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 탄소중립, 대한민국의 미래

지난 12일(수)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한국일보」의 주최로 ‘2021 한국포럼: 지구의 미래, 한국의 미래’가 열렸다. 한국포럼은 2014년부터 매해 한국 사회의 현안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왔다. 기조강연·대담·강연·패널토론으로 구성된 올해 포럼에서는 환경 분야와 관련된 국내외 인사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탈(脫)탄소 방안을 논의했다.

◇전 세계를 휩쓰는 탈탄소 흐름=최근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한 실천적 대응’이라는 주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는 출범하자마자 기후변화 대응을 가장 중요한 국가 정책으로 끌어올렸다. 더불어 2021년이 2016년에 발효된 파리기후협약 시행 원년이라는 점도 탈탄소 흐름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유럽연합·일본 등은 2050년까지, 중국은 2060년 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의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와 같은 새로운 질병의 확산이 환경 오염과 관련 있다는 연구도 기후변화에 대한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웠다.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한국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동참하게 됐다. 다른 국가들이 이전부터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에 주목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탄소중립 선언은 다소 갑작스러운 편이다. 그러나 포럼에 참여한 국내 정·재·학계 인사들은 탈탄소가 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패널 토론에서 조홍식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우리나라는 1차 에너지의 96%를 수입하고 인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OECD 평균보다 40% 높다”라며 “제조업 중심 산업으로 인한 에너지 다소비형 경제모델 때문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어렵지만 세계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탈탄소 계획은?=지난해 한국은 국제연합으로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보고서’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 우리 정부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상반기에는 부처별 전문가들이 구상한 복수의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탄소중립위원회에 보고하고, 10월 무렵에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준을 상향해 확정할 예정”이라며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제프리 삭스 교수(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과)는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수개월 간 기후변화 대응 전략인 ‘탄소중립행동계획’을 수립했던 경험을 공유하면서 “한국의 여러 시나리오도 충분한 전문가 심사를 거쳐 마련돼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주 에너지원이 화석 연료인 상황에서 탈탄소를 위해 어떤 에너지를 어떻게 사용할지 역시 논의돼야 한다. 세계자연기금 타일러 라쉬 홍보대사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6.5%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정애 장관은 “수치는 낮더라도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라며 “재생에너지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에서도 RE100*에 대한 규제 완화와 같은 제도 개편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삭스 교수는 “한국이 이웃 국가들과 상호 연계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면 재생에너지의 잠재력을 더 활용할 수 있다”라며 역내 협력이라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가진 자원과 인프라를 개선해 탄소중립을 실현하자는 이야기도 나왔다. 신원섭 교수(충북대 산림학과)는 “국토의 63.7%를 차지하고 있는 산림을 이용하는 것이 비용 대비 효율적이므로 노령화된 숲을 개량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명주 교수(명지대 건축학부)는 “전 세계 육지면적의 3%에 불과한 도시가 지구 전체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75%를 내보낸다”라며 “정부의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로드맵 시기를 앞당기고, 작년부터 인허가를 받은 건축물뿐 아니라 기존 건축물에도 로드맵이 적용될 수 있도록 법을 제정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탈탄소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한국이 탈탄소라는 목표에 도달하려면 기업과 연계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금융계에서 기업에 대한 ESG 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시행함에 따라, 기업 역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책임을 지게 됐다. 산업계에서는 탈탄소 흐름에 빠르게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급격한 탈탄소화로 야기될 고비용 문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이형희 위원장은 “오늘날 기업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비용과 시간, 연구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사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탈탄소라는 흐름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정애 장관은 “탈탄소가 불가피하다면 차라리 탈탄소를 선제적으로 진행하도록 기업에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며 탄소중립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소중립을 위한 기반 에너지로 원자력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지를 두고 국내 정계 인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대립하기도 했다. 대체에너지로서 원자력의 사용에 대한 찬반 양측의 입장은 경제적 효용을 근거로 한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부지와 에너지를 얻는 데 필요한 비용이 신재생에너지의 사례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라고 주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김성환 의원은 “원전 자체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는 않더라도 원전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보관할 때 경제 비용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반박했다.

포럼 인사들은 기후변화와 연관된 문제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펼쳤다. 논제마다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할 때도 있었으나, 참여자들 모두 기후변화가 인류의 중대한 과제며 해결책으로 탈탄소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다. 탈탄소는 한 국가의 정부와 기업, 시민이 함께 협력해야 도달할 수 있는 목표다. 이날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다시 깨닫고 구체적인 탈탄소 계획을 세우기를 기대한다.

*RE100: Renewable Energy 100%. 2050년까지 기업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

*제로에너지 건축물: 에너지 소비량이 최종적으로 0(Net Zero)이 되는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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