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구 교육지원실장(법학전문대학원)
정종구 교육지원실장(법학전문대학원)

공대 인공지능 수업을 청강하고 있다. 온라인 선행 학습 후 오프라인 질의응답 및 실습(소위 플립 러닝)을 진행하는 수업인데, 원래는 실습을 위한 시설이 부족해 청강이 어려웠던 수업이었다. 실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컴퓨팅 파워가 필요한데 개인 노트북으로 청강을 하면 수업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수업이 사실상 강제되면서 그 제한이 풀렸다. 공대 컴퓨터실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Colab’과 같은 클라우드 기반의 무료 개발 환경을 사용하게 됐는데, 이를 통해 개인 노트북을 사용해서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학은 연구와 교육을 사명으로 하는 학문 공동체이다. 교수는 연구의 결실을 교육함으로써 학문을 탐구하며 후학을 양성해 왔다. 이런 본질은 오래전 유럽에서 대학 교육이 태동한 이래 지속적으로 유지됐는데 그 주된 방식은 언제나 대면이었다. 음성이 전달될 수 있는 범위를 넘게 되면 지식 전달이 어려우므로 불가피한 현상이었다. 수강 인원이 많은 과목의 경우 분반이 생겼으며 한 명의 강의자가 동일한 내용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도 했다. 이런 방식은 코로나19의 대유행이 종식된 이후에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하나의 단과대 안에서 하나의 과목이 중복으로 개설되는 경우나, 여러 단과대에서 같은 과목이 중복으로 개설되는 경우를 넘어, 상이한 캠퍼스에서 동일한 과목이 개설되는 경우는 지금까지 시간과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용인돼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비용 절감이라는 미명하에 제한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공대 수업처럼 온라인 선행 학습 후 오프라인 질의응답 및 실습을 하는 것이 쉽게 구현될 수 있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해당 과목의 기본적인 사항은 한번 동영상으로 찍어 남겨놓으면 몇 년 동안 반복해 사용할 수 있다. 추가되거나 변경되는 내용은 기존 동영상을 대체하거나 신규 동영상을 더하는 방식으로 대처할 수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인원이 대학 진학 가능 인원보다 줄어들었다.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가 어려워졌다. 성공적인 비대면 강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기존 강의 방식이 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됐다. 그로 인해 대학 위기설이 근래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강의자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학문 공동체의 규모 축소로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가 가속화돼 한 번 전달된 교육 내용이 유효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적인데도 4년제 교과과정을 고집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행히 우리 대학교는 일찍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중심대학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고 이를 착실히 준비해 왔다. 학부 교육도 중시했지만 대학원에서의 연구를 보다 강조하며 지적 논의의 최전선에서 세계 정상급 연구를 선도해 왔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시발된 비대면 교육으로의 대전환은 일단 한번 진행된 이상 돌이키기 어려울 수 있다. 대유행이 종식되더라도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교육할 수 있다면 실습이 반드시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 굳이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 위기는 기회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우리 대학의 선택에 국내외 많은 대학의 시선이 집중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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