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관악’과 가까워지는 ‘관악캠’을 꿈꾸며

본 기사는 인터랙티브 기사로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관악산 외진 지역에 조성된 관악캠퍼스(관악캠)는 그동안 심각한 교통난으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서울대는 과거 경전철 신림선의 학내 연장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이에 서울대는 경전철 서부선의 학내 연장을 추진하며 교통난 해결을 도모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가 서울대입구역부터 서울대 정문 인근 신림선 역까지 서부선 구간을 연장하는 계획을 승인하면서 서울대는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학내 경전철 연장은 교통난 해결을 위한 유효한 대안일까? 경전철 신림선의 개통을 1년가량 앞둔 현재, 『대학신문』은 그동안의 학내 경전철 연장 논의를 되짚고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의 효과를 검토해 봤다.

 

힘들어도 너무 힘든 등굣길

관악구를 비롯한 서울시 서남권은 대표적인 교통 소외 지역으로 꼽힌다. 2015년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 요약 보고서’에 따르면 관악구 일대 상당 부분은 철도망으로부터 유리된 도시철도 서비스 취약지역이다. 더군다나 관악캠은 현재 관악구 내 유일한 철도인 지하철 2호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 학내 구성원이 체감하는 교통 문제는 가중될 수밖에 없다.

등하교 시간대 지하철역 인근 버스 정류장에서는 학내 구성원이 장사진을 이루는 풍경을 찾아볼 수 있다. 지하철에서 내리는 학내 구성원은 다시 버스로 환승해야 관악캠으로 갈 수 있다. 수원에서 통학하는 김지민 씨(언론정보학과·19)는 “서울대입구역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인 3번 출구 쪽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6번 출구로 나와 한 버스 정거장 앞에서 주로 탑승한다”라면서 “한 정거장 앞에서 타는데도 버스 탑승객이 많아 자리가 부족했다”라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성남에서 통학하는 김혜원 씨(국어국문학과·19)는 “원래 서울대입구역에서 5513번 버스를 탔으나 도저히 버스에 앉을 수가 없었다”라며 “낙성대역에서 출발하는 관악02 버스는 그나마 앉을 수 있어 주로 관악02를 탄다”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자가용을 이용해도 불편함은 마찬가지다. 관악캠 하루 출입 차량이 15,000여 대에 달하는 것에 비해 학내 주차 공간은 약 4,800면에 그친다. 차량 통행량보다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학내 주차 정기권을 등록해 출퇴근하는 기획과 구민정 행정관은 “오후에 늦게 오는 날은 주차할 곳이 없어 난감하다”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일 평균 접근 경로별 버스 통행량 비율관악캠으로 접근 가능한 경로별로 △시내버스 △마을버스 △셔틀버스의 캠퍼스 통행량 추정치를 계산함. (자료 출처: 서울열린데이터 광장 및 캠퍼스관리과)
▼2019년 9월 일 평균 접근 경로별 버스 통행량 비율관악캠으로 접근 가능한 경로별로 △시내버스 △마을버스 △셔틀버스의 캠퍼스 통행량 추정치를 계산함. (자료 출처: 서울열린데이터 광장 및 캠퍼스관리과)

 

