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사전형 웹사이트 ‘나무위키’를 파헤치다

‘나무위키’는 디지털 사회에서 꿈꾸는 집단 지성의 활발한 교류를 지향하는 사전형 웹사이트다. 하위문화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 관한 항목이 기록돼 있는 만큼 높은 범용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나무위키가 가진 다양한 문제점에 대한 지적과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신문』은 나무위키의 특징과 문제점, 그리고 앞으로 이용자들이 지향해야 하는 방향에 대해 살펴봤다.

나무위키, 도대체 그게 뭔데?

위키는 소프트웨어 엔진의 총칭으로, 누구나 문서 편집 권한을 가지는 온라인 사전 사이트를 일컫는다. 위키 엔진을 사용하는 사전형 웹사이트들은 사용자가 정보를 간편하게 작성할 수 있어 정보 갱신이 빠르고 다양하게 이뤄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아날로그 환경에서 분야별 전문가의 권위와 신뢰성을 기반으로 제작되는 아날로그 사전과 완전히 다르다. 류인태 연구원(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은 해당 웹사이트들이 “집단 지성이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온라인 환경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전들과 차별화된다”라고 평가했다. 나무위키 역시 이런 위키 엔진을 사용하는 사전형 웹사이트다. 온라인 커뮤니티 ‘엔젤하이로’에서 개설한 ‘리그베다 위키’로부터 분기된 웹사이트로, 위키 엔진 기반 웹사이트들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이용된다. 국내에서 위키 엔진을 활용한 사전형 웹사이트의 기본형 ‘위키피디아’의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나무위키의 인기가 일반적인 사전에 기재되지 않은 서술을 다수 포함하는 것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나무위키는 “이용자가 자유롭게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위키 사이트로서 특정 영역에 편중되지 않은, 학문·서브컬처* 등 다양한 분야를 포용해 진흥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며, 경직되고 건조한 서술이 아닌 어느 정도 재미를 갖춘 서술”을 지향한다. 류인태 연구원은 “일종의 서브컬처를 지향하는 지식 편찬 및 공유 문화가 나무위키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평소 나무위키를 자주 사용하는 류다혜 씨(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19) 역시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정보를 가장 편하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나무위키를 자주 읽는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문화 전반의 문제인가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항목을 작성하고 수정하면서 사이트를 만들어간다는 나무위키의 장점은 단점이 되기도 한다. 최근 혐오 표현이 나무위키의 다양한 항목에서 드러난다는 문제가 자주 지적된다. 류다혜 씨는 “항목 작성자의 속마음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고, 그중에는 여성혐오적인 관점과 요소가 꽤 눈에 띈다는 점이 불편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나무위키 내 ‘페미니즘은 지능의 문제’라는 제목이 달린 항목 등이 존재하는 등 차별적인 시선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편이다. 김수아 교수(언론정보학과)는 “나무위키 내 특정 문서에 존재하는 차별적 표현은 유머 형태로 인지되면서 사용자가 차별을 자연스럽게 용인하도록 유도한다”라며 그 이유가 “검색을 통해 필요한 문서만을 보는 시스템에 있다”라고 짚었다. 이를테면 소수자에 대한 시선이 문서마다 다르게 나타나, 어떤 문서에서는 인종차별 표현을 유머로 쓰는 부적절한 행태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나무위키가 위키라는 특성 탓에 나무위키상의 혐오 표현의 파급력이 증폭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류인태 연구원은 “나무위키는 단순한 온라인 커뮤니티가 아닌 지식을 다루는 공간이기 때문에 차별과 혐오가 반영된 서술의 파급력이 크다”라며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나무위키를 이용하는 올바른 자세

개선해야 할 점은 많지만, 나무위키가 디지털 환경을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은 분명하다. 류다혜 씨는 “아이돌, 영화, 배우 등에 관한 항목이 많아서 좋다. 한 항목에 연결된 다른 문서를 타고 들어가 읽다 보면 시간이 금방 가기도 한다”라고 말하며 나무위키를 읽는 것 자체가 일종의 유희 거리라고 말했다. 이용자와의 상호작용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나무위키의 특성상,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용자의 태도를 개선해야 한다.

나무위키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용자는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할까? 류인태 연구원은 지식의 생산자로서 사용자가 환경 개선에 직접 참여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류 연구원은 “집단 지성을 자처하는 웹상의 지식 플랫폼에서는 누구나 생산자가 될 수 있다”라며 “다수의 이용자가 문제 없는 지식을 편찬한다면 논란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수아 교수 역시 “어떤 위키건 성패는 참여자의 다양성에 있다”라며 “문서 내용에 책임감을 가지고 편집에 꾸준히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하게 존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식 공유의 놀이터에서 출발한 나무위키는 현시대 디지털 문화의 상징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 규모와 함께 영향력이 커지면서 하나의 거대한 공론장이 꾸려지고 있는 만큼,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나무위키의 긍정적인 발전을 도모하는 것에서 시작해, 최종적으로 건강한 디지털 문화를 형성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서브컬처: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음악 등 대중문화에 의해 제공되지만 일상적으로 향유되지 않는 문화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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