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학교 속 혼자만의 공간 찾기

Q. 학교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있나요?

A. 혼자만의 공간, 『대학신문』이 찾아드립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학교라는 특성상 당연히 어디든 누군가와 함께할 수밖에 없지만, 때로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 혼자 있을 공간이 간절해지기도 한다. 학교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혼자 시간을 보내고자 일부러 사람이 없는 길을 찾아가기도 하고, 사람이 없는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혼자 있을 공간이 필요하다. 넓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혼자’가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혼자 울 수 있는, 고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어디로 가야 할까요?”

기숙사생인 이경서 씨(미학과·19)는 “24시간 중에 혼자 있는 시간은 1시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학내에 혼자 있을 공간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라면서 “기숙사에서 울다가 룸메이트가 들어와서 당황한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기숙사생들은 특히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들은 때때로 감정을 정리하고 싶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다. 이런 사람을 위해 혼자 눈물을 흘리거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을 찾아봤다.

 

예술계복합교육연구동(74동)뒤편의 작은 쉼터

자하연에서 74동으로 걸어 올라가는 길, 나무와 수풀 사이에 숨어 있는 길이 있다. 그 가운데에 있는 여섯 개의 벤치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길 틈에 숨은 혼자만의 공간이 돼준다. 자주 가던 길 가까이에 있지만, 발견하기 어려운 이곳은 사람들로부터 보이지 않아 혼자서 쉴 수 있다는 느낌을 준다.

IBK 커뮤니케이션 센터(64동) 옆 테라스

종합운동장에서 64동으로 이어지는 길 뒤편에는 숨은 공간이 있다. 길에서 두 번 모퉁이를 돌아야 들어갈 수 있는 이 공간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서 쉬고 싶거나 주변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긴 통화를 해야 할 때 찾기 적합하다. 길에서 떨어져 있어 행인이 없고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 맑은 날 기분 전환을 하기 좋다. 높은 건물 외벽으로 삼면이 가려져 있어 고립된 느낌이 드는 동시에 한 쪽은 개방돼 있어 학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전파천문대(48-1동)로 올라가는 산책길

컴퓨터연구소(138동) 옆 인도를 따라 조금 내려가다 보면 산 쪽으로 나 있는 길이 시작된다. 그 길을 따라 올라가면 끝에는 전파천문대가 있다. 이 길을 걷다 보면 점점 고도가 높아지며 학교 건물들과 멀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쪽은 산으로 막혀 있고 반대쪽도 나무가 심어져 아래에 있는 건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벚나무가 양쪽에 있어 봄에는 벚꽃 잎이 흩날리는 광경도 볼 수 있다. 주변에 건물이 없어 큰소리를 치거나 소리 내 울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한적한 길을 걸으며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혼자만의 공부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어디 없을까요?”

개인 연구실이 없는 강사 역시 혼자만의 공간이 부족하다. 오종환 강사(연합전공 정보문화학)는 “연구실을 6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어 혼자 있으려면 모두 퇴근한 후 새벽 시간에 이용해야 한다”라며 “외부 연구원과 온라인 미팅을 할 때 주변에 사람이 있으면 불편하고, 강의할 때는 연구실에서 할 수 없어 다른 장소를 찾아야 한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기숙사생 배성윤 씨(국어국문학과·19)는 “화상 강의를 들을 때 서로의 수업에 방해가 될까 봐 룸메이트들이 신경 쓰인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비대면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공간을 찾아봤다.

중앙도서관 1인 학습실

중앙도서관은 2층에 4개의 1인 학습실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편하게 공부하도록 지난해 7월 설치된 이곳은 사면이 막힌 방에서 완벽하게 혼자가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자유롭게 발표 수업을 할 수 있고 강사들은 수업도 할 수 있다. 중앙도서관 홈페이지에서 3일 전부터 당일까지 예약 가능하며, 1인당 하루 1회 3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다. 각 방에는 두꺼운 문이 있고 학습실의 위치가 외부 자료실과 멀어 이용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소리를 낼 수 있다.

시진핑 기증 도서 자료실

중앙도서관 2층의 복도를 따라 깊이 들어가다 보면 구석에 시진핑 기증 도서 자료실을 찾아볼 수 있다. 불도 켜져 있지 않은 이곳은 여러 개의 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어 도서관 이용자들이 잘 찾지 않는다. 내부에는 큰 책상이 놓여 있고 일인용 소파 2개가 있다. 소파에 앉아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고, 책상에 앉아 조용한 분위기에서 책도 읽을 수 있다. 온라인 수업이 있을 때 이곳에 가면 넓은 책상을 혼자 사용할 수 있다. 사람이 많지 않아 쾌적한 공기가 느껴지는 이곳은 사람이 많은 도서관에서 보기 드문 공간이다.

학내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위해 기자가 온종일 20,000보가량 걸으며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눈에 띄지 않는 모든 길로 들어서 봤지만, 학교 속에서 혼자가 될 공간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만큼 학교 내에서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불편함을 겪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다. 사람이 없는 곳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때, 실시간 수업을 앞두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이 기사를 떠올리길 바란다.

레이아웃: 이다경 부편집장 lid041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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