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정부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노동자 처우 개선 예산을 반영하라”

지난 2일(금) △전국대학노동조합 서울대지부(대학노조)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기계·전기분회(일반노조 기계·전기분회) △서울일반노동조합 서울대 시설분회(일반노조 시설분회)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비서공) △빗소리 of SNU는 2022년 정부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반영하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본부에 발송했다. 이들은 공동성명에서 “본부는 그동안 자체직원(무기계약직) 및 시설관리직 등과의 임금 교섭에서 항상 예산이 없다는 이유로 처우 개선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라며 매년 4월 30일까지 본부가 교육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하는 2022년도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 현실 토로해=그동안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인 청소·경비·기계·전기·소방·통신 등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법인직원과의 임금 격차와 복지 차별을 철폐할 것을 주장해왔다. 이들은 그동안의 낮은 인건비 예산으로는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인 자체직원들의 경우 파편화된 고용구조로 인해 임금 체계와 복지가 기관별로 차등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임금·복지 비용이 그간 예산안에서 인건비에 포함되지 못하고 운영비에서 지급돼왔다고 토로했다. 생활협동조합(생협) 노동자들은 기존에도 존재한 저임금·고강도 노동 문제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임금이 삭감되는 등의 문제를 겪고 있음에도 인건비 인상은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되고 있음을 호소했다. 대학노조 이창수 부지부장은 “현재 생협 자체 예산으로 인건비를 보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자체 예산을 인건비에 더 할당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생협이 특성상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점을 언급하며 “본부 차원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이 더욱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복지의 질도 떨어질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학내 노동자들이 바라는 바는=학내 노조 및 이와 연대하는 학내 단체는 예산 반영 요구에 관해 직종별(시설관리직·자체직원·생협) 처우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서 시설관리직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 △임금 체계 개편 △복지 차별 해소를 위한 예산 마련을 요구했다. 자체직원들은 △임금·복지 비용의 인건비 예산요구서 반영 △기관별 임금 체계와 복지 통일 △법인직원과의 차별 해소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생협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복지 향상에 본부가 직접 재정적 책임을 질 것을 주장하며, 2022년 출연금 예산요구서에 생협 노동자 인건비 직접 지원 예산을 반영하고 생협을 직영화할 것을 제시했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생협은 학내 구성원들의 복지를 위해 만들어진 협동조합인 만큼 다른 법인보다 저렴하게 서비스를 제공한다”라며 본부가 재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당위성을 밝혔다. 그는 “생협 직영화와 본부 차원의 직접적 지원이 이뤄지면 고용도 안정되고 복지의 질도 향상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성명 발표 단위들은 이번 예산 요구에 대한 구성원들의 이해와 연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창수 부지부장은 “생협 노동자들은 학교의 복지를 위해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이자 서울대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며 학내 노동 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구성원들의 연대를 요청했다. 비서공 이재현 학생대표(서양사학과·18)는 요구안에 대해 “노동자 권리에 관한 것이지만 학생 권리와도 밀접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학내 노동자들이 담당하는 일은 학생들의 삶과 맞닿아있다”라며 “공동성명에서 추구하는 바가 노동자와 학생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한 방향이라는 것을 알아달라”라고 당부했다.

◇추후 계획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공문에 대한 본부의 논의는 오는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총무과 관계자는 특히 자체직원 측 요구사항에 대해 “자체직원 교섭 대표노조인 서울대학교노동조합(서울대노조)과 이미 관련 내용으로 교섭을 진행 중이었다”라며 “노조 간 의견을 모두 고려해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자체직원 대표노조로 교섭을 진행 중인 서울대노조 박종석 위원장은 공문 발송 이전에 서울대노조와의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으나, 공문의 내용에 대해서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그는 “만일 본부에서 요구안을 수용하더라도 정부에서 이를 허가하지 않는다면 이후 본부와의 교섭에서 임금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라며 해당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노조도 학내 노동자들을 위한 교섭을 추진 중이며, 오는 20일 진행되는 자체직원 본교섭 상견례 이후부터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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