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교원징계규정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살펴보다

서울대는 2019년 9월 이전까지 ‘사립학교법’을 준용해 교원을 징계해왔다. 사립학교법을 준용하며 세부 조항 부재로 난항을 겪던 본부는 2019년 9월 1일 ‘서울대 교원징계규정’(징계규정)을 신설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교원 징계 시 사립학교법과 징계규정을 동시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징계규정이 마련됐음에도, 학생들은 여전히 교원징계를 두고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불만은 지난 인권·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교원징계위원회(징계위)의 결정과 관련해 특히 두드러졌다. 서어서문학과 A교수의 경우 파면이 아닌 해임 조치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학신문』 2019년 9월 2일 자) ‘서울대 음대 내 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는 B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권력형 성폭력의 배경에는 솜방망이 수준의 징계가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인터넷 『대학신문』 2020년 7월 27일 자) 지난해 10월 음대 C교수의 징계위 절차가 시작됐음에도, 이에 대해 피해자는 전혀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됐다. (『대학신문』 2020년 10월 19일 자)

공동행동이 교원징계규정 개편을 촉구하며 카네이션을 반대로 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공동행동이 교원징계규정 개편을 촉구하며 카네이션을 반대로 단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징계 과정 중 비밀은 어디까지 지켜져야 하는가

징계규정 △제10조 6항 △제16조 △제17조에는 ‘비밀유지원칙’이 적용되고 있다. 제10조 6항은 피해자가 심의 절차 및 결과 확인을 요청해서 의결을 통해 고지를 받았을 경우에도 그 내용은 외부에 공개될 수 없음을 명시하고 있으며, 제16조는 △징계위 회의 △위원 명단 △발언 내용이 담긴 문서 등은 공개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시한다. 제17조는 회의에 참여한 모든 사람은 직무상 알게 된 사실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다. 이들은 무엇을 위한 조항일까? 2016년 5월 29일 사립학교법이 개정되면서, 징계위의 공정성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회의 참석인이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신설됐다. 이처럼 비밀유지 조항은 징계위원의 신변 보호를 보장해 징계 의결 절차에서 더욱 공정한 환경을 조성하고자 만들어진 것이다. 공정한 징계 과정을 위해서라도 본부는 징계위원으로서 참여하는 교원의 신상이나 발언 등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최대한 보호해야 할 의무를 진다. 아울러 피해자 관련 정보가 외부로 유출돼 2차 피해 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줄인다는 것 역시 본 조항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학생 측에서는 이것이 역설적으로 피해자를 옥죈다고 주장한다. 대학원총학생회 전문위원회(전문위)는 비밀유지원칙이 피해자가 자신에 대한 소문에 대응하기 어렵게 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못하도록 만든다고 지적했다. 비밀유지조항이 오히려 피해자가 징계 과정에서 2차 피해 대응 등의 도움을 구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물리천문학부·15) 역시 “비밀유지원칙의 취지에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징계위 절차가 과도하게 불투명한 것 같다”라며 “세부적 사안의 공개는 어렵더라도 절차의 진행 상황 정도는 공지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징계위 학생 참여의 득과 실

징계규정 제5조에는 징계위의 구성과 관련된 사항이 명시돼 있다. 징계위에는 부교수 이상의 본교 교원, 법 전문가를 포함한 기타 전문가들이 참석할 수 있다. 학생은 규정에 따라 징계위에 참석할 수 없다. 

학생들은 그동안 징계위에 학생 참여 보장을 요구해왔다. 지난 ‘권력형 성폭력·인권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서울대인 공동행동’(공동행동) 발족식 기자회견에서 공동행동 측은 징계규정 제5조를 ‘악법’이라 칭하며 개편을 요구했다. (『대학신문』 2021년 5월 17일 자) 공동행동 권소원 위원장(경제학부·19)은 “피해자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어느 정도 견제를 위해서 학생 측 의견을 대변할 사람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전문위 역시 적어도 학생이 관련된 사건에는 학생 참여가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들은 “현재 징계위 진행 절차가 지나치게 교원의 시각에서만 판단되며, 피해 학생이 필수적 정보로부터 소외되고 있다”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덧붙여 전문위는 “학생이 징계위에 직접 참여하는 것과 학생의 입장을 대변하는 위원의 참여 모두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본부가 징계위에 학생 참여를 보장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이 징계위원 구성에서 학생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본부는 “만약 상위법인 사립학교법이 학생 참여가 가능하도록 개정된다면 징계규정에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사립학교법 개정 과정에서도 학생 참여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실제로 2017년 12월 28일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교육위원회 검토보고서에는 “징계위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비위뿐만 아니라 교원의 개인 신상, 직무 수행, 연구 활동 등 광범위한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학생이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라는 내용과 “비밀유지원칙의 구속력이 약화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징계 양정 수위는 적당한가

