라고 지목했다. 여성이 사회진출과 취업 과정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지 않으며, 오히려 여성가족부와 같은 권력기관의 페미니즘 정책 때문에 남성이 약자가 됐다는 것이다. 홍지아 교수(경희대 언론정보학과)는 “기성 언론은 보도 과정에서 젠더 관련 사건이 있을 때마다 문제의 책임자로 여성가족부를 호명해 무능한 부처라는 인식을 심어줬다”라며 “사회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기보다 젠더 갈등 자체를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 때문에 여성가족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더욱 만연하게 됐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여성가족부는 성평등 실현이라는 목표를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예컨대 강남역 살인사건과 고(故) 박원순 시장의 성폭력 사건 당시 국민은 여성가족부에 2차 피해 방지와 제대로 된 사건 해결에 힘쓸 것을 요구했지만, 여성가족부는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신뢰를 더욱 잃었다. 이는 여성가족부에 젠더 폭력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의 성 주류화*를 실현해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가 주어진 데 반해 부서의 권한과 예산이 충분하게 뒷받침되지 못해 나타난 문제다. 배은경 교수는 “성희롱과 성차별을 판단하고 사건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국가인권위원회로 넘어가면서 여성가족부가 개별 사건에 관여할 행정적 권한이 사라졌다”라며 “국민이 기대하는 바와 실제 정부 부처가 할 수 있는 업무가 일치하지 않은 탓에 문제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여성가족부, 무슨 일을 하나?

이런 논란 탓에 정작 여성가족부에서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현장에서 여성가족부는 어떤 정책을 통해 여성·청소년·가족 관련 권익 향상에 이바지하고 있을까? 기자는 여성가족부 산하의 관악구 단체들을 찾아 실질적인 운영 현황을 살피고, 관계자들로부터 그 과정에서 어떤 고충을 겪고 있는지 들어봤다.

‘해바라기센터’ 사업은 여성가족부가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정책 중 하나다. 2005년, 여성가족부는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에 대한 의료·상담·심리치료·수사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자 해바라기센터라는 별도의 전문 기관을 전국에 설치했다. 그중 서울 해바라기센터는 여성가족부·서울특별시·서울경찰청·서울대병원과 4자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피해자를 통합적으로 돕고 있다. 서울 해바라기센터 정명신 부소장은 “경찰 신고를 통해 피해자가 해바라기센터로 연계되면 병원 응급지원과 함께 피해자 진술 및 물적 증거 확보를 위한 수사 지원이 이뤄진다”라며 “이후 지속 지원 단계에서는 심리적·법적 지원을 통해 피해자가 후유증을 극복하고 법적 해결을 이룰 수 있게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청소년 정책의 경우, 크게 ‘위기청소년 상담 복지 지원’과 ‘청소년 수련 활동 지원’으로 이뤄져 있다. 2011년 정부 차원의 사업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청소년상담복지센터는 여성가족부와 지자체의 후원을 받아 청소년에게 심리상담과 각종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안전망’ 사업은 지역사회 청소년에 대한 통합적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관악구 청소년상담복지센터 민철홍 팀장은 “구청, 주민센터, 타 센터와 학교뿐 아니라 민간 자영업자로 구성된 1388 청소년지원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체와 협업해 청소년에게 도움을 제공한다”라고 밝혔다.

여성가족부에서 가장 많은 예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 분야는 ‘가족’이다. 올해 발표된 ‘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안)’의 정책 목표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배제되지 않는 정책 △지역사회 기반의 통합적 가족 서비스 제공 △남녀 모두가 일과 육아를 병행할 권리 보장이다. 관악구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고선 팀장은 “4차 계획안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장기화 상황을 반영해 가족의 생애주기별 발달과업 교육을 제공하는 ‘가족학교’ 프로그램과 취약가정에 대한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확대했다”라고 밝혔다. 양육 공백 해소를 위한 아이돌보미 서비스와 다양한 형태의 가족에 대한 지원도 이뤄진다. 고선 팀장은 “1인 가구 비율이 점차 늘어나면서 2014년부터 1인 가구에 대한 단계별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라며 “올해는 지난해 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주변에 드러나지 않는 은둔형 1인 가구를 발굴하는 사업을 시도하려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센터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과 예산 및 인력난을 호소했다. 지난달 4일에는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친족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를 접수했지만, 야간 당직 의료진이 없어 피해자가 인근 해바라기센터에서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정명신 부소장은 “직원 중 누군가가 병가를 내거나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나 자가격리를 하게 돼 출근하지 못하면 센터 운영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며 “관련 종사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처우를 개선할 제반적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민철홍 팀장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예고 없이 휴관하는 경우가 있는데, 청소년이 필요할 때 센터로부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 자살·자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라며 “청소년 사업에 더 많이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라고 바람을 표했다.

여성가족부 20주년, 앞으로 나아갈 길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여성가족부가 성평등 사회의 실현이라는 목표와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한혜정 명예교수(연세대 문화인류학과)는 “공공과 사적 영역 간의 관계를 제대로 살펴 여성에게 가해진 일상과 비일상에서 자행되는 폭력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구조적 권한과 위상을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각 정부 부처에 ‘양성평등 담당관’을 두고, 이들이 협의체를 구성해 정책 방향성을 논의하는 것이 그 예시다. 권수현 대표는 “모든 부처가 성평등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 수행해야 하고, 여성가족부가 이를 점검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위상을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안했다. 배은경 교수 역시 “중앙에서 각각의 부처로 업무가 뻗어 나가는 허브 구조의 형태여야 성평등 관련 문제를 특정 부서에 떠넘기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청소년 정책의 경우,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어 현장과 활발히 소통하며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에 기반한 청소년활동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청소년정책연대 이영일 대표는 “청소년 전담 부서는 독립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여성가족부 내에 민간 현장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위원회를 만들고, 청소년 지도사들과의 소통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수완뉴스 박정우 칼럼니스트 역시 “그간 청소년참여위원회,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운영위원회와 관련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예산을 지원해 온 것처럼, 앞으로도 청소년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여 사회 참여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써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또한 남녀노소를 아우르는 가족 정책을 바탕으로 가족 내 성평등·세대평등을 촉진하고 관할 범위를 가족의 전 생애주기적 차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진미정 교수는 “보육정책·초등돌봄·학교 안팎의 청소년에 대한 정책을 각각 다른 부처에서 관할하며 생기는 부처 간 소관주의가 해결돼야 한다”라며 “온전한 가족 정책을 위해 보육과 돌봄 정책도 함께 관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진 교수는 “가족을 꾸준히 변화하는 생활단위라는 큰 틀에서 접근할 때 정부가 정책적 개입의 지점을 더 잘 포착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여성가족부가 담당하는 성평등·청소년·가족 정책은 돌봄, 주체, 상생이라는 우리 사회의 핵심 가치를 실현하는 데 기여하기에 중요하다. 여성가족부에 대한 건설적 비판이 아닌, 무조건적인 비난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여성·청소년·가족 관련 효과적인 정책과 관련 분야 종사자가 늘어나려면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정부 구조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의 위상 재정립 및 타 부처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성 주류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사회 모든 주류 영역에 참여해 목소리를 내고 의사결정권을 갖는 형태로 사회 시스템 운영 전반이 전환되는 것.

 

인포그래픽: 김지온 기자 kion2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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