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2021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사상 최초로 대학 입학 자원이 대학 입학 정원보다 적어지며 지방 대학을 중심으로 대규모 신입생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전체 미충원 인원 4만여 명 중 약 75%가 지방 대학에서 발생한 가운데, 경북대, 부산대 등 지역 거점 국립대조차 일부 모집 단위에서 경쟁률 3대 1 미만을 의미하는 ‘실질적 미달’을 기록했다. 이에 교육부는 대학 정책을 연달아 발표하며 적정 정원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대학신문』은 대학 정원 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듣고 합리적인 정원 조정 방안을 살펴봤다.

정원 조정의 칼을 빼든 교육 당국

입학 정원 감소로 지방 대학의 피해가 가중되며 지방 대학의 위기가 지역 경제 위축과 지역 위기로 확대되리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간 정원 미달 문제는 주로 지방 대학 정원 감축을 통해 해결돼 왔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지방 대학의 위기를 심화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교육부는 지난 20일(목) ‘대학의 체계적 관리 및 혁신 지원 전략’을 발표하며 수도권 대학 정원 조정에 나섰다. 교육부는 구체적으로 △5개 권역별 유지충원율 점검 △수도권 대학 최대 중 50%에 정원 감축 권고 △정원 외 전형을 정원 내 선발로 전환 등의 조치를 통해 수도권·비수도권 대학의 정원 비율을 현행 4:6 수준으로 유지하며 정원 감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방 대학뿐 아니라 수도권 대학에도 적극적인 정원 조정을 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정원 감축’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

지방 대학들은 대체로 교육부 방침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부산대 김석수 기획처장은 “상대적으로 여건이 우수한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제적인 정원 조정은 학령인구 급감 시대에 적절한 조치”라며 “지방 대학의 위기를 해소하는데 일조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그는 “적극적 평등을 실현하는 차원에서 지방 대학을 배려해야 한다”라며 정원 조정과 재정 지원 등에서 지방 대학에 우대 조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반면 수도권 대학들은 새로운 방침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총장포럼은 지난 1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고등 교육의 위기에 공감한다”라면서도 “정원 감축이 시행될 경우 정부가 재정 보전과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한다”라고 밝혔다. 인센티브 없는 무조건적인 정원 감축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정원 감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권역별로 정원 감축 목표를 설정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려대 신현석 전 기획예산처장은 “지역과 대학 형태에 따라 대학을 분류하고 각 그룹 내의 공정한 평가를 통해 정원을 조정해야 한다”라며 정교한 대학 평가를 통해 합리적으로 정원을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명숙 교수(배재대 교직부)는 “이번 발표는 고등 교육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라며 구체적인 실행 방안의 부재를 지적했다. 김민혜 씨(성남 늘푸른고 교사)는 “지방의 인프라가 수도권 대비 미비한 탓에 대다수의 학생들이 지방대를 선호하지 않는다”라며 “수도권 대학 정원 감축이 이뤄지면 학생들이 수도권 대학 진학을 위해 반수나 재수를 결심하며 입시 경쟁이 더욱 과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쟁력 강화가 없는 단순 정원 조정만으론 지방대의 미충원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명한 ‘적정 정원화’를 위해서는

이처럼 대학 정원 조정 문제를 두고 각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이 갈리는 가운데, 적정 정원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대책이 제안되고 있다. 우선 정부가 개입해 정원 감축을 요구하기 앞서 한계대학*이 스스로 폐교할 수 있도록 사립대 설립자에게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신현석 전 기획예산처장은 “설립자가 대학에 출연한 재산의 일부를 회수할 수 있게 해야 한다”라며 “이 방법이 대학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 방식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강명숙 교수는 “교육의 질을 유지하면서 정원을 효과적으로 감축할 수 있도록 현재의 산학 연계 위주의 재정 지원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현재 정부가 대학에 제공하는 재정 지원은 각종 산업체 수요 맞춤형 사업을 위주로 집행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방 대학이 경쟁적으로 공학 계열 학과를 증원했으나, 실상은 지방 공학 계열의 충원율이 가장 낮아 재정 지원이 실질적인 충원율 증가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교수는 “산학 연계 위주의 재정 지원은 자칫하면 대학의 위기를 가속화할 수 있다”라며 “줄어든 등록금 수입을 정부가 직접 보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경쟁력 있는 대학들이 앞장서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현석 교수는 “일본의 경우 입학 자원 확보에 지장이 없는 와세다대 같은 명문 대학이 자발적으로 정원 감축에 나서고 있다”라며 “고등 교육의 질적 수준을 제고하기 위해 자발적인 정원 감축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일부 대학이 선발 인원을 줄이고 교원을 증원해 합격자 수준을 유지하고 교육의 질 향상을 꾀하고 있다.

최근에는 지방 대학 간 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자연스럽게 정원을 조정하는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3월 경상대와 경남과기대가 통합해 경상국립대가 출범했다. 경상국립대 권순기 총장은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통합을 추진했다”라며 “통합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효율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등록금이 장기간 동결되며 재정 문제가 심각해지자 통합으로 이를 해결한 것이다. 이어 권 총장은 “궁극적으로 유사 학과를 통·폐합해 구조조정을 하는 전략으로 입학 정원 감축과 특성화 분야 육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을 통해 확보한 재정을 바탕으로 정원 조정과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 18세 학령인구는 2년 사이에 무려 12만 명이 감소했고, 2040년에는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초유의 미달 사태가 발생한 만큼 대학 정원 조정은 가장 시급한 교육 현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이 공존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정원 조정 방안이 조속히 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

*한계대학: 대학기본역량진단 결과 충원율이 현저히 낮거나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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