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및 인권침해 피해자의 일상, 행복, 진로에 대해 고민하다

지난달 31일 대학원총학생회(원총)은 ‘대학원생 성폭력, 인권침해 사건 피해자 보호를 위한 개선안 및 피해 조력자를 위한 행동지침 제안’(보고서)을 배포했다. 보고서는 학내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의 2차 피해의 구조와 유형을 분류하고 피해를 해소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개선안은 △심의·조사·징계 과정의 개선 △2차 피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 정비 △피해 회복 지원과 대학의 책임 등의 내용을 포함한다. 2차 피해의 대응 방안과 더불어 보고서는 피해자의 조력자 및 대리인을 위한 행동지침도 명시한다.

◇가해자 징계, 사건 해결의 전부는 아냐=보고서는 그동안 피해자가 대학 내 소속집단에서 미래를 기획하고 성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과 책임이 부족했던 상황을 지적하고 앞으로 제도 개선과 더불어 구성원의 성인지·인권 감수성과 실천력을 높여야 한다고 명시한다. 전 대학원총학생회 고등교육전문위원을 지낸 이우창 씨(영어영문학과 박사과정)는 “단순히 교원 처벌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에 이후 피해 대학원생의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집중했다”라고 보고서 작성 계기를 설명했다. 서울대 인권센터 운영위원인 문지호 씨(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 수료)는 “2차 피해 예방 및 피해자 복귀 문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복잡하기에 제도적·문화적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2차 가해, 피해자 진로에 부정적인 영향 미쳐=성폭력이나 인권침해 사건은 피해 발생 순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제도와 주변인의 부적절한 대응으로 피해자의 교육, 연구, 노동에서의 권리를 침해한다. 배경민 씨(영어영문학과 석사과정)는 “대학원은 학생이 학문적, 직업적으로 몸담은 공동체”라며 “그 안에서 인적 네트워크 및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에 형사 처벌 외에도 고려해야 하는 점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우창 씨 역시 “학교 및 학과 차원에서 책임과 의무를 갖고 학생의 다음 경력을 위해 새로운 지도교수를 지정하는 조치부터 취해야 한다”라며 “현재 서울대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잘 돼 있지 않다”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대리인 및 조력자의 존재도 중요해=조력자는 원총과 같이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단체 또는 피해자 주변의 개인적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조력자 및 대리인은 피해자가 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지지하며 2차 가해가 발행할 시 관련 기관에 알려야 한다. 이우창 씨는 “피해자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어려움을 겪을 것인지 누적된 데이터가 없다”라며 “원총처럼 경험을 누적하는 집단이 조력자가 돼 안내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조력자들은 피해자와 가깝게 지내고 지지하면서 자신의 제도적 생존을 감당해야 하는 위험이 있다”라며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피해자가 감정적으로 고립된 상태에 빠져 정신적으로 무너지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조력자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서울대에는 음대 C교수 교원징계위원회 진행 과정에서 피해자가 배제되고 (『대학신문』 2020년 10월 19일 자), 서문과 A교수 사건의 피해자가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등의 사례가 있었다. (『대학신문』 2021년 4월 5일 자) 2차 가해 문제 혹은 유사한 상황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친 낙관이다. 앞으로 닥칠 상황에 대비하고 현재의 제도적 미비점을 지적했다는 점에서 보고서 배포가 대학원생 성폭력 및 인권침해 사건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하나의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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