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광고가 낳은 예술의 새로움을 분석하다

아트를 광고 이미지로 사용한 20세기 후반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예술 작품의 형태를 취한 광고는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그들과 소통해왔다. 최근에는 광고가 예술을 ‘이용’하기보다 예술이 광고에 나타나는 형태로 예술 작품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려는 모습 역시 포착된다. 광고가 그 자체로 색다른 예술의 형식이 되면서 예술을 발전시키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대학신문』은 광고의 플랫폼과 수용 방식이 변화함과 동시에 광고가 어떻게 예술 장르의 혁신을 이끌고 있는지 알아봤다.

 

문화의 거울에서 개성의 놀이터로

광고가 독창적인 예술의 시작점이 된 계기로는 광고가 송출되는 플랫폼의 변화를 들 수 있다. 21세기 이전까지 광고의 송출은 대부분 광고판이나 전단지·신문·TV·라디오 등의 전통 매체를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터넷 기반 플랫폼, 특히 SNS를 이용한 소통의 비중이 매우 높아지면서 광고 역시 인터넷상에서 큰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그러면서 광고는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 만한 완결된 ‘콘텐츠’를 선보이며 대중문화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윤혜경 강사(미학과)는 “광고 송출 플랫폼의 변화로 광고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로 소비되는 경향이 생겼다”라며 “이는 광고를 독립적인 작품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김상훈 교수(경영학과)는 유튜브와 같은 스트리밍 플랫폼이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고 이야기하며 “이용자에 ‘SKIP’을 당하지 않기 위해 광고가 예술을 포함한 여러 문화적인 요소를 적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플랫폼의 기능 또한 광고가 예술을 포함한 다양한 요소를 도입해 새로운 시도를 꾀하는 데 이바지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변화한 플랫폼에서 관심을 받는 콘텐츠의 특징으로 ‘고정관념에 대한 전복’의 중요성을 꼽는다. 김상훈 교수는 콘텐츠 제작 그룹 ‘돌고래유괴단’이 기획한 광고를 예로 들며 이들이 “패러디를 통해 원작의 의도와 역전되는 스토리를 구성함으로써 재미를 유발해 큰 주목을 받았다”라고 평가했다. 윤태일 교수(한림대 광고홍보학과)는 “최근의 광고 영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패러디는 원작을 비틀어 웃음을 유발하고, 패러디 영상을 유튜브에 공유해 오락과 예술의 측면 모두를 강화하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돌고래유괴단은 예술 작품에 대한 패러디 외에도 주류 문화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감성과 유머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에 대해 윤혜경 강사는 “예술이 포함된 광고는 메시지나 이미지를 통해 문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전복함과 동시에 유행을 유도함으로써 소비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문화의 다양성 확보에 기여한다”라고 짚었다.

광고와 영화, 그리고 춤

 

영상 광고는 새로운 영화나 춤의 형식을 도입하며 주목을 받기도 한다. 영화와 관련된 사례 중에서는 ‘인터랙티브 영화’ 제작 방식의 접목이 눈에 띈다. 러닝타임 중 화면에 제시되는 선택지를 통해 관객이 직접 인물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랙티브 방식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미러:밴더스내치〉(2018)를 통해 대중에게 소개된 바 있다. 이후 관객이 작품 전개 과정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 영화에 실제로 적용될 것인지 그 가능성을 둘러싼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인터랙티브 방식이 작품으로서 영화가 지니는 완성도를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현실의 작품에 도입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러던 중 ‘카스’(CASS)가 자사 홍보 캠페인의 일환으로 유튜브와 함께 제작한 광고 〈AORB〉는 국내에서도 인터랙티브 영화 제작 방식을 광고에 접목할 수 있다는 논의에 불씨를 지폈다. 해당 광고는 한 편의 영화처럼 서사와 사건의 배경, 배우의 연기 등을 선보이면서 장면마다 주인공이 해야 할 행동을 두 가지의 선택지로 제시하고 관객이 하나를 선택해 서사를 전개하도록 한다. 윤혜경 강사는 “인터랙티브 광고는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의 기능을 활용해 잠재적 소비자의 흥미를 끌어내므로, 향후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같은 창작 방식을 본격적으로 광고 제작 과정에 도입할 때 생길 단점에 대한 우려의 시선 역시 존재한다. 윤 강사는 “모든 선택지의 결과에 해당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므로,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예산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면 이와 같은 제작 방식이 일반화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영상 광고는 ‘춤’에 대한 독창적인 관점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 작년에 공개된 한국관광공사 홍보 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에서 퓨전 국악에 맞춰 퍼포먼스를 선보인 무용단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Ambiguous Dance Company)는 한국관광공사의 창의적인 브랜드 정체성이 연상되는 무용으로 관객에게 춤의 색다른 매력을 선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광고대행사 ‘TBWA 코리아’의 김상호 상무는 해당 홍보 영상이 “광고와 예술가의 협업이 갈수록 왕성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윤혜경 강사 역시 “시각적으로 도발적인 영상과 음악이 결합해, 관광 명소를 홍보한다는 본래의 기능을 압도하며 콘텐츠 자체에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본 영상에 등장한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본래 ‘춤을 추지 않는 행위’를 퍼포먼스로 선보임으로써 정형화된 춤 동작에서 벗어난 다양한 움직임을 ‘춤’으로 새롭게 포섭하려는 무용단이다. 이들은 홍보 영상을 통해 다채로운 예술관과 퍼포먼스로 주목 받으며, 영국 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신곡 〈Higher Power〉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해 한국의 전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특유의 춤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기술에 대한 광고, ‘미디어아트’로 구현되다