강산 바뀔 세월에 경전철 연장은 아직 논의 중

경전철은 서울대를 비롯한 관악구의 교통난을 타개할 방안으로 2000년부터 주목받았다. 2000년 ‘서울특별시 교통정비 중기계획’에서 신림 일대와 서울대입구를 잇는 교통수단을 마련하는 계획이 수록됐으며, 이듬해 15㎞의 철도로 여의도와 서울대를 연결하는 경전철 신림·난곡선이 건설교통부 ‘수도권 광역교통망 계획’에 포함됐다. 2008년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 기본계획’에 현재 공사 중인 경전철 신림선과 유사한 7.82㎞ 길이의 노선안이 담겼고, 이후 2013년 서울시에서 도시철도 기본계획의 변경안을 발표하면서 경전철 신림선 학내 연장이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그러나 2013년 당시 신림선 학내 연장 사업은 800억에 달하는 사업비 분담을 두고 서울시와 서울대가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좌초됐다. 당시 ‘경전철 민간투자사업 업무처리지침’(국토해양부훈령 제812호)에 의하면 전체 경전철 사업비는 △민간 사업비 50% 이상 △인근지역 개발 부담금 20% 이상 △국고 지원 12% 이내 △서울시 지방비 18%로 마련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민간 사업비 50%를 제외한 400억을 연장안의 수혜자인 서울대가 부담할 것을 요구했고 서울대는 사업비의 50%가 아닌 20%를 부담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둘의 입장 차는 좁혀지지 못했다.

교착 상태를 겪던 신림선 학내 연장 사업은 2016년 일시적으로 재논의됐다. 당시 서울시의회에서 신림선 차량 기지를 기존 계획상의 보라매공원이 아닌 새로운 장소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서울시가 서울대 대운동장을 차량 기지 후보지로 물색한 것이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협력부처장으로 재직한 김재영 교수(건설환경공학부)는 “대운동장 지하를 개발해서 가장 저층부터 경전철 차고지, 주차장, 실내스포츠와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최상 지상부는 운동장으로 복원하는 것이 본부 구상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에서 결국 신림선 차량 기지를 서울대 대운동장이 아닌 보라매공원으로 확정하면서 신림선 학내 연장은 재차 흐지부지됐다. 2016년경 협력부처장으로 부임했던 한규섭 교수(언론정보학과)는 “서울시가 먼저 차량 기지와 관련해 본부에 문의해왔고, 이후 본부는 서울시 관계자들과 협상하려 했었으나 결국 무산됐다”라고 회고했다.

무산된 신림선 연장, 대안으로 떠오른 서부선?

신림선 연장이 무산되자 서울대는 새로운 대안으로 경전철 서부선의 학내 연장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16년 8월 서울시가 서울대 학내 경전철 역 신설을 배제한 ‘신림선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에 대한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이후 착공 작업이 진행되면서 신림선 학내 연장 성사 가능성이 희박해졌기 때문이다. 반면 서부선은 아직 기획 단계에 있었기에 노선을 서울대까지 연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 학교 측 계산이었다.

서부선은 2013년 ‘서울특별시 10개년 도시철도기본계획 변경(안)’에서 서울대입구역까지 운행하기로 했으나 2019년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구축계획(안)’에서 서울대 정문 앞까지 운행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서울시는 서부선이 학내를 경유하지 않고 서울대 정문 앞에서 신림선과 이어지는 안을 추진했다. 해당 연장안은 작년 11월 국토교통부 승인을 받았다. 본부는 이를 경전철 학내 연장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다각도로 학내 교통망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19년부터 올해 초까지 기획처장직을 수행하며 서부선 학내 연장계획을 이끈 강준호 교수(체육교육과)는 “경전철 계획이 승인받아도 노선을 변경할 수 있는 수정 기간이 남아 있다”라면서 “수정 기간에 관악캠 학내 연장을 위해 대학과 지역이 상생하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경제·문화·교통 인프라’ 구축, 실현 가능할까?

▼본부에서 추진하는 ‘서울시-서울대 경제·문화·교통 혁신 생태계 조성’ 계획 (자료 출처:기획처)
▼본부에서 추진하는 ‘서울시-서울대 경제·문화·교통 혁신 생태계 조성’ 계획 (자료 출처:기획처)

