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 LG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파업 농성 현장을 찾다

지난해 12월 31일, LG그룹 가족 회사의 재하청 업체가 바뀌면서 LG 트윈타워의 청소노동자들이 전원 해고됐다. 업체 측에서는 전환 배치를 제안했지만, 노동자들은 ‘고용 유지’가 아닌 ‘고용 승계’를 원한다. 이번 해고는 사실상 노조를 만든 것에 대한 LG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므로, 부당하게 잃은 일자리를 되찾고 싶다는 것이 노조 측의 주장이다. 노동자들은 일터로 돌아가기 위해 투쟁의 텐트를 쳤다. 『대학신문』은 LG 트윈타워 앞에서 고용 승계를 요구하는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농성 현장을 찾았다.

◇행복한 고용 승계 텐트촌=LG 트윈타워 로비에서 처음 시작된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농성은 100일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 파업 농성이 공식적으로 시작된 날은 지난해 12월 16일, 그리고 텐트촌을 만든 날은 지난달 22일이다. 텐트촌의 이름은 ‘행복한 고용 승계 텐트촌’이다. 청소노동자 A씨는 일주일에 세 번은 텐트에서 숙식한다. 파업 농성은 조합원들이 조를 짜서 돌아가며 숙식하고, 매주 목요일에는 모두가 모여 촛불 문화제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힘든 점은 없냐는 질문에 A씨는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연히 힘들다. 해고되기 전에는 로비 안에서 시위를 했지만, 해고된 후로는 로비 밖에서 싸워야 했다”라며 담담히 토로했다. 한참 뜸을 들이던 A씨는 “사실 텐트를 칠 때까지만 해도 교섭이 금방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연한 권리를 찾아=이들이 이렇게 투쟁하는 이유는 고용 승계 때문이다. 이들은 LG그룹 가족 가족 회사인 ‘S&I 코퍼레이션’의 청소 하청 업체였던 ‘지수 I&C’ 소속으로, 길게는 10년 이상 LG 트윈타워에서 일했다. 그러나 노조는 2019년 10월이 돼서야 생겼다. A씨와 동료 B씨는 노조가 생기기 전까지는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누려야 할 마땅할 권리가 있음에도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알게 된 부분도 많았다고 답했다. ‘근무 시간 꺾기’와 청소 관리자의 횡포는 이들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근무 시간 꺾기는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근로 계약에서 정하고 있는 근무 시간보다 일찍 퇴근시키고, 그만큼 근로 수당을 깎는 수법이다. 노동자들은 평일에 30분씩 근무 시간 꺾기를 당했고, 일주일 동안 쌓인 2시간 30분의 노동시간 부족분을 격주 토요일마다 무임금 노동으로 채웠다.

시종일관 조곤조곤 이야기하던 A씨는 노조가 없던 시기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언성이 높아졌다. “청소 관리자는 우리에게 바닥 왁스 작업을 시킨 뒤 수당을 중간에서 갈취해가고, 간식으로 나오는 빵과 우유를 가로채기도 했다. 종종 야간에 무임금으로 일을 시키곤 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수당이 나오는 일이었더라. 노조가 생기고 나서야 돈을 받았다”라며 지난날을 떠올렸다.

노조는 이들에게 작업환경을 변화시켜준 소중한 존재다. 근무 시간 꺾기와 관리자의 횡포 모두 노조가 생기고 나서는 사라졌다. 그러나 조합원 노동자들은 관리자들에 의해 몰래 감시당했고, 노조 내부를 와해시키려는 시도도 계속됐다. 업체 측에서 돈을 주며 조합원을 회유하기도 했다고 B씨는 증언했다. 또한 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노조에 가입한 청소노동자들이 해고당함과 동시에 LG 트윈타워 청소 관리자와 비조합원 청소노동자 10여 명만 고용을 승계했다. 고용 승계의 대상에서 노조원만 제외된 것이다. “이건 노조를 만든 것에 대한 탄압이죠. 우리가 몇 년 동안 일해온 정든 곳인데, 갑자기 일을 못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여기서 시작했으니,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어요.”라고 B씨는 말했다.

이들에게는 고용 승계와 노조 보호, 둘 다 중요하다. 노조가 없었으면 교섭을 요구하기도 힘들었을 거라고 조합원들은 답했다. “그래도 노조가 있던 1년 동안에는 말할 수 있는 여건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좋았다”라고 A씨는 거듭 말했다. A씨는 노조를 가족에 비유했다. “오빠 같아. 집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 나를 지켜주고 도와주는 그런 존재.”

◇대답 없는 메아리=100일을 넘게 이어온 투쟁이지만, 정작 업체 측과의 정식 교섭은 3월 31일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사측에서 내놓은 “LG 마포 빌딩에서 일하라”라는 내용의 타협안은 고용 승계가 아닌 고용 유지에 국한된다. 농성 현장에서 함께 투쟁해온 민주노총 황지수 조직차장의 말에 따르면 타협안에 정년, 업무 분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고 다소 추상적인 내용만 나열돼있어 생산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허무하게 끝나버린 교섭의 장은 농성 중인 노동자들의 마음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텐트 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다. 다시 대화가 이뤄질 때까지, LG 트윈타워 로비 안으로 정식으로 들어갈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A씨는 “이렇게 오랫동안 싸웠는데, 대답이 없어. 메아리도 없어”라며 허탈함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에 A씨는 “똑같은 말 계속 반복해서 미안해요, 우리가 말을 잘 못 해서, 잘하는 건 따로 있는데”라고 말하며 손으로 건물 쪽을 가리켰다. A씨가 동료들과 함께 정든 일터로 다시 돌아가 행복하게 청소할 수 있는 날은 언제 올까. ‘행복한 고용 승계 텐트촌’이라는 이름은 중의적으로 해석된다. 행복한 것은 텐트촌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행복은 고용 승계가 이뤄질 때, 텐트촌이 치워질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겨울이 지나고 햇살의 기운은 따뜻해졌지만, LG 트윈타워 앞의 노동자들에게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 그들에게도 봄이 오길, 그동안 했던 고생들이 헛되지 않길, 잠시나마 주어졌던 당연한 권리들이 다시 그들의 손에 들어오길 기다린다.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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