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희(보건대학원 교수ㆍ보건정책학과)

최근 정부는 인천 등 경제자유구역에 외국병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이 병원은 경제자유구역에서 활동할 외국인들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동북아 의료 허브’와 같은 위상을 부여하여 외국으로 유출되는 의료비도 절감하고 외국 환자도 유치하여 의료 산업화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의료시장 개방으로 의료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발상은 참신해 보이기도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게 높다.

외국병원은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주어야만 들어올 것이다. 외국의 의료컨설팅 업체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한국의료시장 진출 가능성을 탐색하였지만 의료시장을 규제하는 여러 가지 정책들 때문에 본격적 진출은 실행되지 않았다.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우선 병원을 영리법인화하고, 건강보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의 폐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을 남겨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하고, 건강보험 규제를 받지 않는 자비환자만을 진료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외국병원 유치와 의료시장 개방을 주장하는 측은 이러한 조치들이 시장경쟁을 촉발하여 의료생산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고 경영합리화를 가져와 궁극적으로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의료시장개방 수익 보장 요구할 것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순기능적 결과만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있다. 선진 각국이 일반 산업이나 서비스부문에 대해서는 시장 개방을 강조하지만 의료부문에서 개방을 주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의료가 기본적으로 복지의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며, 대부분의 의료서비스는 국영 또는 사회보험의 형태로 공적 관리 하에 두고 있고 아주 작은 부분만 시장기능으로 제공되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병원은 대부분 국공립 또는 비영리병원의 형태로 운영된다. 또한 의료는 의사라는 전문직에 의하여 주도적으로 생산되는데 외국인에 대한 의사면허 인정에서는 극히 배타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여러가지 규제를 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대부분의 민간병원들은 영리추구 경향이 강하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의료산업정책은 공공성을 근간으로 한 의료체계의 기본구조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고급의료욕구 해소를 위하여 보조적으로 민간의 시장기능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이미 절대적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민간병원 중심의 의료시장체계를 더욱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공공의료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기는 하다. 그렇지만 공공병원 몇 개를 더 만들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민간 병원들을 기업화함으로써 파생될 부작용, 예를 들어 의료이용의 불평등 심화나 의료의 상업화 같은 문제들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의료는 기본적 복지 영역 실질적 공공의료 확대해야


우리의 의료현실에서 정말 필요한 것은 현재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의료의 보장성을 적어도 75% 수준까지 높여서 돈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중질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는 일과 불필요한 검사, 불필요한 투약을 하지 않고 적정진료, 교과서적 진료만을 실천하는 공공병원을 가능한 많이 확보하는 일이다. 이것은 의료의 산업화 이전에 실현되어야 하는 인권적 가치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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