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접근 태도 두고 논란

지난 23일(수) 인권운동사랑방, 좋은벗들, 참여연대평화군축센터, 평화네트워크 등 4개 단체가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바람직한 인식과 접근방식은 무엇인갗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구갑우 교수(경남대 북한대학원)의 사회로 4시간 동안 진행된 이 토론회에는 강정구 교수(동국대 사회학과), 김낙중씨(통일운동가) 등 외부 토론자들도 참석했다. 토론회는 유엔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게 보낼 공동보고서를 준비해오던 단체들이 의견차로 보고서를 내지 못하자 공동토론회를 열어 각 단체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열렸다.


선결과제 설정에 대해 뚜렷한 합의 이루지 못해


발제자들은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과 올해 상정된 ‘민주주의 증진법’이 북한 압박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북한도 이에 대응하여 대결자세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북 적대관계 해소가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몇 가지 점에서 입장 차를 보여 북한 인권문제 접근에 뚜렷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 먼저 북한 인권문제가 어디에서 기인하는가에 대한 견해가 엇갈렸고, 이는 해결방식에 대한 견해차로 이어졌다. 강정구 교수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상황은 미국의 압력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보고 미국의 군사적ㆍ경제적 봉쇄정책 폐기를 선결과제로 꼽았다. 미국의 안보적 위협은 북한 체제를 전시체제와 유사하도록 만들었으며, 경제봉쇄정책은 그 자체로 북한 주민들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것이다.

반면 정욱식 대표(평화네트워크)는 “미국의 압박도 문제지만 독재정치와 폐쇄경제 등 북한 내부 문제도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금순 소장(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은 “개성공단 등 남북 경제협력사업 과정에서 북한 노동자들에게 민주주의, 인권 개념을 전파하는 운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좋은벗들 이승용 평화인권부장은 “미국이나 북한에 대한 정치적 요구보다 북한 식량난 해결과 같은 실질적 노력이 중요하다”며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확대를 통한 북한 주민의 삶의 질 개선을 주장했다.


정확한 인권실태 조사와 진보진영 내부 반성 필요 


한편, 이금순 소장은 미국 정부의 북한인권법 제정 의도를 비난하는 토론자들의 견해에 반론을 제기했다. 이금순 소장은 “순수한 인도적 관점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을 지지한 미국 국민들도 많다”며 “이왕 실행될 법안이라면 미국 내 인권단체들과 연대해 주도적으로 인권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낙중씨(통일운동가)는 “지난 50여 년 동안 북한에서 민주화운동이 원천봉쇄될 수 있었던 것은 북ㆍ미 적대관계라는 안보논리가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이 평화협정과 불가침조약 등 적대관계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고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 해결을 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또 인권운동사랑방 류은숙 연구위원이 제기한 ‘반북 인권단체의 정당성’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류은숙 위원은 “많은 반북 인권단체들은 역대 미국 정권과 강하게 유착해온 것으로 알려진 NED(전국민주주의기금)의 지원을 받는다”며 “이들은 북한 인권을 단지 북한 체제를 붕괴시키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승용 부장은 “사상검증과 유사한 행위”라며 “그런 식으로 보면 실제 인권운동을 할 수 있는 단체가 얼마나 되겠는갚라고 반박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해결방안 합의에는 실패했으나 ▲그동안 북한인권문제 개선을 중요 과제로 삼지 못했던 진보진영 내부 반성 ▲군비경쟁 종식과 적대적 대북관계 청산 ▲향후 북한인권법안에 대한 적극적 개입 ▲정보왜곡에 대응할 수 있는 정확한 북한인권 실태조사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의견을 같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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