본부는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을 통해 서울대와 관악구의 상생을 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서울대 경제·문화·교통 혁신 생태계 조성’으로 명명된 이 계획은 경전철 서부선 학내 연장(S-Rail)을 ‘낙성대 AI 벤처밸리 및 대학동 벤처 캠퍼스타운 조성’(S-Valley)과 ‘서울대 문화 시설 지역사회 공유’(S-Culture Belt)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강준호 교수는 서울대가 지역사회와 단절돼 있음을 지적하며 경전철 학내 연장을 통해 서울대가 서남권에 공헌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낙후된 서울대 고시촌을 미국 스탠퍼드대 실리콘밸리처럼 벤처 생태계로 조성하고자 한다”라며 “아울러 문화 기반이 부족한 관악구에서 접근성이 떨어지는 서울대 문화 시설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문제점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부는 문화관(73동) 리모델링 및 증·개축 사업을 필두로 △종합체육관(71동) △종합운동장 △미술관(151동) △규장각(103동) △박물관(70동) 등을 지역사회와 공유할 생활문화 인프라로 탈바꿈할 것을 구상하고 있다.

본부는 S-Culture Belt와 S-Valley 사업이 서부선 학내 연장 추진과 상호보완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한다. 서부선이 낙성대 후문을 거쳐 학내를 경유해 신림선과 연결된다면 새로 조성될 경제·문화 시설이 순조롭게 지역과 연결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서부선 학내 연장안의 경제성도 제고된다는 것이다. 강준호 교수는 2017년 ‘멀티캠퍼스와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 및 서부선경전철 학내 연장 추진방안’ 연구에서 학교가 자체 분석한 서부선 학내 연장안들의 B/C(편익-비용 비율)가 경제적 타당성의 기준치인 1에 미달한 것에 대해 “과거 비용편익분석은 S-Valley 조성과 문화관 증·개축에 따른 서부선 수요 증가를 고려하지 않아 낮게 나왔다”라고 설명하며 경전철 연장의 경제적 효과를 강조했다.

본부의 ‘서울시-서울대 경제·문화·교통 혁신 생태계 조성’ 계획에 대한 평가는 어떠할까? 더불어민주당 주무열 구의원은 “서울대가 경전철 공사와 맞물려 여러 희망 사업들을 추진하는 것에 긍정적”이라고 밝히면서 “관악구 정치인들은 녹지로 묶여 있는 서울대 후문 일대를 벤처밸리로 개발하는 것에 큰 이견이 없다”라고 덧붙였다. 정의당 이기중 구의원은 “경전철 연장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지금까지 서울대와 관악구의 교류는 창업 지원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문화적 차원에서 서울대와 지역 간 인프라를 공유하는 사업들도 추진됐으면 한다”라고 평가했다. 반면에 경전철 학내 연장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더불어민주당 서윤기 서울시의원은 경전철 학내 연장이 지역사회 내 ‘빨대 효과’로 이어질 우려가 주민 사이에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민들은 경전철이 학내까지 연장되면 봉천사거리·신림사거리·낙성대 입구를 지나가는 사람들이 적어질 것을 우려한다”라고 전하며 “또한 학교를 개방해도 주민들이 얼마나 찾아가겠느냐는 이야기도 있다”라고 말했다. 서 시의원은 오히려 관악캠이 지역사회로 더욱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서울대가 관악구 전체를 진정한 ‘캠퍼스타운’의 부지로 만드는 중장기적 계획을 국가와 지자체와 담대하게 논의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기중 구의원 역시 경전철 연장만으로는 관악구와 서울대의 상생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 지적하며 “서울대 시설들이 관악캠 부지 밖으로 나와 주민과 교류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앞으로 신임 서울시장과 본격적으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8일(목)에 당선된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전철 사업의 신속 추진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서울대를 비롯한 서울 서남권 대학들과 연계한 R&D 벨트를 조성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경전철 연장 사업 논의에 나서리라는 판단에서다.

관악 일대의 교통난은 고질적이면서도 구조적인 문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통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의 실현은 더디기만 했다. 지지부진한 논의의 대가로 서울대 구성원들은 매일 관악산을 힘겹게 오고 가고 있다. 서울대를 비롯한 관악 일대의 교통 편의를 실질적으로 증진하기 위한 합리적인 소통과 노력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인포그래픽: 정지운 기자 jw1234@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