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장애인 사회적 소외와 경제적 어려움에 빠져 2만 달러 앞두고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얼마 전 열렸던 제7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한 블록버스터보다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한 영화들이 주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영화 「말아톤」이 스타와 자본에 기대지 않고서도 관객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이 영화가 이렇게 큰 관심을 끄는 것은 아마도 자폐장애를 가진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과정이 보는 이로 하여금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 영화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이 단순한 감동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말아톤」은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배려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우선, 주인공이 가진 자폐는 발달장애에 속하며, 그 의미는 어떤 기질적인 원인으로 발달이 고정되거나 왜곡 혹은 퇴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렇듯 자폐가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법률상 장애로 인정받지 못하다가 1999년에 이르러서야 공식 인정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아직까지 자폐의 발생 원인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교육에 의해 어느정도 생활능력의 개선을 가져올 수 있어 조기발견과 조기치료 및 교육이 요구된다는 것 정도는 알려져 있다. 그러므로 자폐의 경우 적절한 시기에 치료와 교육을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나, 불행하게도 많은 자폐장애인들이 그렇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문제는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5년마다 조사, 2000년 자료)에 의해서도 잘 나타난다. 조사대상 발달장애인 중 충분한 치료를 받은 장애인은 35%에 불과했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한 이들이 31%에 달했다.

이런 열악한 상황은 자폐장애인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장애인 전체에 만연되어 있다. 이는 다수의 장애인이 빈곤에 허덕이거나 그에 근접해 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도시 근로자 가구 소득의 46.4%에 불과하고, 전체 장애인 가구의 52.2%가 월 100만원 미만의 소득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전체 장애인 가구 중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은 13.7%로 비장애인 수급자 비율인 2.6%에 비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질적 측면만이 아니라 다른 면에서도 그 사정은 다르지 않다. 단적으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위한 기본조건 중 하나인 최소한의 이동권도 많은 경우 확보할 수 없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겨운 일인지를 잘 말해준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어머니가 ‘장애를 가진 자식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부르짖기에 앞서 우리 사회가 어떤 점을 고민해 보아야 할지를 잘 말해준다. 구성원들, 특히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등한시한 채 단순히 양적 성장에만 치중하는 실수를 우리 사회가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가져본다.   

허용창
사회대 석사과정ㆍ사회복지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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