징계 양정 관련 사항은 징계규정 △제4조 △제7조 △제13조에 명시돼 있다. 징계는 중징계와 경징계로 나뉘며, 중징계에는 △파면 △해임 △정직이, 경징계에는 감봉과 견책이 해당된다. 다만 사립학교법에서 정직과 감봉 처분은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기간으로 규정된 것과 달리 징계규정은 1개월 이상 12개월 이하로 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보다 정직·감봉의 징계 수위가 높게 설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파면이나 해임 결정이 더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도정근 전 학생회장은 “정직 처분만으로는 공동체의 상처가 아물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라며 정직보다 높은 양정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권소원 위원장도 “특히 학생이 성비위나 인권침해의 피해자일 경우 가해자와 공간 분리가 잘 돼야 한다”라며 “분리조치를 위해선 해임 이상의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본부는 징계 양정 수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에 “학생들의 법 감정과 괴리가 크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라면서도 “징계위원은 규정에 명시된 자격을 충족한 사람에 한해 임명·위촉돼 풍부한 경력과 고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심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라고 말했다.

 

징계위 절차 기간 중 피해자 보호 문제도 지적

징계 절차의 기한을 규정하고 있는 징계규정 제11조에서는 징계 의결을 내리기까지의 기한은 징계 의결 요구서를 접수한 날로부터 최대 60일이지만, 성비위가 징계 사유일 경우 더욱 신속한 처리를 위해 최대 30일로 짧아진다. 다만 이보다 의결기한이 길어질 수 있는 예외 사항이 있다.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시 징계위 의결을 통해 기한을 최대 30일 연장할 수 있고, 제14조에 따라 감사원 조사가 있거나 수사기관이 사건을 수사 중이라면 징계 진행 절차가 중단될 수도 있다. 본부는 징계 의결과 관련해 “피해자와 징계혐의자 간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할수록 소명 자료나 진술이 상반돼 이를 확인하기 위한 시간 소요로 심의가 지체될 수 있다”라며 “이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의를 진행하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차”라고 밝혔다. 

징계 의결 기한이 길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이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그 절차 동안의 피해자 보호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위는 “징계위의 판단이 늦어질지라도 해당 기간에 피해 학생이 학업과 진로를 어떠한 불이익이나 손실 없이 제대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보호·지원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피해자들이 징계위의 대응에 불만을 토로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긴 시간 동안 피해자 본인이 학교 내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도정근 전 총학생회장 역시 “피해자가 학업이나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는 그간 교원 성비위나 인권침해 사건의 징계 과정에서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징계라며 비판받은 바 있다. 그러나 학교 역시 교원 비위로 인해 피해를 입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잘못을 저지른 교원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학교와 학생 모두 동의하기에 그들은 ‘동상’(同床)에 있다. 그러나 교원징계의 방식과 절차에 있어서는 서로 ‘이몽’(異夢)을 꾸고 있다. 본부의 경우 학생 요구의 실현가능성도 고려해야겠지만, 그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현실’ 자체에 주목하고 이에 적극 응답해야 한다. 본부는 응답의 일환으로 교원징계에 관한 의문점들을 소상히 밝히거나 징계규정의 개선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민해봐야 한다. 학생들 역시 제기되는 우려를 어떻게 불식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풍부한 전문인력을 보유한 본부와 피해자의 현실을 가장 가까이서 목도할 수 있는 학생 측이 접점을 찾아야 할 때다.

사진: 김가연 기자 ti_min_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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