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CC 캐디 노조 집회

한원컨트리클럽(한원CC) 노동조합(노조) 결의대회가 23일(금) 오후 2시에 한원CC 본사 앞에서 열렸다. 한원CC는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27개홀 규모의 골프장 운영회사이다. 결의대회에는 한원CC 노조뿐만 아니라 민주노조총연맹, 민간서비스연맹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 등에서 400여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결의대회에서 노조는 ▲한원CC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노동3권 보장 ▲용역철폐 ▲손해배상가압류 철폐 ▲비정규 노동법 개악저지 등을 요구했다.

한원CC의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은  현재 비정규직이 처한 모순 중 하나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한원CC 문제의 핵심은 캐디의 법적지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캐디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아 노조를 결성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퇴직금, 산업재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캐디는 손님이 친 공에 맞아 타박상을 입거나 하루 종일 언덕을 오르내려 관절염을 앓아도 자비로 치료해야 하는 것이다.

캐디는 출ㆍ퇴근 등에서도 회사의 통제를 받지만 임금은 회사가 아닌 손님에게 ‘수고비’ 형태로 받는다.

이와 같은 노동자들을 ‘특수고용직’노동자라고 하며, 캐디 이외에도 학습지 교사, 보험 모집인, 레미콘 운송차주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들은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근로계약 대신 위탁ㆍ도급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 임금 대신 수당ㆍ수수료를 받으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법의 보호와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작년 7월 초 한원CC는 캐디들과의 계약을 더욱 자유롭게 하고, 또 캐디들의 재교육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캐디들의 관리를 용역업체에 넘기려 했다.

한원CC 노조 김미옥 부위원장은 “한원CC 노조 단체 협약에 용역으로 전환할 경우 노조와 협상을 하게 돼 있는데, 그런 과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고용이 용역업체로 전환될 경우 캐디들은 임금이 20~30% 삭감되고, 다년 계약직에서 일년 계약직으로 계약기간이 축소된다.


특수고용직과 용역업체 도입 복합적 어려움 겹쳐


한원CC 노조는 이에 반대해 농성을 시작했고, 260여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농성 중이다.

노조의 반발에 회사는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캐디신분의 법적 모호함을 근거로 캐디노조가 무효임을 강조한다. 또 회사는 캐디의 시위를 일종의 별개 사업자나 개인의 집단불법행위로 간주해 농성 기간 중 입은 손실에 대해 노조원 개개인을 상대로 손해배상가압류 및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했다.

9개월에 걸친 투쟁과 12억원 가량의손해배상가압류는 노조원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 지난 4일 한원CC노조 원춘희 대외협력부장은 수면제를 먹은 뒤 동맥을 끊어 회사의 조치에 분노를 표시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캐디노조의 협상 요구를 계속 거부하고 있다. 한원CC 노조 김부영 위원장은 “회사 측에 용역 철폐와 협상 등을 계속 요구하겠다”며 “활발히 활동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와 하이닉스 매그나칩 비정규직 노조와 연대, 비정규직 법안 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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