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딜 가도 코인이 화제다. 암호화폐 혹은 가상화폐라고도 불리는 그것이다. 3~4년 전 비트코인 광풍이 불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그 당시에도 암호화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높았지만, 강 건너 불구경 보듯 한 것이 사실이다. 나도 당시에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을 그저 뉴스에 가끔 나오는 카지노나 경마장에 다니는 사람 보듯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암호화폐 붐은 그때보다 훨씬 나의 일상에 한 걸음 더 밀접하게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나는 지금도 암호화폐를 사지 않고 있지만 실제로 주변에 암호화폐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언뜻 보이고, 꼭 주변이 아니더라도 유튜브나 인터넷 방송 등에서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아진 느낌이다. 암호화폐 투자가 점점 대중화된다고 해야 할까? 점점 남 이야기가 아니게 되는 것 같다. 순간 지금 보고 있는 인터넷 기사에 나오는 망한 암호화폐 투자자의 모습이 몇 년 후 나의 모습이 되는 건 아닐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앞의 이야기를 보면 알겠지만 나는 암호화폐에 우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에서 암호화폐 이야기가 나오면 화제를 돌리거나 유튜브 영상 같은 곳에서 암호화폐 이야기가 나오면 영상을 끄는 경우가 많다. 그건 암호화폐 채굴로 인한 그래픽카드 가격 폭등 때문에 구입한 지 4년이 넘은 내 PC를 업그레이드하고 있지 못해서는 아니다. 아니면 앞서 말한 두려움 때문일까? 사실 암호화폐에 대한 화제를 피하는 이유는 두려움보단 박탈감 때문인 것 같다. 코인 했다가 망했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그만큼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많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건 어쩌면 인간이라면 당연한지 모른다. 하지만 이런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안 든다. 자괴감이 든다.

어린 시절 모였다 하면 땅값과 부동산 투자 이야기하기 바쁜 어른들. 나는 그 모습이 싫었다. 그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내가 그리던 미래의 삶과 그런 어른들의 모습은 너무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착실하게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그런 삶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술자리에서 누구누구는 코인으로 이만큼 벌었다더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관심 없는 척하면서도 부러워하고 있다. 땅값이 코인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아니 땅 투기보다 코인은 어떤 측면에선 더 질이 나쁘다.

그런 자괴감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미래의 안정된 삶을 피하기 위해선 가상화폐 투자와 같은 현재의 불확실성을 감수해야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빈도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주변 사람들이 코인에 점점 손을 대기 시작하면 결국엔 나도 불확실성투성이인 정글에 몸을 던지게 되진 않을까?

그렇게 불확실의 구덩이로 차츰 나를 떨어뜨리려 하는 현실을 외면하고자 발버둥쳐본다. 요즘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을 꺼내는 것이다. 멍하게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면 시간도 잘 간다. 현실 도피에는 최고의 수단이다. 그러다 문득 손이 심심해 게임을 다운로드받아본다. 그래픽을 향상해 추억의 게임을 모바일 게임으로 재탄생시켰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역시나 보석 모아서 뽑기하는 게임, 소위 가챠 게임이다. 돈과 운으로 캐릭터의 강함이 결정돼버리는 게임. 가상화폐를 피해 오니 그곳에 있던 건 ‘가상 가상화폐’였다. 불확실성이 좀 먹는 현실이 안타깝다.

여동하 간사

삽화: 김윤영 기자 kooki102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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