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오세요, 생물 표본의 숲
놀러오세요, 생물 표본의 숲
  • 이승지 수습기자
  • 승인 2021.05.2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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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28일부터 오는 6월 30일까지 전시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서울대학교의 생물 표본〉이 박물관(70동) 2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개교 이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된 100만 점 이상의 표본 중 대표적인 생물 표본 2,800여 종이 공개된다. △자연대 △농생대 △수의대 △약대 등 총 8개 기관에서 소장한 표본을 제공했다. 박물관 선일 학예연구관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박물관이 휴관하며 기획전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3월 31일까지 계획됐던 전시를 6월 30일까지 연장했다”라고 말했다. 『대학신문』은 지난 18일, 2,800여종의 다양한 생물 표본을 만나고자 박물관 기획전시실을 방문했다.

◇7년 만에 열린 생물 표본 전시=여러 학술연구를 통해 수집된 대표적인 생물 표본들을 보여주는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은 박물관에서 열린 두 번째 자연사 분야 전시다. 지난 2014년 <표본실의 동물들> 전시가 수의대 해부학연구실이 소장하고 있는 동물 표본을 중심으로 기획됐다면, 이번 전시는 수의대를 포함한 표본 소장 기관 8곳의 참여로 이뤄졌다. 전시 표본의 종류 또한 고라니, 독수리, 노루 등의 대형동물 표본과 더불어 곤충, 조류 박제, 식물, 버섯 표본 등을 아우르며 다양해졌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표본 소장 기관들이 박물관에 표본을 많이 제공한 덕에 이번 전시가 가능했다”라며 “서울대만이 가지고 있는 표본의 다양한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8곳의 표본 소장 기관들은 전시에 필요한 도움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학문적·역사적 가치가 있는 표본들을 직접 선정해 박물관에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생물 표본 전시는 표본의 운반 및 보관 과정에서 어려움이 따르기에 각 소장 기관들의 도움을 받았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곤충 표본은 다른 곤충에 갉아먹힐 위험성이 있고 식물 표본은 온도와 습도에 굉장히 예민하다”라며 “전시 과정에서 표본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다”라고 전했다.

◇생물 표본, 한반도의 기억을 담다=전시된 생물 표본 중에서는 역사의 아픈 순간을 간직한 것도 있다. 3진열장에 전시된 표본 중 코끼리 아래턱과 하마 두개골 골격 표본은 1945년 창경원 동물 독살 사건 당시 죽음을 맞은 동물들의 뼈다. 당시 미군의 공습으로 창경원 내 동물원 우리가 무너져 맹수가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고 창경원 동물원 회계과장 사토 아키미치(佐藤明道)에 의해 188마리의 맹수들이 독살됐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해방 후 전쟁으로 인해 방치되고 있던 독살된 동물들의 사체를 서울대 수의대에서 수습했다”라며 표본이 만들어진 역사를 들려줬다.

한편 전시실 한쪽 벽면에는 손바닥난초, 노랑만병초 등 생명과학부 식물표본관이 제공한 북한 지역 식물 표본들도 전시돼 있다. 박종욱 명예교수(생명과학부)에 따르면 생명과학부 식물표본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1930년부터 1949년까지 분단 이전 북한에서 도봉섭 박사가 채집한 표본 약 20,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중 일부를 공개한다. 또한 네팔, 러시아, 몽골 등 다양한 지역의 해외 식물 표본을 보는 것도 전시의 묘미다. 이런 식물 표본들은 생태계 환경을 파악하고 종의 실체를 판단하는 중요한 증거로 기능하기도 한다. 

◇표본 전시를 통해 박물관이 나아갈 길을 살피다=이번 전시는 앞으로 서울대 박물관이 전시 분야를 확장하고, 표본 연구 분야와의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박물관은 첫 자연사 분야 기획전을 개최함으로써 전시 분야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표본 소장 기관과 박물관의 협력체계를 구축해 관리되지 못하고 있는 표본들을 박물관에서 소장해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박물관은 앞으로 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전시를 통해 전시의 저변 확대를 이룰 계획이다.

〈지식의 수집과 박물관〉에는 서울대가 진행해온 수많은 연구에 활용된 생물 표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선일 학예연구관은 “학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서울대가 이뤄온 학문 연구의 성과를 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통해 코로나19로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며 관람을 추천했다. 오는 6월까지 연장된 전시에서 동식물 표본의 숲을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사진: 송유하 기자

yooha614@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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