전시 관람객에게 ‘체험’의 공간을 제공한다고도 여겨지는 미디어아트*는 넓은 대화면에 선명하면서 실감 나는 영상을 재생해야 하기에 뛰어난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이때 디지털 기술을 핵심 역량으로 보유한 기업은 표현력이 높은 미디어아트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하며 자사의 기술력을 자연스레 홍보하곤 한다. 지난해 4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에 걸린 LED 사이니지*에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구현한 작품 〈WAVE〉는 공공미술로 작용하는 미디어아트로 평가받았다. 스크린의 내구성과 해상도를 높일 수 있는 특수 알루미늄을 사용해 해당 작품의 사이니지를 설치한 삼성전자가 함께 화제가 되며 그들의 기술적 수준 역시 재조명되는 효과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김상훈 교수는 “4차 산업 혁명을 맞아 기업의 기술과 미디어아트 간 접점이 많아지면서 작품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라며 “이때 작품은 많은 사람에게 시각적 신선함과 감동을 준다”라고 언급했다. 

이와 같은 협업 작품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다. 〈WAVE〉의 영상을 디자인한 콘텐츠 제작 기업 ‘d’strict’는 디지털 기술 관련 브랜드와 협업하며 작품 활동을 전개한다. 이들은 대규모의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 ‘아르떼뮤지엄’을 설립하며 정교한 기술을 통해 혁신적인 공간 경험을 연출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전시 〈디아더사이드〉에서 넓은 시야각과 균일한 색감을 선보이는 사이니지 기술을 통해 김정기 화가의 라이브 드로잉 영상을 재생하며 작품 탄생의 과정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광고에서 자라난 예술의 미래

광고 속 예술은 작품으로서 소장되거나 창작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제기된다. 윤혜경 강사는 “광고의 경우 유튜브와 같은 클립 영상을 보존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에 업로드되지 않는다면 제품 수명만큼이나 짧게 소비되고 사라질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예술적 가치가 충분한 광고더라도, 적절한 매체를 통해 보존되지 않는다면 광고에서 나타나는 예술적 아이디어가 쉽게 잊힐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이어서 윤 강사는 “유명 감독에 의해 제작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광고를 연출한 감독의 존재는 도드라지지 않는다”라며 “콘텐츠로 소비되는 영상의 소재지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작가’로서 창작자가 지닌 의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예술적 광고가 다양한 소비자층을 고려해 창작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윤혜경 강사는 “오늘날 광고는 과거 텔레비전 시대에서와 달리 인터넷의 대중화로 다양한 사람들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는 ‘다국적 산물’이 됐다”라며 “이때 광고 속 예술이 문화 생태계의 다양성을 높이려면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이데올로기적 이슈들을 탐색해, 소비자들의 사고방식과 가치관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상훈 교수는 “현대 예술은 인종·젠더 등의 주제에 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는 방향으로 전개돼왔다”라며 “이런 방향성을 가진 예술을 광고에 적용할 때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윤태일 교수 역시 “광고 속 예술은 사회 구성원의 인식과 감수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고 건전한 소통을 주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광고와 예술의 관계는 더는 예술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이용되는 관계로 정의되지 않는다. 광고 제작자와 관객 모두 광고 속에 나타나는 새로운 예술을 주시하고, 그것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또 다른 예술 작업으로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미디어아트: 사진, 영화, TV, 비디오, 컴퓨터 등의 대중매체를 미술에 적용시킨 예술.

*사이니지: 텔레비전·PC·모바일에 이은 제4의 스크린으로 불리며 공공장소나 상업공간에 설치되는 디스플레이.

삽화: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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