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용화랑 차장
취재부 용화랑 차장

고등학교를 마친 후 20학번 신입생으로서 설레는 마음으로 대학 생활을 꿈꿨던 적이 있었다. 대학 생활의 어떤 면모를 기대했는지는 벌써 기억도 잘 나지 않지만, 적어도 대학 생활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금처럼 괴상한 방식으로 1년 반가량 이어지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나아가 대학에 합격했을 때만 하더라도 내가 학보사 기자가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었다.

코로나19 사태는 세 학기째 이어지고 있다. 내가 대학생이 돼서 학보사 기자로 활동한 지도 벌써 세 학기째다. 어쩌면 코로나19와 함께 학보사 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나는 군 모병에 뜻밖에도 합격하면서 예상보다 한 학기 이른 이번 달에 퇴사하게 됐지만, 코로나19는 가을 학기에도, 학보사에서도 당분간 우리 주변에 머무를 예정인 듯하다.

그래도 코로나19와의 불편한 동거는 그리 머지않은 미래에 끝날 기미다. 물론 코로나19의 완전한 종식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도 가을 학기부터 점진적으로 학사 운영의 정상화를 추진하는 모양새고, 지난 세 학기 동안 대체로 비대면 체제로 운영돼 온 학보사도 다음 학기부터 점차 대면 출근을 되살린다고 한다. 정부 목표대로 하반기에 집단 면역을 달성한다면 당혹스러웠던 코로나19 사태도 일단락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긋지긋한 비대면 생활에서 벗어난다는 점에서 큰 안도감을 느끼지만, 코로나19가 가장 타격을 준 시기가 하필 입대 전에 즐기지도 못한 내 대학 생활 세 학기와 정확히 겹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미묘하게 시무룩해지기도 한다.

코로나19 탓에 참으로 보잘것없어진 대학 생활의 첫 세 학기였지만, 학보사 덕분에 최소한의 추억은 남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학보사에서 퇴임하는 기자가 학보사 없는 대학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러나 이제 퇴임하는 학생 기자가 된 나는 애석하게도 제대로 된 대학 생활을 겪어본 적이 없다. 즉, ‘대학 없는 학보사’ 생활만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의 ‘학보사 없는 대학’ 생활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가 없다. 대학생이라기보다는 학보사 기자가 현재 나의 정체성에 더 가깝고, 대학 생활을 재밌게 했다기보다는 학보사에서 학생 기자로서 우왕좌왕만 한 것 같다.

학보사에서 세 학기 동안 지내면서 딱히 성장한 면은 없는 것 같아 부끄럽다. 매주 어떻게든 취재와 자료 수집과 기사 작성을 마무리했지만, 그 과정에서 늘 미숙함이 뒤따랐던 것 같다. 인터뷰 요청 이메일을 몇십 통 보내도 답장이 거의 없어 전전긍긍했고, 섭외가 안 돼서 준비하던 기사가 무산될까 봐 몇 달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속으로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퇴고하다 보면 황당한 실수가 뒤늦게 눈에 들어와 민망하기도 했다. 밀려드는 학보사 일을 학업과 병행하는 것도 역시나 고역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보사 내에서 여러 이들의 도움을 받아 매주 무사하게 취재를 진행하고 각종 기사를 준비할 수가 있었다.

본디 자책을 많이 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지금 유독 자성을 많이 하게 된다. 과연 학내 사안을 담당하는 취재부의 기자로서 관심이 필요한 곳에 관심을 돌렸는지, 세심히 다뤄야 할 문제들을 세심히 다뤘는지, 대립하는 주장에서 부당하게 한쪽 편만 들지는 않았는지, 혹시나 사실관계를 부정확하게 서술하지는 않았는지 염려된다. 이번 달에 학생 기자의 지위를 내려놓는 마당에 그간의 걱정만 늘어놨다. 입사할 때 학교 공동체 구성원들을 잇는 학보사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에는 조금도 다다르지 못했지만, 몇 주 남지 않은 발행 기간에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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