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 양부모가 16개월 아이를 학대해 사망하게 한 사건이 알려지며 공분을 샀다. 지난 8일에는 양부가 2살 입양아를 때려 의식불명 상태에 빠트린 일이 보도되기도 했다.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언론의 집중을 받으며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신고가 늘어나고 있지만, 가해자는 낮은 형을 받고 피해 아동은 지속적인 학대와 정서 불안으로 심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2019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학대 아동 10명 중 한 명은 5년 내 재학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의 장기화로 가정 내 아동학대가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 같은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할 수 있는 다각적인 정책들을 신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먼저 아동학대가 개인의 일탈로 생기는 문제라는 인식을 바꾸고, 사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아동학대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환경의 질을 개선해야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 지원, 돌봄 공백 및 방치 예방, 학대 아동을 전문적으로 돌볼 수 있는 쉼터나 위탁 가정에 대한 지원을 확충해야 한다. 아동의 입장이 제대로 고려되지 않는 학대 해결 절차의 문제 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의 제도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 

아동학대가 사건화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도 중요 문제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연간 아동학대는 3만 건 이상 발생했으나, 고소·고발 등 사건 처리로 이어진 사례는 1만 건에 불과했다. 어린이집, 의사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신고가 이뤄졌음에도 수사기관이 이를 사건으로 취급하지 않아 묻히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동학대 사건화를 어떻게 적극적으로 제도화할지에 대해 아동학대처벌법상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아동 보호 전문기관, 전담 공무원, 경찰이 각각의 전문성을 살리고 협업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설계하고, 형사 사건화되지 못한 신고 건에 대해서도 의심 정황과 경찰 출동 기록을 체계적으로 살필 수 있어야 앞으로의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아동은 한 인간으로서 기본적인 권리를 누리며 살 권리가 있으며, 그 권리를 얼마나 잘 보장하는지는 한 사회의 성숙도를 판별하는 기준이 된다.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해야 하지만 취약 계층에 대한 복지의 사각지대를 없애고, 부모 교육 및 지역 사회 돌봄 확대로 돌봄의 부담을 덜어 아이를 보호할 수 있는 ‘아동중심적’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아이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부모의 개인적 책임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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