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민주당 패배 원인에 대한 분석이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중 20대 남성 72.5%가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현상이 주목받으며, 정부·여당이 그간 페미니즘에 입각한 정책을 펼쳐 ‘이대남’이라고 불리는 20대 남성이 등을 돌렸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서는 ‘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정책들이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제안은 투표 행태에 대한 잘못된 진단에 근거하고 있고, 젠더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지난 선거에서의 20대 남성의 투표 행태를 ‘반페미니즘’이라 일반화하고 이를 정책의 토대로 삼는 것은 올바른 평가에 근거한 정치 행위로 보기 어렵다. 오세훈 후보를 지지한 20대 남성들이 ‘모두’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으로 여당에 등을 돌렸다고 해석하는 것은 다양한 요인 중 젠더 요소에만 치중된 판단이다. 또한 반페미니즘의 확산이라는 해석은 그간 정부·여당의 성평등 정책이 페미니즘에 충실했다는 잘못된 전제에서 출발한다. 사실상 정부·여당은 권력형 성범죄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결할 만한 성평등 의제를 적극적으로 다루지 않았으며, 차별금지법과 낙태죄 폐지법과 같은 논의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회피해 왔다. 더불어, 현재 젠더 정책 대부분이 숙고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채 제안되며 젠더 갈등을 심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군복무 예우법’은 실행을 가능케 할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시행 과정, 예산 편성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 군복무 예우법은 이미 1999년 위헌 결정을 받은 군 가산점 제도와 형태가 크게 다르지 않다. 군복무에 대한 정당한 예우와 함께 여성, 장애인 등 미필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방향을 논의해야 함에도 이처럼 젠더 갈등을 심화시키는 정책들이 무분별하게 제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대남’ ‘이대녀’와 같이 특정 세대를 성별만으로 구분 짓는 것은 20대 내의 다양한 차이들을 사라지게 만든다. 이런 일반화는 청년들이 겪는 중층적인 사회적 구조의 문제를 단순화해, 20대가 당면한 학력, 주거, 취업, 재산 등의 여러 문제를 체계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게 한다. 청년의 민심에 호소하고 이들의 삶을 안정화하려면 젠더 의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젠더를 포함한 사회의 불평등 문제에 구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성평등 정책의 성과와 한계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해결 방안을 논의하려면 특정 세대의 표심을 ‘페미니즘’과 ‘반페미니즘’이라 획일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은 젠더 정책을 표심을 얻기 위한 장식적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실질적인 젠더 불평등을 해소할 정책 입안에 노력해야 한다. 성별과 세대의 차이로 누군가가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불공정한 사회가 아닌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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