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사회는 질병과 공존하는 삶을 여느 때보다 실감하고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전염병에 걸릴 수 있다는 감각과 함께 일상을 살아간다. 이는 언제든지 아플 수 있다는 당사자성을 부여하지만, 동시에 건강을 신성시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몸을 비가시화하고 주변화한다. 질병은 빨리 치료해야 하는 대상으로 치부되며, 질병을 가진 몸은 그 자체로 설 자리를 잃는다. 건강한 몸을 전제하는 사회에 문제의식을 던지며 ‘잘 아플 권리’를 말하는 ‘질병권’이 필요한 까닭이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질병등록제도가 부재한 상황에서 장애 등록이 어려운 만성질환자들은 자신들의 질병을 혼자의 힘으로 증명해내야 하는 문제에 직면한다. 아파서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때마다 만성질환을 가진 학생들은 자신의 상황을 교수님께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의학적인 진단명이 부재하거나 증빙 자료를 발급받기 어려운 경우 혹은 ‘관해기’(증상이 일정 정도 가라앉아 통증이 거의 없는 시기)일 때는 더 곤란해진다.

질병 휴학 제도가 있긴 하지만, ‘아픈 몸으로는 대학의 일정을 소화해낼 수 없으니 쉬는 동안 병을 완치하고 돌아와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하지만 병이 낫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미 여러 번 휴학을 해서 이제는 학교에 다녀야 하거나 아프더라도 학교에 다니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질병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완전한 치료가 가능한 것으로만 보면 안 된다. 만성질환자 학생들에게는 아픈 몸을 가진 상태로도 대학에 다닐 수 있는 학내 분위기와 제도가 필요하다. 구체적으로는 장애인 등록자에게만 제공되는 학습 지원의 대상을 확대하고, 만성질환자가 자신의 질병을 매번 증명해야 하지 않아도 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한국에서는 질병권이 실질적으로 논의된 지 3년밖에 되지 않아 그 개념이 생소할 수 있다. 그러나 누구나 언제든 아플 수 있으며, 아픈 몸이더라도 주체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장애가 없는 학생만을 전제하는 현재의 대학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어떤 몸을 가진 구성원도 배제되지 않고 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한승연

간호학과·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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